[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문책성 인사도 징계에 해당하기 때문에 하극상을 벌인 직원에 대해 징계 절차 없이 문책성 인사발령을 냈다면 권리남용에 해당돼 무효라는 판결이 확정됐다.
대법원 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방제업체 A사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전보 구제 재심 판정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1일 밝혔다.
A사는 지난 2016년 12월 권역별 지역본부를 기존 5개에서 8개로 늘렸다. 당시 대전서부지사장이던 B씨는 신설된 충청지역본부장으로 승진했다.
당시 대전동부지사장이던 C씨는 자신보다 나이가 두 살 어리고 입사도 늦은 B씨를 상대로 하극상을 벌였다.
회사 관계자들은 C씨가 B씨의 본부장 취임식과 회의 등에서 "내가 나가든지 본부장이 나가든지 하면 될 것 아니냐", "(반말로) 내가 사표를 내", "본부장이나 똑바로 해라"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다른 지사장이 보는 앞에서 C씨가 B씨 악수를 거부했다는 진술도 나왔다.
이듬해 3월 B씨는 상급자에게 C씨의 언행을 보고하고 10월에는 무례와 지시 미이행, 부진한 실적 등을 이유로 지사장 교체를 요청했다.
회사는 11월 C씨를 면담하고 수도권 남부지역본부 영업담당 부장으로 발령했다. 대전에 사는 C씨 출근 시간은 두 시간이 되었다. C씨는 면담 당시 '영업당당 부장은 지사장 직위를 해제시키고 퇴사시키기 전 자리로 알고 있다'고 항의하며 자리를 떠났다.
이후 C씨는 부당전보라며 충남지방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했다. 노동위는 그해 12월 C씨 근로계약에 중대한 변경을 초래하고 업무상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려우며, 생활상 불이익이 크고 성실한 협의를 거치지 않았다며 구제신청을 받아들였다.
회사는 중앙노동위에 재심을 신청했지만 이듬해 3월 기각되자 법원에 재심판정 취소 처분을 냈다.
회사는 C씨가 충청지역본부장 권위를 무시하고 직원에 대한 편애와 모욕으로 사내질서를 문란케 해, 기업질서 회복과 근로자 인화 등을 위한 전보 발령을 냈다고 주장했다.
해당 발령은 직위 강등이 아닌 수평적 전보이고 임금 불이익이 없으며 2년간 무상으로 원룸을 임차해 회사가 비용을 부담하는 등 정당한 재량으로 인사명령을 냈다고도 했다.
1심 재판부는 회사가 사실상 징계인 인사를 내면서 절차를 어겨 권리남용에 해당한다며 원고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C씨 인사가 징계인 이유로 회사 취업규칙이 전직과 기타징벌을 징계 처분으로 규정한 점, 해당 발령은 사실상 역량이 낮은 지사장을 대상으로 한 문책적 조치인 점, C씨의 실질적인 처우도 낮아진 점 등을 들었다. 취업규칙상 회사가 징계시 인사위원회가 징계 대상자를 출석시켜 소명 기회를 주고 위원회 의결을 거쳐 대표이사가 행한다고 규정 절차도 어겼다고 봤다. 2심 역시 원심 판단이 맞다며 회사의 항소를 기각했다.
A사가 상고했으나 대법원 역시 "취업규칙에서 정한 징계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이루어진 인사발령에 대해 절차적 하자를 인정하고 위법하다고 본 원심은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대법원 청사. 사진/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