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3대 승부처)①성난 서울 부동산 민심, 결국은 '정책'

이재명 당선시 '집값 하락 예상', 윤석열 당선 땐 '유지' 전망
"이재명 정책이라도 있지, 윤석열은 아는 게 없어"

입력 : 2022-01-03 오후 4:58:51
<뉴스토마토>는 대선 3대 승부처로 '서울 부동산 민심', '2030 청년 표심', '코로나에 지친 자영업자의 생계민심'을 꼽았다. 집값 폭등에 분노한 서울 민심이 전통적 보수표심과 함께 정권교체 심리를 떠받드는 가운데, 2030은 갈 곳을 잃고 방황하고 있다. 과거 민주당의 든든한 지지 기반이기도 했던 2030 '집토끼'는 조국 사태를 비롯한 여권의 잇단 내로남불에 반발, 지난 4·7 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에 압도적 지지를 몰아주며 기존 여의도 문법을 명확하게 깼다. 해서 등장한 시대 과제가 '공정'이었다. 여기에다 장기화된 코로나19로 생존의 문턱에 선 자영업자를 비롯한 소상공인의 생계민심이 누구를 향할 지도 미지수다. 지역과 세대 등 기존 대선을 관통했던 승부처는 2022년 20대 대선에서는 그 힘을 유지하기 어렵게 됐다. 이에 <뉴스토마토>는 3회에 걸쳐 새로 떠오른 3대 승부처를 뜯어본다. 
 
[뉴스토마토 장윤서 기자] 부동산 가격 폭등으로 성난 서울 민심이 관망세로 돌아섰다. 집값 상승이 정체·둔화 흐름을 타기 시작하면서 정부여당에 대한 분노 또한 예전보다 확연히 줄어들었다. 서울 시민들은 당분간 집값이 하락세를 유지할 것이라면서도, 강남 등 부촌은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자산의 양극화는 새해에도 심화될 것에 무게를 실었다. 
 
서울 시민들은 분노의 감정을 잠시 뒤로 하고, 부동산 정책을 가를 대선에 주목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시민들은 지지하는 정당과 별개로 대선후보에 대한 유사한 평가를 내렸다. 이재명 민주당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될 경우 부동산 가격이 어느 정도 하락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반대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기본 상식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아 정책적 신뢰가 없다고 혹평했다. 윤 후보가 당선될 경우 서울 집값은 현 상태로 유지될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뉴스토마토>는 지난 1일과 2일, 이틀 간 서울 곳곳을 돌아다니며 부동산 민심을 들어봤다. 서울에서 택시 운전일을 하는 김모씨(50대·남성)는 예전 부동산 폭등으로 인한 충격을 아직도 기억한다고 했다. 김씨는 "대치동에 사는 한 손님을 태웠는데 그 사람이 5년 전에 11억을 주고 작은 아파트를 하나 샀는데 그게 지금 38억이 됐다고 했다"며 "기가 막힐 일 아니냐"고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해 초부터 신혼집을 구하러 발품을 팔았다던 박모씨(30대·남성)도 기가 차긴 마찬가지였다. 박씨는 "회사 다니면서 결혼자금으로 1억8천만원을 마련했다"며 "그런데 전셋집 하나 구하기 어려웠다"고 했다. 박씨는 부동산 가격 급등으로 은평구 등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곳을 중심으로 살펴봤지만 이마저 4~5억원(18평 기준) 수준이었다. 게다가 박씨는 "대출 규제로 최대 2억원을 빌릴 수 있게 됐는데, 그마저 원금까지 함께 상환하라고 했다"며 "계산해보니 대출 빚 갚는 데만 한 달에 300만원이 넘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서울 강서구 발산역 인근 모습. 사진/뉴스토마토
 
이 같은 상황은 집권여당인 민주당을 향한 분노로 이어졌다. 서울은 19대 대통령 선거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42.3%의 높은 지지를 보냈다. 심지어 문 대통령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 치열한 승부를 벌였던 18대 대통령 선거에서도 문 대통령에게 51.4%의 전폭적 지지를 보내온 진보진영의 믿을맨이었다. 그런 서울이 부동산 가격 폭등 사태를 맞자 민주당에 등을 돌렸다. 
 
