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조원' 서울시 예산안 처리 결국 불발

시의회 의장 "오 시장, 우기기만 하면 해결책 못 얻어"

입력 : 2021-12-22 오후 5:06:31
[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44조원 규모의 내년도 서울시 예산안 처리가 서울시의회에서 결국 불발됐다. 서울시의회가 서울시에 3조원 편성을 요구한 '코로나19 생존 지원금' 통과 여부가 예산안 연내 처리의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법정처리 시한이 16일이었던 예산안 의결 시한은 오는 27일로 연장됐다.
 
서울시의회는 22일 제303회 정례회 제5차 본회의를 열고 예산안을 제외한 안건들을 상정해 통과시켰다. 예정대로라면 이날 예산안 처리가 완료돼야 하지만 양측이 예산안 조율에 입장차를 좁히지 못한데다 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가 발생하며 심의가 여러차례 지연됐다.
 
김인호 서울시의회 의장은 회의 시작에 앞서 "오세훈 시장은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 고통 받는 시민과 소상공인들을 위해 대화하고 타협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며 "중강부중이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자신이 옳다고 우기기만 한다면 결코 중도의 해결책을 얻을 수 없다는 말이다"라고 오 시장을 겨냥했다.
 
그는 "최근 코로나 상황이 매우 엄중해져, 일상 회복이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했던 시민들은 마음의 어려움이 이전보다 훨씬 클 거라고 예상된다"며 "오직 시민의 입장에서 시민의 어려움과 아픔만 생각하며 빠른 시일 내에 의견을 조율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 의장이 이 같은 발언을 한 것은 소상공인 손실보상금을 두고 서울시에 협상에 대한 최후통첩을 날린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앞서 시의회는 '소상공인 손실보상금'을 1조5000억원을 포함한 '코로나19 생존지원금'에 3조원의 예산을 편성할 것을 요구했다. 정부가 자영업자들을 위해 편성한 손실보상액 2조4000억원보다 6000억원 많은 수준으로, 서울시 전체 예산의 6.8%에 달하는 금액이다.
 
이를 두고 서울시는 생존지원금 증액의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시의회가 예산 편성까지 맡겠다는 것과 같다"며 난처한 입장을 보였다. 시의회 측은 지방세나 재정안정화기금·순세계잉여금 등 각종 재원 마련 방법을 제시하며 "의지 부족"이라고 꼬집었다.
 
그동안 양측은 예산 삭감 문제로 이미 갈등의 골이 깊어진 상태다. 시의회는 서울형 헬스케어와 안심소득, 서울런 등 오 시장의 주요 공약 사업을 전액 삭감했다. 오 시장은 ‘서울시 바로세우기’라는 이유로 전임 시장이 추진했던 민간위탁·보조금 사업 등 시민단체 관련 예산은 물론 TBS 출연금을 대폭 삭감했다.
 
갈등의 골이 깊어진 상태에서 지난 시정질의 당시 오 시장이 질의 방식에 항의하며 퇴장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에 시의회가 서울시의회 기본 조례를 개정했다. 이는 의회 존중 관련 조례 개정으로 오 시장 길들이기에 나선 시의회가 뜻을 굽히지 않겠다는 뜻으로도 볼 수 있다.
 
개정안 52조에 따르면 시장 및 교육감 등의 관계 공무원이 본회의나 위원회 회의에서 의장 또는 위원장의 허가 없이 발언할 경우 의장 또는 위원장은 발언을 중지키거나 퇴장을 명할 수 있다. 동조례 60조에는 의장 또는 위원장이 퇴장당한 시장 및 교육감 등의 관계 공무원에 대해 사과를 명한 후 회의에 참가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준예산 사태가 가지 않도록 원포인트 임시회가 열리기 전에 최대한 시의원들을 설득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22일 오후 서울시의회에서 열린 제303회 정례회 제5차 본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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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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