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섣부른 긴급사용승인 언급, 무능 혹은 의도

입력 : 2022-02-09 오전 6:00:00
코로나19가 처음 발생한 지 약 2년이 넘었다. 치료제와 백신은 개발 단계마다 게임 체인저 혹은 게임 클로저 평가를 받으면서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목은 우리나라 기업에게도 쏠렸다. 여러 기업들이 개발을 선언하면서부터다.
 
코로나19 조기 종식에 대한 강렬한 염원이 통했는지 우리나라에서도 자체 개발 치료제가 등장했다. 글로벌 상위 제약사에게만 허락됐다고 여겼던 성과가 현실로 다가온 것이다.
 
국산 치료제를 포함해 국내외 기업들의 팬데믹 조기 종식 노력에도 바이러스와의 싸움은 지지부진하다. 오히려 델타, 오미크론 등 새로운 변이가 탄생하면서 국면은 인간에게 불리한 쪽으로 기울고 있다.
 
변이 바이러스 출현은 새로운 상황을 낳았다. 치료제든 백신이든 관계없이 변이 바이러스 대응을 위한 움직임이 시작됐다. 국내 기업 역시 변이 바이러스와의 전면전 대열에 합류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 자료를 보면 코로나19 치료제 임상은 17건, 백신 임상은 11건이 진행 중이다. 이 중 국내 업체가 승인받은 임상은 치료제 16건, 백신 10건이다.
 
신약을 포함해 새로운 적응증으로 의약품을 개발하려면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소모된다. 더욱이 신종 감염병 팬데믹 상황이라면 임상 과정도 순탄치 않아 어려움이 커진다. 앞서 자체 개발 코로나19 치료제이자 국산신약 개발이라는 성과를 거머쥐었지만 현실적으로 가능성은 많이 않은 게 사실이다.
 
코로나19 치료제·백신 개발사들의 노력을 폄하하자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꾸밈없이 묵묵한 개발 과정을 거치는 이들의 노력은 인정받아야 한다. 문제는 늘 그렇듯이 일부다.
 
최근 한 회사는 임상 승인을 알리면서 긴급사용승인 신청 시기도 못박았다. 이 회사의 말을 종합하면 임상 2상을 거쳐 다음달 긴급사용승인 신청 접수가 목표다.
 
긴급사용승인은 신종 감염병에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회사의 청사진과 달리 질병관리청장이 긴급사용승인을 요청하면 식약처가 관련 자료를 검토해 승인한다. 기존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도 같은 과정을 밟았다.
 
개발사가 식약처에 직접 긴급사용승인을 신청하는 방법도 있다. 다만 이 경우 식약처가 해당 의약품의 범위를 공고해야 한다. 획기적인 임상 결과가 나오지 않는 이상 기대하기 어렵다.
 
후보물질을 발굴해 전임상과 임상을 거쳐 상용화를 노리는 개발사라면 적어도 긴급사용승인 과정은 이해해야 한다. 행정적인 절차조차 알지 못하는 회사가 개발한 약이라면, 어느 과정에서 어떤 실수가 있을지 예상하는 것마저도 불안하다.
 
긴급사용승인 과정을 몰랐다면 의도적인 언급으로 해석할 수 있다. 상장사라면 주가 부양을 위한 장치라는 합리적 의심도 든다. 임상에서 환자를 모집해 투약도 이뤄지기 전에 긴급사용승인을 언급한 점은 주가 부양 목적일 수 있다는 의심에 힘이 실린다.
 
회사의 공식적인 발언 창구를 통해 나온 긴급사용승인 언급이 무능에서 비롯됐는지 주가 부양 목적인지는 내부자 가운데서도 소수만이 알 것이다. 무능과 의도 어느 쪽이더라도 '코로나19 치료에 혁신적 대안'을 내놓겠다는 회사라면 실현할 수 있는 약속만 나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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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