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장윤서 기자] 이재명 민주당 후보가 이승만, 박정희 두 전직 대통령에게 참배했다. 5년 전 경선 당시 외면했던 모습과는 달랐다. 공식 선거운동 시작을 하루 앞두고 진영을 가리지 않는 '통합'의 대통령을 강조하기 위함이다.
이 후보는 14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김대중·김영삼·박정희·이승만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했다. 그는 현충원 방명록에 '선열의 뜻을 이어 위기에 강한 통합 대통령, 유능한 경제 대통령이 되겠다'고 적었다.
이 후보는 참배 후 기자들과 만나 "제가 5년 전에는 경선하면서 내 양심상 독재자와 한강 철교 다리를 끊고 도주한 국민을 버린 대통령을 참배하기 어렵다고 말씀드렸다"며 "그러나 5년의 세월이 지나면서 저도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의 사회적 역할도, 책임감도 많이 바뀌고 커졌다"며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역사의 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공은 기리고 과는 질책하되 역사의 한 부분으로 기억하는 것은 분명하다"며 "국민의 대표가 되려면 특정 개인의 선호보다는 국민 입장에서, 국가 입장에서 어떤 게 더 바람직한지를 생각해야 된다고 지금은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이 후보는 "코로나19를 포함해 경제적으로, 국제적으로 매우 어려운 시기"라며 "대한민국의 운명이 결정되는 대선을 앞두고 무거운 책임감으로 우리 선열들을 찾아뵈었다. 국민들과 손잡고 선열의 뜻을 이어서 대한민국의 국민들께 대한민국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는, 더 잘 사는 나라로 만들겠다는 다짐을 드렸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 후보는 오는 15일 공식 선거운동에 임하는 각오에 대해 "과거로 갈지 미래로 갈지, 정쟁이 계속될지 성장이 회복될지, 분열과 증오로 싸울지 평화와 통합의 세상이 될지, 정치보복이 난무하는 과거로 돌아갈지 아니면 국민을 중심에 두고 선의의 경쟁이 벌어지는 진정한 민주국가로 갈지가 결정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면서 "깊은 책임감, 정말 큰 무게를 느낀다"며 "제 영혼의 밑바닥까지 다 동원해서 죽을 힘을 다해서 더 나은 대한민국, 우리 국민들의 더 나은 삶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4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현충탑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편 전날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갑작스레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에게 단일화를 제안한 것과 관련해서는 "정치는 국민을 중심에 두고 국가 발전과 국민의 더 나은 삶을 위해 있는 것"이라며 "언제나 모든 일에서 국민과 국가의 미래를 생각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그 외엔 특별히 더 드릴 말씀은 없다"고 했다. 이 후보는 그간 '통합정부'를 매개로 안 후보와의 연대를 적극 검토한 바 있다.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장윤서 기자 lan486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