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동지훈 기자]
대웅제약(069620)과
메디톡스(086900) 간의 보툴리눔 톡신 영업비밀 침해 분쟁이 검찰의 무혐의 처분으로 새 국면에 접어들었다. 대웅제약은 긴 분쟁의 종결이라며 메디톡스에 법적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메디톡스는 남아있는 민사 소송과 검찰 항고를 통해 논란의 종지부를 찍겠다며 공개토론을 재차 요청했다.
9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형사12부는 지난 4일 메디톡스가 대웅제약을 상대로 고소한 산업기술유출방지법 및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사건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검찰은 "압수수색, 디지털 포렌식, 관련 직원들의 진술 등을 종합한 결과 메디톡스 고유의 보툴리눔 균주나 제조공정 정보가 대웅제약으로 유출됐다는 점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라며 무혐의 처분 배경을 설명했다.
이번 검찰 무혐의 처분은 지난 2016년 메디톡스가 대웅제약의 균주를 문제삼으며 분쟁의 시작을 알린 지 약 6년 만에 나온 것이다.
당시 메디톡스는 자사 보툴리눔 균주와 생산 공정을 도용했다며 대웅제약에게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대웅제약의 보툴리눔 톡신 '나보타' 원료인 균주가 메디톡스 제품 '메디톡신' 등에 쓰인 것과 일치하고, 생산 공정 역시 메디톡스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이에 대해 대웅제약은 독자적으로 개발한 보툴리눔 톡신이라며 메디톡스 주장에 반박했다.
두 회사 간 다툼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불거졌다. 메디톡스가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대웅제약을 상대로 소송을 낸 것이다. ITC는 대웅제약이 메디톡스의 영업비밀을 침해했다면서 나보타(미국 수출명 주보) 21개월 수입 금지 명령을 냈다. 현재는 메디톡스가 대웅제약 미국 파트너사들과 합의한 데 이어 ITC가 판결을 무효화한 상태다.
대웅제약 전경. 사진/대웅제약
대웅제약은 검찰의 무혐이 처분으로 ITC 판결의 오류도 뒤집었다면서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면서 긴 분쟁이 마침내 종결됐다고 표현했다. 메디톡스에는 법적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대웅제약은 "애초에 영업비밀 침해는 존재하지도 않았고 나보타는 대웅제약이 자체 균주와 기술로 개발했음이 명백하다"라며 "검찰이 4년여에 걸친 광범위한 조사를 통해 혐의 없음 결론을 내리면서 마침내 진실이 밝혀졌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동안 메디톡스의 주장은 모두 허위임이 밝혀졌다"라며 "이제는 경쟁사에 대한 음해와 불법행위를 일삼던 메디톡스에게 그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메디톡스 글로벌 비즈니스 센터. 사진/메디톡스
메디톡스는 검찰 처분에 대해 "충분한 자료 검토와 수사 없이 판단한 졸속 수사이자 명백한 과오"라고 평가했다.
메디톡스가 졸속 수사라고 지적한 것은 ITC 자료 제출 때문이다. ITC 소송 결과에 대한 해석에서도 양사는 다른 견해를 보였다.
대웅제약은 ITC가 공식적으로 무효화 결정을 내리는 순간부터 관련 법적 효력이 백지화된다는 쪽으로 해석했다. ITC의 결정문이 이전과 동등한 법적 무게를 가지는 것처럼 호도하는 것은 명백한 왜곡이라는 것이다.
메디톡스 주장을 종합하면 ITC 소송 과정에서 대웅제약의 영업비밀 침해 관련 자료와 증거가 취합됐으나 이번 국내 형사 소송에서 제출되지 않았다. 남은 민사 소송과 검찰 항고를 통한 재판 과정에서 승리를 자신하는 것도 ITC 자료 때문이다.
이와 관련, 메디톡스는 "ITC가 2년여간 조사한 방대한 자료에는 대웅이 국내에서 균주를 발견했다는 주장이 거짓이라는 명확한 증거들이 존재한다"라며 "검찰과 관련자들의 비 협조로 제출되지 못했지만, 다행히 국내 민사에는 제출됐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ITC를 포함한 미국의 법률과 한국의 법률 시스템의 차이를 이용해 범죄 사실을 교묘히 은폐하고 있는 대웅의 행위가 너무 개탄스럽다"라며 "메디톡스는 진행 중인 국내 민사와 검찰 항고 절차를 통해 반드시 진실을 밝힐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밖에도 메디톡스는 당사자 간 대면을 통해 진실을 밝히자며 대웅제약에 공개토론을 요청했다. 이에 대해 메디톡스는 "2016년 양사간 분쟁의 시작부터 메디톡스가 공개 토론을 통한 해결을 제안했듯이 대웅은 이제라도 이러한 소모전을 그만하고 진실을 밝히기 위한 객관적 공개 토론에 참여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동지훈 기자 jeeh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