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서울시내 한 약국에서 약사가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 '팍스로비드'를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동지훈 기자] 화이자 코로나19 경구치료제 '팍스로비드'가 처방되기 시작하면서 국내 업체들의 경구용 항바이러스제 개발이 암초에 부딪힐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9일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에 따르면 국내에선 총 17개 후보물질의 코로나19 치료제 임상 승인을 받았다.
치료제 종류별로 보면 항바이러스제가 11건, 면역조절제가 6건이다. 항바이러스제는 보통 감염 초기 복용해 바이러스의 복제를 막는 역할이다. 면역조절제는 코로나19 감염 이후 나타나는 면역 반응을 제어하는 약이다.
식약처 승인을 받은 코로나19 항바이러스제 임상은 경구용 제제와 주사제(정맥 또는 근육주사)로 나뉜다.
이들 업체가 개발 중인 후보물질 경쟁약물은 화이자가 개발한 코로나19 경구치료제 팍스로비드다.
업계에선 국산 코로나19 경구용 항바이러스제 임상이 난항을 겪을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코로나19에 감염된 환자가 팍스로비드 대신 치료 효과가 확실하지 않은 임상에 참여하기 어려울 것이란 이유에서다.
실제로 코로나19 경구용 항바이러스제 임상을 진행 중인 한 업체의 관계자는 "환자 모집을 서두르고 있지만 임상이 빠르게 진행되기는 쉽지 않다"라며 "애초에 코로나19 확진자 중 선정 기준에 맞는 사람들만 추리는 것도 어렵지만 팍스로비드 처방이 시작되면서 임상에 참여하려는 환자가 더 줄어들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해 11월17일 진행된 김강립 식품의약품안전처장 취임 1주년 간담회 당시 전시된 국산 코로나19 치료제 후보물질들. 사진/동지훈 기자
임상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허가 단계에 접어들면 복용 대상자와 용법 등 구체적인 내용들도 팍스로비드와 겹칠 가능성이 크다.
팍스로비드 처방 대상은 코로나19 증상이 나타난 지 5일 이내의 환자다. 구체적으로 재택치료 중이거나 생활치료센터에 입소한 65세 이상 고연령층 또는 면역저하자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팍스로비드는 지난 14일부터 처방돼 시작해 16일까지 사흘간 총 39명이 복용했다. 이 가운데 31명은 재택치료 중인 환자였으며 나머지 8명은 생활치료센터 입소자였다.
지금까지 팍스로비드 처방 건수는 예상치를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다만 정부가 초도물량 2만1000명분을 포함해 총 76만2000명분을 확보해 시간이 지날수록 팍스로비드 복용 환자는 늘어날 전망이다.
당국도 팍스로비드 처방 건수가 차츰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제 (팍스로비드를) 도입해서 현장에서 적응하고 있는 단계"라며 "각종 처방 기준에 대한 부분이나 절차에 대해 다소 숙련이 필요한 시기가 지나가면 처방이 더 활성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상 연구자들 사이에선 효과와 안전성 등의 측면에서 팍스로비드 대비 우위를 점해야 국산 경구용 항바이러스제가 살아남을 수 있다는 판단이 나온다.
코로나19 치료제 임상 책임자를 맡고 있는 한 대학병원 교수는 "임상 과정에서 팍스로비드에 못미친다는 판단이 서면 약물재창출이든 신약이든 경구용 항바이러스제 개발 추진이 버거워질 수 있다"라며 "임상에서도 팍스로비드 복용 대상과 겹치는 환자를 모집하는 게 힘들 수 있다"라고 밝혔다.
이어 "허가를 받더라도 팍스로비드가 표준이 된 상황에서 동등하거나 앞선 효과와 안전성이 입증돼야 경쟁력이 있다"라면서 "팍스로비드가 희소식이긴 하지만 개발자들에게는 딜레마로 다가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동지훈 기자 jeeh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