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무렵, 민주당 한 당직자로부터 전화가 왔다. 당황스러웠다. 기사 제목에 대한 수정 요청이었으며, 해당 기사는 <이재명, 김만배 "이재명 지침에 따른 일" 주장에 "모르는 일">이라는 제목의 단신이었다.
민주당은 유독 '대장동 의혹'에 알러지 반응을 보여왔다. 이재명 후보가 대장동 의혹으로 한동안 고생한 점을 생각하면 일견 이해도 됐다. 다만, 이번 경우에는 도가 지나쳤다.
기사를 다시 꼼꼼히 뜯어봤다. 혹시나 싶어 데스크에도 요청했다. 큰 따옴표("~")를 써 인용임을 표기했으며, 일방적 주장임을 알 수 있게 제목에 썼다. 특히 기사 작성의 대원칙과 같은 당사자의 반론을 '직접' 청취했다. 법조에서 전해진 급박한 소식에 민주당은 아직 당이나 선대위 차원의 입장을 내놓지 못했고, 이로 인해 당사자인 이 후보의 입장을 들었다. 결론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였다. 그런데 상대가 불편하니 제목과 기사 분량의 비중을 정확히 계량적으로 맞추고 제목이라는 언론 고유의 편집 권한에도 관여하겠다는 민주당의 태도는 '몰상식'을 넘어 전두환식 '신 보도지침'으로 인식됐다.
민주당은 대장동 사업을 통해 천문학적 이익을 챙긴 화천대유의 대주주 김만배씨 변호인이 법정에서 한 주장과 관련해 선대위 공보단 이름으로 언론을 겁박했다. "'이재명 지시'라는 표현은 틀린 표현이며, '성남시 공식방침'으로 표현하는 것이 맞다", "이에 따라 검찰이 주장하는 '독소조항' 표현과 김만배씨 변호인이 변론시 사용한 '이재명 지시' 등의 표현을 인용한 기사는 사실관계도 틀리다" 등의 입장과 함께 정정보도를 요청했다. 불허할 경우 언론중재위원회 제소 등 취할 수 있는 법적 조치에 착수하겠다고도 했다.
기자 입장에서는 이 또한 민주당의 '주장'이다. 상대 말은 일방적 주장이며, 자신의 말은 진실이라는 그 태도가 도대체 어디에서 기인하는지 민주당 출입기자로서 따질 수밖에 없게 됐다. 민주당의 그간 행태를 반성하고 사죄하며, 쇄신해서 거듭나겠다는 이 후보의 반복된 다짐에서 언론은 예외였는가 보다. 아니면 그저 표를 구하기 위한 한낱 말장난이었을까.
민주당에 묻겠다. 송영길 대표가 한 방송에 나와 "이재명 후보는 문재인정부에서 탄압을 받던 사람"이라고 했다. 진실인가? 만약 청와대가 이를 한쪽만의 주장으로 썼다며 사실과 다른 보도에 대해 항의하고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해당 언론사에 경고하면, 이 또한 정당한 방어행위인가? 기사가 편향된 것이 아니라 나(민주당)의 유불리가 편향됐으며, 그 기준에서 언론과 기사를 바라보는 관점이 편향됐다. 이것이 민주당과 이재명 후보에 강한 애정을 가진 출입기자로서 드리는 조언이다. 조언을 비난으로 받지 않길 바란다.
정치부 장윤서 기자 lan486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