<뉴스토마토>가 매주 여론조사 전문기관 <미디어토마토>에 의뢰해 실시하는 정기 여론조사 흐름을 살펴보면, 서울은 지난해 10월 넷째주 국민의힘 38.5% 대 민주당 28.3%으로 국민의힘이 우세했다. 이후에도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각각 11월 넷째주 38.4% 대 31.2%, 12월 넷째주 33.7% 대 27.7%로 국민의힘 우세가 이어졌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부동산 폭등에 이어 20대 대선 들면서 이재명 후보를 둘러싼 '대장동 의혹'으로 서울 민심이 들썩였다. 서울의 대다수 시민들은 대장동 개발 의혹이 한참이던 9월 넷째주, 이번 의혹을 '이재명 게이트'(55.5%)로 규정했다. 이는 전국 평균(49.7%)보다 월등히 높은 수치다. 반면 '국민의힘 게이트'라고 판단한 서울 시민은 23.8%에 불과했다. 
 
우여곡절 끝에 민주당 대선주자로 확정된 이 후보는 지난해 10월 경기도 국정감사장에 직접 등판해 대장동 개발 의혹 정면돌파를 시도했다. 당 지도부와 참모진의 만류에도 국감을 수감하겠다는 그의 고집을 꺾진 못했다. 하지만 그달 23~24일 조사에서 서울은 '국정감사로 인해 의혹이 더 짙어졌다'(67.2%)고 판단하며 싸늘함을 유지했다. 이번에도 전국 평균(59.9%)보다 월등히 앞섰다.  
 
서울의 이 후보 지지율도 처참했다. 이 후보와 윤 후보가 양자대결을 펼친 결과, 이 후보와 윤 후보는 서울에서 각각 11월 6~7일 33.2% 대 49%, 11월 13~14일 29.4% 대 57.4%, 11월 20~21일 29.3% 대 54.1%, 11월 27~28일 40.7% 대 47.7%, 12월 4~5일 36.2% 대 49%, 12월 11~12일 31.7% 대 58%, 12월 18~19일 36.5% 대 50.8%의 결과를 보였다. 전국 표심과는 무관하게 서울은 요지부동 윤 후보를 압도적으로 지지했다. 하지만 12월 25~26일 양자대결에서는 이재명 41.7% 대 윤석열 40.1%로, 이 후보가 처음으로 윤 후보를 앞질렀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3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2022 증시대동제에 참석한 후 이동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사진단
 
그 이유에 대해 서울 시민들은 서울의 집값이 둔화세를 띄기 시작했다는 점을 공통적으로 언급했다. 실제로 한국부동산원의 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지역의 월별 종합주택 평균 매매가격은 지난해 6월 7억2739만원에서 한 달 만인 7월에 8억5385만원으로 치솟았다. 이후 8월(8억5995만원), 9월(8억6726만원), 10월(8억7412만원), 11월(8억7935만원) 등 상승세가 점차 둔화됐다. 서울의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지난해 6월 9억2812만원에서 한 달 만인 7월 11억930만원으로 뛰었다. 그 뒤 8월(11억1925만원), 9월(11억3042만원), 10월(11억4065만원), 11월(11억4828만원) 등 역시 상승세가 둔화됐다. 
 
