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승진 기자] 광주 지역 시민단체 연합회가 HDC현대산업개발(현산)에 대한 서울시의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는 상경 투쟁에 나섰다. 시민단체들은 현산에 대한 행정적 제재 권한이 있음에도 이를 방기한 서울시 역시 붕괴 참사에 대한 책임을 피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광주 지역 40여개 시민단체들로 연합된 '현대산업개발 퇴출 및 학동·화정동 참사 시민대책위원회'는 17일 서울시청 앞에 모여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은 서울시가 광주 학동 철거 현장 붕괴 사고와 관련해 현산을 상대로 청문회를 개최하는 날이다.
대책위는 서울시가 현산에 대한 행정적 처분을 미뤄온 탓에 또다시 광주 화정동에서 붕괴 참사가 일어났다고 지적했다. 광주 동구청이 지난 6월 학동 붕괴사고가 발생하자 3개월 뒤, 서울시에 현산에 대한 8개월 영업정지 처분을 내려줄 것을 요청했지만, 서울시가 시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산에 대한 행정처분은 등록 관할서인 서울시가 주관해 동구청이 나설 수 없다.
이날 투쟁에 함께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권영국 변호사는 “서울시가 신속하게 영업정지를 내렸다면 화정 아이파크 참사는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며 “서울시의 늑장 대응이 결국 제2의 붕괴 참사로 이어지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반면, 서울시는 행정처분을 내리기 위해서는 당시 하도급 업체였던 한솔기업의 등록관청인 영등포구의 처분 결과가 먼저 서울시에 통보돼야 현산을 처벌할 수 있어 어쩔 수 없이 늦어졌다는 입장이다. 현산에 대해 ‘하수급업체 관리 의무 위반 ’혐의를 적용하기 위해서는 한솔기업에 대한 혐의부터 증명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태희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지난 5월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오세훈 서울 시장이 선행적 안전 조치를 취해야 함에도 의무를 다하지 않고 있다”며 “또다시 현산이 사고를 저지르면 서울시장이 책임질 것이냐”고 말했다. 그는 “서울시는 하청사가 처분을 받아야 현산을 처벌할 수 있다는 핑계를 대는 것”이라고 했다.
대책위는 제대로 된 처벌이 없어 현산이 무책임한 행태를 나타내고 있다고도 했다. 현산이 처음 광주 학동에서 참변을 일으킨 후 7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사고 책임을 묻거나 대책을 마련하지 않아 또다시 붕괴 참사를 냈다는 것이다. 이지우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간사는 “지금까지 건설 사고가 나면 원청에 대한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불과했다”며 “서울시가 나서 현산에 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처벌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대책위는 이러한 참사를 막기 위해 △현대산업개발 퇴출 △오너인 정몽규 회장 엄벌 △공무원의 감독 인·허가 과정 등 감독 부실에 대한 처벌 규정 도입이 필요하다며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대산업개발 퇴출을 위한 학동·화정동참사 시민대책위 소속 회원들이 17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열린 '현대산업개발 퇴출을 위한 서울시 청문회 항의 상경 투쟁 및 기자회견'에서 손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뉴시스
조승진 기자 chogiz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