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웹툰, K-드라마 원작으로 인기몰이…지난해 매출 첫 1조원 돌파

(K-콘텐츠, 세계로 날다)②
네이버·카카오 진격에 글로벌 영토 확장…작가 처우개선·불법 유통 근절 '과제'

입력 : 2021-12-28 오전 6:03:17
[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스위트홈, 지옥 등 넷플릭스에서 인기를 얻은 작품이 웹툰·웹소설을 원작으로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K-웹툰도 덩달아 세계인의 주목을 받았다. 네이버웹툰, 카카오웹툰 등 국내 대표 웹툰 플랫폼들은 각 사의 글로벌 진출 첨병이 돼 세계 곳곳으로 침투하고 있고 NHN, 리디 등 후발 주자들도 해외에서 성과를 쌓아가고 있다. 다만 플랫폼들의 선전에 비해 작가들에게 돌아가는 과실은 상대적으로 적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함께 나오고 있다. 이같은 지적에 플랫폼들은 창작자와의 상생을 추구하는 방안들을 모색하고 있다. 
 
"태국 웹툰 시장 론칭 직후 1위 달성"(카카오웹툰) vs "사용자 수·매출 1위는 변동 없어"(네이버웹툰)
 
지난 6월 새로운 UX·UI로 단장한 카카오웹툰이 태국과 대만 시장에 가장 먼저 출격하면서 현지 시장을 선점하고 있던 네이버웹툰과 신경전이 벌어졌다. 카카오웹툰은 태국 론칭 직후 구글 플레이스토어 만화 분야 1위를 차지한 데 이어 4일만에 누적 일 거래액 3억원을 돌파했다며 '글로벌 성공 신호탄' 이라고 자평했다. 이에 대해 네이버웹툰은 "카카오가 주장하는 1위는 다운로드 인기순위"라며 "현지에서 사용자 수와 수익에서 모두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네이버웹툰"이라고 반박했다. 네이버웹툰에 따르면 태국과 대만에서의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각각 350만, 150만에 이른다. 
 
네이버웹툰이 카카오웹툰의 성과에 민감하게 반응한 것은 일본에서의 아픈 경험 때문이다. 일본에서 네이버는 '라인망가'라는 브랜드로 웹툰 서비스를 하고 있는데, 후발주자인 카카오재팬의 픽코마에 1위를 빼앗긴 후 좀처럼 기를 못 펴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센서타워에 따르면 픽코마는 올해 누적 매출 10억4000만달러를 기록, 전세계 만화 애플리케이션 서비스 1위를 차지했다. 픽코마가 일본에서만 서비스를 하고 있음에도 전세계적으로 손에 히는 수익을 올릴 만큼 공고한 지위를 확보했다는 방증이다. 앱애니는 "픽코마는 기존 소비자들이 만화책을 1권씩 구매하는 비즈니스 모델에서 에피소드별로 구매하게하는 비즈니스 모델로 일본 소비자들의 지출 방식을 바꿨다"며 "독자들이 다음 에피소드를 기다리는대신 비용을 지불할 수 있도록 한 것이 성공 비결"이라고 분석했다.  
 
글로벌 웹툰 시장을 향한 양사의 경쟁은 북미를 넘어 유럽으로 확전되는 모양새다. 북미에서는 네이버가 왓패드를 인수하자 카카오는 래디쉬와 타파스를 연달아 품었다. 유럽에서는 프랑스가 격전지가 될 전망이다. 카카오재팬은 카카오픽코마로 사명을 변경하고 프랑스에 첫 유럽 법인을 세웠다. 일본 망가에 익숙한 프랑스에서 픽코마의 성공 경험을 재연하겠다는 포부다. 네이버는 한국 웹툰 콘텐츠의 번역과 현지 콘텐츠의 발굴을 동시에 추진해 현지 시장 1위를 지키겠다는 전략이다. 
 
이처럼 두 회사가 치열한 경쟁을 벌이면서 글로벌 웹툰 시장은 국내 기업들의 차지가 됐다.  네이버와 카카오 외에 NHN코미코, 리디 만타 등도 해외에서의 보폭을 점차 키우고 있다. 이는 자연스레 국내 웹툰 산업의 비약적 발전을 이끌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1년 웹툰 사업체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0년 웹툰산업 매출 규모는 1조538억원으로 전년도의 6400억원에서 64.6% 증가했다. 올해에도 1조원 매출을 거뜬히 넘을 것으로 보인다. 
 
사진/한국콘텐츠진흥원
 
웹툰 산업의 저변이 확대되면서 작가들의 수입도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콘진원의 '2021년 웹툰 작가 실태조사'에 따르면 최근 1년 이내 연재 경험이 있는 작가의 연수입 평균은 5668만원으로 전년 대비 828만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1년 내내 연재한 작가의 연수입 평균은 658만원 늘어난 8121만원으로 집계됐다. 
 
다만 여전히 작가들의 처우 개선 등의 문제는 과제로 남아있다. 실태조사에 따르면 작가들이 불공정 계약을 경험한 비중은 52.8%로 전년 대비 2.4%포인트 증가했다. 주로 2차 저작권·해외 판권 등에서 제작사에게 유리한 계약을 하거나 매출 정산 내역을 제공받지 못하는 등의 사례가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 
 
해당 문제는 지난 10월 진행된 국정감사에서도 지적됐다. 당시 국감장에 출석한 이진수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대표와 김준구 네이버웹툰 대표는 작가들의 고충을 면밀히 살피겠다고 약속했다. 웹툰 작가의 근로 환경 등 개선에 대해 기업이 할 수 있는 부분을 정부와 함께 머리를 맞대 논의하고 싶다는 의지도 피력했다. 실제로 국감 직후 카카오엔터는 작가 생태계 개선을 위한 첫번째 개선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개선안에는 △선투자 작품 기준 이벤트캐시 정산분을 최소 5%이상 보장하는 방안 △작가들이 정산 현황을 직접 파악할 수 있는 정산 시스템 구축 노력 △‘기다리면 무료’(기다무) 수혜작 확대 △저소득 청년작가 가운데 재능 있는 신진작가를 선발·육성하는 창작 지원책 마련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와 함께 국내외에서 불법으로 유통되고 있는 웹툰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단속하는 것도 국내 웹툰 산업 발전에 꼭 필요한 부분으로 지목됐다.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웹툰 불법유통으로 인한 피해규모는 약 5488억원으로 추산됐다. 불법 웹툰 이용 경험이 있는 이용자 대상 심층면접 결과, 웹툰을 공짜로 본다는 인식과 함께 불법유통 경로를 찾기 쉬운 점이 불법 이용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네이버웹툰과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등 국내 7개 웹툰 플랫폼사로 구성된 '웹툰불법유통대응협의체(웹대협)'는 최근 불법 유통 근절 캠페인 '#내돈내툰'을 본격적으로 개시했다. 웹대협 관계자는 "웹툰 불법유통은 창작자들에게 심대한 피해를 끼치고 글로벌 콘텐츠로 자라나는 웹툰 산업의 근간을 위협하는 문제"라며 "독자들과 불법유통의 심각성에 관한 깊은 공감대를 쌓고 이를 바탕으로 창작자들의 권리를 지키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펼칠 계획"이라고 캠페인 취지를 설명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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