최황수 건국대 부동산 교수는 "올 상반기에 서울 부동산 가격 상승이 잦아드는 형국이 될 것"이라며 "올해부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 대출 규제가 시작될 것이라 부동산 가격에 대한 약세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또 "올해에는 대선과 지방선거가 있다 보니, 부동산 시장이 관망세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서울역 인근 모습. 사진/뉴스토마토
 
서울 시민들도 부동산 상승 둔화가 피부로 와닿는다고 말했다. 구로에 거주하는 이모씨(40대·남성)는 "급등하던 부동산 가격이 정체 국면에 들어갔다고 생각한다"며 "가격이 천정부지로 올라가는 상황은 아니라서 예전처럼 분노하는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했다. 이씨는 5천만원이 없어 월세를 구하지 못했던 때를 이야기하며 "이 후보의 임대주택 확대 정책이 반가웠다"고 했다. 이어 "그런데 현재 행복주택은 신혼부부, 청년, 한부모 가정, 고령의 노인만 지원할 수 있도록 한정돼 있다. 4050세대 중 어려운 사람도 임대주택에 들어갈 수 있도록 해줬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이씨는 "어렵게 살아본 이 후보가 대통령을 해야 우리 같은 사람들의 마음을 안다"며 "윤 후보는 청약통장도 모르고 집에서 주는 돈으로 편히 먹고 살았는데 어떻게 서민들의 부동산 어려움을 이해하고 해결하겠느냐"고 꼬집었다. 
 
자신의 집값을 더욱 올려줄 수 있는 윤 후보를 지지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목동에 거주하는 문모씨(60대·여성)는 "올라간 집값을 원상복구하는 것은 안 된다"며 "목동은 재건축 이슈가 큰 곳인데 문재인정부는 재건축을 절대 안 풀어주려고 하지 않냐. 윤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재건축을 허용해줘서 빠르게 진행될 수 있지 않겠냐"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하지만 문씨도 윤 후보의 정책에 대해서는 의문을 표했다. 그는 "윤 후보가 부동산 정책에 대해서 체계적으로 내놓은 게 없다"며 "대체적으로 잘 모르는 것이 많은 것 같지만, 국민의힘에서 잘 받쳐주지 않을까"하고 말을 흐렸다.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망원시장 인근 사진. 사진/뉴스토마토
 
양극화 심화로 더 살기 퍽퍽해질 것 같다는 걱정도 쏟아졌다. 중랑구에 사는 김모씨(50대·남성)은 "대선을 앞두고 서울 부동산 시장은 '어떻게 될지 두고보자'는 판으로 바뀐 것 같다"고 말했다. 김씨는 "앞으로 성장할 수 있는 동력이 없어지면서 한국이 일본을 뒤따라가는 것은 아닌지 불안하다"며 "일본에서는 '도쿄에 집 1채 가지는 게 꿈인 사람들은 평생 못 가진다'는 말이 있는데, 한국에서도 실현되는 것 아닌가"하고 한숨을 쉬었다. 김씨는 이 후보가 당선되면 그나마 집값이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며 지지 의사를 표현했다. 
 
2030세대에서는 이 후보와 윤 후보 모두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분위기다. 강서구에 사는 이모씨(30대·남성)는 "두 후보의 어떤 정책도 믿지 않는다. 이 후보의 양도세·종부세 완화는 빈부격차만 증가시킬 것"이라며 "정부에서 공급을 늘리기 전에 다주택자에게 세금 혜택을 줘서 또 다시 시세차익을 챙기게 해주는 것 아니냐"고 불만을 드러냈다. 또 이 후보의 임대주택 확대 정책에 대해서도 "평범한 부모 밑에서 열심히 공부해 취업해 어느정도 먹고 살 정도가 됐다고 소득제한을 걸어 행복주택 등에도 들어갈 수 없다"며 "세금은 세금대로 내고 정부가 나를 챙겨준 적이 언제 있냐"고 강하게 비토했다. 
 
서초구에 사는 안모씨(30대·남성)도 "임대주택에 반대한다"며 "임대주택은 결국 평생 집을 소유하지 말라는 이야기 아니냐"고 꼬집었다. 그는 "임대주택을 확대한다고 하고, 집값을 올리면 결국 청년들은 자기 집을 소유하지 못하는 악순환에 빠지는 것 아니냐"고 답답해했다. 안씨도 두 후보 모두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이 후보는 정책이라도 있으니 생각이라도 해보겠지만, 윤 후보는 아무것도 모르니 기대조차 안 한다"고 말했다. 
 
장윤서 기자 lan486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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