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뉴스토마토 장윤서 기자] 이재명 민주당 후보가 쇄신 행보를 이어갔다. 지난 21일 서울을 시작으로 서울과 경기 순회에 나선 이 후보는 수도권 민심 이반이 상당하다고 판단, 거듭 사과와 쇄신 의지를 보였다. 부동산 실정을 사과하며 대규모 공급책을 내놓는가 하면, 자신이 자란 성남에서는 불행했던 가족사를 언급하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이 후보는 여기에 그치질 않고 네거티브 중단, 30·40대의 젊은 장관 등용 등 파격적인 약속으로 민심을 파고들었다.
이 후보는 26일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위기극복을 위한 국민내각, 통합정부를 만들겠다”며 “대전환의 시대에 걸맞는 새로운 민주주의, 국민이 승리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정치교체’하겠다”고 선언했다. 이 후보는 특히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젊은 국민내각을 구성하겠다. 30대와 40대 장관을 적극 등용하겠다”며 “젊은 청년세대가 새로운 정치의 주역으로 우뚝 설 수 있도록 길을 열겠다”고 공언했다. 세대별 전투에서 밀리는 현 상황에 대한 위기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이번 대선의 최대 승부처인 2030 청년세대에 구애를 하는 동시에 강력한 지지 기반인 40대의 결집도 도모한 것으로 풀이된다.
네거티브 중단도 선언했다. 그는 "대선 과정에서 격화되는 네거티브 공방에 대해 국민 여러분의 걱정이 많으신 줄 안다"며 "실망감을 넘어 역대급 비호감 대선이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면목이 없다.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이 말을 마치고 90도로 허리 숙여 사과했다. 그러면서 "저 이재명은 앞으로 일체의 네거티브를 하지 않겠다"며 "네거티브를 확실히 중단하고 오로지 민생, 미래, 국민들의 삶에 대해서만 말씀드리겠다. 야당도 동참해달라"고 당부했다. 이 후보는 당 선거대책위원회도 네거티브를 중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 후보는 "대통령은 국가와 국민의 운명을 한 손에 쥔 사람으로 권한 행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소와 대통령의 자질과 능력은 검증해야 한다"며 "(이는)공방의 대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이와 무관한 네거티브 사안에 대해 공방하고 상대를 흠집 내는 것은 국민들에게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강한 비호감이 외연 확장의 최대 걸림돌이라고 판단, 검증을 제외한 네거티브는 지양해 국민적 호감도를 다시 끌어올리겠다는 계산으로 보였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6일 경기 파주시 금촌역 광장을 방문해 연설하고 있다. 사진/국회사진기자단
특히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부인 김건희씨의 '7시간 통화' 녹취록이 대중 이슈로 떠오르면서, 이에 대한 반대급부로 자신의 '형수 욕설' 파일도 재공개되면서 그 상처가 컸기 때문이란 분석도 이어졌다. 해묵은 논란으로 치부했던 욕설 파일이 다시 대중에게 각인되면서 가뜩이나 높은 비호감도를 치유할 방안이 마땅치 않게 됐다. 게다가 이 후보가 강점을 보이는 정책 대결이 사라지고 상호 비방만 남게 되면서 '미래'에 대한 의제 설정도 어려워졌다.
문제는 당과의 어긋난 행보에 있었다. 이 후보가 네거티브 중단 선언을 한 당일 민주당에서는 김씨의 '7시간 녹취록'이 재생하는 일이 벌어졌다. 김용민 의원은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장에서 김씨와 유튜브 '서울의소리' 이모씨와의 통화 녹음을 재생하면서 질의를 이어갔다. 이 후보가 당 선대위도 네거티브 중단에 동참해줄 것이라고 발표한 것과는 반대의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한편, 이 후보는 경기 순회 일정을 이날로 마무리한다. 당초 이 후보는 오는 27일까지 7일간 서울과 경기도 전역을 돌며 민심을 청취하고 바닥 민심을 공략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27일 이낙연 전 대표와 함께 광주를 찾기로 일정을 급히 변경했다. 권혁기 공보부단장은 "이 후보는 11시20분 광주 화정 아이파크 붕괴 현장을 방문한다"며 "광주 일정으로 바뀐 이유는 붕괴 사고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가 이 같은 결정을 한 데에는 피해자 가족들 때문으로 보인다. 송 대표는 이날 광주 사고 현장을 찾아 피해자 가족들이 모여 있는 천막에서 면담을 시도했으나 "왜 이제서야 왔냐"는 유족들의 서운함과 질타에 부딪혔다. 이 후보는 이 전 대표와 민주당의 핵심 지지기반인 광주의 바닥 민심을 수습하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6일 경기 파주시 금촌역 광장을 방문해 시민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국회사진기자단
경기=장윤서 기자 lan486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