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금융인사 '태풍'의 교훈

입력 : 2010-09-02 오후 6:53:44
[뉴스토마토 황인표기자] 태풍 '곤파스'로 곤혹을 치른 2일, 금융권에도 태풍에 가까운 일이 연이어 일어났다
 
먼저 이철휘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사장이 사의를 밝혔다. 이 사장은 임기를 4개월 남겨두고 금융위원회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이 사장은 사의문에서 "6월 말 사임하려고 했으나 새 경영진 구성과 시급한 사안에 집중하면서 미루게 됐다"며 "전 임직원이 임기를 마쳐달라고 요청했으나 공인으로 진퇴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조직원 신망이 두터운 상황에서 이 사장이 굳이 사임을 결심한 것 자체가 뉴스거리였다.
 
하지만 이 사장은 현직을 유지한 채 두차례나 KB금융지주 회장직에 도전해 논란이 됐었다. 10월 초 열리는 국정감사에서 여야 의원들은 한 목소리로 이 사장을 질타할 예정이었다.
 
국회 정무위 소속 의원들은 "다른 회사에 지원하려 한다면 최소한 사장 자리를 내놓은 후 나서는 게 순서"라며 "두 차례나 회장직에 나섰다는 것은 결국 캠코를 잘 돌보지 않았다는 뜻"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여기에 이 사장의 동서가 김백준 청와대 기획관이다보니 '뒷배경설'까지 무성하게 나올 수 있는 상황이었다. 결국 이 사장은 이같은 도덕적, 정치적 비판을 피하고자 먼저 자리를 정리한 것으로 보인다.
 
신한은행의 신상훈 신한지주 사장 고발 건도 태풍급 사건이다.
 
신 사장은 전날 열린 신한금융 9주년 기념식에서 "지난 2년간 새 성장의 모멘텀을 찾지 못하고 정체돼 왔다"며 "혁신과 변화를 통해 성장해야 한다"고 강조했었다.
 
신한금융의 비전을 제시했던 신 사장은 하루만에 피고소인 신분으로 전락했고, 조만간 이사회를 통해 해임될 예정이다.
 
라응찬 회장과 신 사장 간의 갈등설이 먼저 제기되는 상황이지만 신한은행은 신 사장이 950억원의 횡령 혐의가 있다며 고발 이유를 밝혔다. 신 사장은 "불투명한 대출은 없었다"며 결백을 주장했다. 검찰이 조만간 수사에 나설 예정이니 조만간 사실 확인이 이뤄질 것이다. 
 
여기에 얼마 전 우리은행 팀장, 경남은행 부장의 PF부실대출 사건 등도 있었다. 
 
◇ 연이은 금융 인사 문제..도덕성 재강조돼야
 
결국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조직의 수장은 조직을 등한시했고, 예금자 돈으로 대출을 하는 은행은 대출 압력 혐의를 받고 있다.
 
이번 태풍급 사건을 놓고 보면 결국 금융권 인사의 '도덕성'이 또 한번 강조돼야 한다.
 
이철휘 사장은 도덕적으로 올바르지 못한 처신이었고, 신 사장의 경우 혐의가 사실로 확인되면 심각한 부정대출 사건에 해당된다. 
 
M&A 등 금융권 재편과 경쟁력 강화 등으로 정신없는 금융권에서 이런 일이 연이어 발생한 것은 불행한 일이다.
 
경제의 혈맥이라는 '돈'을 다루는 은행은 그 어떤 조직보다 원리원칙에 맞게 일을 처리해야 한다. 부실기업 정리 등 금융 회복의 의사 역할을 담당하는 캠코 역시 수장이 흔들림 없이 자기 임무에 매진했어야 했다.
 
예상보다 빠른 오후 들어 태풍이  잠잠해진 것처럼, 캠코는 조직을 추스를 새 수장을 서둘러 뽑고 신한은행 역시 시시비비가 빨리 가려지길 바란다.
 
뉴스토마토 황인표 기자 hwangip@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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