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남궁훈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 센터장이 카카오의 구원투수로 등판한다. 류영준 카카오 대표 내정자(현 카카오페이 대표)의 자진 사퇴로 발생한 리더십 공백을 메우고, '갑질·먹튀' 등의 이미지로 훼손된 카카오의 신뢰를 회복할 적임자로 그가 낙점됐다.
지난 3년간 카카오를 이끌어온 여민수 대표도 도의적 책임을 지고 물러난 상황에서 카카오는 남궁훈 신임 대표 내정자와 함께 제2의 도약에 나서게 됐다. 새롭게 태동 중인 메타버스를 중심으로 기업을 개편, 글로벌 시장으로 카카오의 무대를 넓히겠단 포부다.
카카오는 20일 오전 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남궁 센터장을 단독대표 내정자로 보고했다. 남궁 내정자는 오는 3월 예정된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거쳐 공식 대표로 선임될 예정이다.
또한 올 초 확대 개편돼 그룹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공동체 얼라인먼트 센터(CAC)'에는 김성수 카카오엔터테인먼트 각자대표가 센터장으로 선임됐다. 남궁 내정자가 카카오 대표이사로 새 비전을 제시한다면, 김 대표는 공동체 차원의 안정적 조율을 담당한다.
남궁훈 카카오 단독대표 내정자. 사진/카카오
이에 따라 지난 10일 류 대표가 카카오 대표 내정자 자리에서 내려오면서 발생한 리더십 공백은 열흘만에 해소됐다. 류 대표는 지난해 11월25일 차기 공동대표로 내정됐다. 카카오에 개발자로 입사, 보이스톡 개발을 주도했고 국내 최초 간편결제 서비스 카카오페이를 성공적으로 론칭한 공을 인정받았다. '골목상권 침탈·문어발식 확장' 논란으로 위기에 직면한 카카오에 혁신을 더할 인물로 지목된 것이다. 그러나 연말을 앞두고 카카오페이 경영진들과 스톡옵션을 대량 매도해 수백억원의 시세차익을 남기면서 '먹튀 논란'이 불거졌고 결국 류 대표는 두 달도 채 되지 않아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남궁 내정자의 선임도 과거의 성공 경험이 높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김범수 카카오 의장은 사내 공지문을 통해 "미래지향적 혁신을 실현해 나갈 적임자를 논의하는 테이블을 열었다"며 "엔케이(남궁 내정자)는 카카오게임즈를 성공적으로 성장시키는 경험을 축적해왔다"고 대표 내정 배경을 설명했다. 지난해 12월 카카오의 미래 먹거리를 모색하는 미래이니셔티브센터로 옮겨 공동체의 앞날을 모색하려던 남궁 내정자가 최고경영자(CEO)로까지 나서며 보다 적극적으로 사업을 이끌 것으로 기대했다.
특히 남궁 내정자는 김 의장의 오랜 동료이자 최측근이다. 1997년 삼성SDS에서 인연을 맺은 후 한게임 창업까지 함께한 사이다. 카카오의 미래를 맡긴 데 이어 위기를 타개할 주역으로까지 내세우며 무한한 신뢰를 보였다.
카카오는 그간 갑질 논란 이후 상생안, 카카오페이 먹튀 논란 이후 임원 주식 매도 가이드라인 등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위기에 대한 대응을 뛰어넘어 혁신이 있어야 진정한 신뢰 회복이 가능한 상황에서, 막중한 책임을 남궁 내정자에게 부여한 셈이다.
남궁 내정자도 이같은 책임을 인지, 카카오의 변화와 도전을 약속했다. 그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국민들께선 성장한 카카오에게 단순히 새로운 기술을 통해 세상을 바꾸는 이상의 역할을 기대하는 것 같다"며 "다시 새로운 땅을 개척하는 관점에서 모든 사업 전략을 새롭게 구성해야 한다고 생각해야 한다"고 대표 내정 소회를 밝혔다. "새로운 산업, 글로벌 시장에 도전하고 개척하는 카카오, 사회적 책임에 더 큰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는 카카오가 되겠다"는 포부도 함께 전했다.
이런 관점에서 남궁 내정자가 지목한 카카오의 지향점은 '메타버스'였다. 그는 "흔히 메타버스 세상을 3D로 보지만 디지털 콘텐츠의 모든 형태소를 전반적으로 바라보는 게 올바른 접근이라 생각한다"며 "카카오 공동체 내에는 텍스트·소리·이미지·멀티미디어 등 디지털 세상의 핵심 요소들을 모두 보유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카카오에서는 우리 시대의 화성, 무궁무진한 땅 메타버스를 개척하는 메타포밍 시대를 열어가겠다"며 "메타버스를 통해 새로운 땅을 발견하는 데 집중해 세계시장으로 확장하고 국민께 사랑받으며 성장하는 카카오가 되겠다"고 자신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