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원료의약품 자국화해 제약 기초체력 늘려야

입력 : 2022-02-15 오전 6:00:00
오랜 시간이 드는 일에서 성과를 보려면 기초 체력은 필수다. 해묵은 문장처럼 보이지만 대체로 어느 경우에나 적용된다. 
 
제약바이오 산업에서 중요한 기초 체력 중 하나는 원료의약품이다. 원료의약품은 제조 공정이 마무리된 완제의약품 생산에 쓰이는 물질을 말한다. 신약과 복제약(제네릭)을 막론하고 임상시험을 거쳐 허가된 약을 만드려면 약의 재료가 있어야 하는 셈이다.
 
우리나라 제약바이오 산업이 갖춘 원료의약품 경쟁력은 시간이 지날수록 약해지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의약품종합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2005년부터 2020년까지 등록 원료의약품 7085개 중 국내 제조분은 1204개로 전체의 18%에 불과하다. 수입산 원료의약품 도입이 허용되자마자 국내 생산분이 설 자리를 잃어간 셈이다.
 
국내 생산분의 빈자리는 가격경쟁력을 앞세운 수입산 원료의약품이 채웠다. 중국과 인도산이 대표적이다. 한국의약품수출입협회 국가별 수입현황 자료를 보면 지난 2020년 국내에 가장 많은 원료의약품을 공급한 국가로는 중국(7억8000만달러)과 인도(2억3000만달러) 등이 이름을 올렸다.
 
정부도 원료의약품 부족 문제를 인지하고 개선책을 내놓기로 했다. 김부겸 국무총리가 지난 10일 제142회 국정현안 점검 조정회의 모두 발언에서 특정 국가의 원료의약품 편중을 지적하고 관리 방식 유연 적용을 언급한 것이다.
 
김 총리는 당시 "제약주권이 강조되는 지금, 필수의약품 확보는 정부 대응역량에 대한 또 하나의 시험대가 될 것"이라며 "필수의약품의 자급력을 강화하는 방안, 특정 국가에 편중해 있는 원료공급처를 다변화하는 전략, 시급성에 따라 관리 방식을 유연하게 적용하는 방안을 논의한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원료의약품의 자급률이 37%에 불과하고, 일부 업체는 채산성 부족을 이유로 생산을 기피함에 따라 필수의약품 공급이 원활하지만은 않다"라며 "백신, 항생제와 같은 의약품을 충분히 보유하고 있어야만 어떤 상황에서도 의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발언은 그동안 지속됐던 수입산 원료의약품 편중 현상에 따른 것이라 보기는 어렵다. 코로나19 장기화로 하늘길이 막히자 원료의약품 수급이 어려워져 국가필수의약품, 호르몬제 등을 만들기 어려워진 점에 집중한 측면이 있다.
 
정부 당국자들이 현안을 논하는 자리에서 원료의약품 문제가 거론된 것은 반갑기도 하지만 늦은 감도 있다. 코로나19 발생 이전부터 산업계가 원료의약품 국산화를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꾸준히 지적했기 때문이다.
 
제약바이오 산업은 국민 건강을 다루는 중대한 분야다. 코로나19라는 상황의 특수성은 이해하더라도 특정 품목에 대한 원료의약품 수급을 걱정하는 것은 근시안적 시각에 지나지 않는다.
 
국민 건강 증대는 일부 품목 생산과 비축을 위한 원료의약품 수급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코로나19 이후까지 염두에 두고 원료의약품을 국산화 해 제약바이오 산업 기초 체력을 키워야 할 때다.
 
산업2부 동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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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