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승진 기자] 서울시가 2024년까지 지하철 엘리베이터 설치를 위한 예산 650억원을 편성했음에도 전국장애인차별연대(전장연) 의 출근길 기습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부터 출근길 기습 시위를 이어가고 있는 전장연은 서울시가 약속한 바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며 책임을 다하기 위해 예산 편성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이다.
전장연은 8일 오전 7시41분부터 10시18분까지 약 2시간30분간 서울 지하철 3호선 일대에서 승하차 시위를 벌였다. 올해 들어서만 7번째다. 이들은 3호선 내 경찰병원 방면과 동대입구 방면을 순차 점령했으며, 한 정거장당 6분 가량 머물렀다.
전장연은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위한 적절한 예산을 마련하라며 서울시를 겨냥했다. 서울시가 2022년 지하철 역사 내 엘리베이터 공사 예산을 당초 예상 안인 119억원에서 96억원으로 축소했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애초에 2022년까지 1~8호선 전체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하겠다고 했는데, 23억원 가량을 삭감하며 최초 약속과는 달리 아직 설계비조차 반영되지 않은 역사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관계자들이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역 5호선 승강장에서 기획재정부 장애인권리예산 반영 촉구에 대한 입장발표 기자회견을 마친 뒤 이동권 보장 정책, 교육권 연내제정 등을 요구하며 지하철에 탑승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서울시는 시기가 조금 늦춰졌을 뿐 2024년까지 전역사 엘리베이터 설치를 완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2024년까지 총650억원을 편성할 것이라고도 했다. 서울교통공사도 “현재 5개 역사에 엘리베이터 공사를 하는 상황”이라며 “남은 (엘리베이터가 없는)16개 역사 중 3개 역에서만 설치 방안이 뚜렷하게 정해지지 못해 계속 방안을 찾고 있는데, 이 3개 역사에 예산이 반영되지 않아 (기존 119억원에서 23억원이) 삭감된 것뿐”이라고 말했다.
반면 전장연은 서울시와 공사의 이 같은 주장을 신뢰하지 못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미 2022년까지 모든 지하철역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하겠다고 공언했으나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더욱이 서울시와 공사가 2000년대 초반부터 지하철 내 엘리베이터 100% 설치를 약속해왔으나 20여년이 넘는 시간 동안 시행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우정규 전장연 활동가는 “지자체가 장애인에게 약속한 내용이 단 한번도 지켜진 적이 없다”며 “2024년까지 서울시가 완공할 것이라고 했지만 믿을 수 있겠나”고 했다.
전장연은 기획재정부(기재부)를 향해서도 비판의 소리를 냈다. 지난해 12월31일 통과된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법(교통약자법)’이 제대로 시행되기 위해서는 예산이 뒷받침돼야 하지만 기재부의 의무 지원이 명시되지 않아 법안이 휴지조각이 됐다는 것이다.
실제 인천에서는 법안 통과 이후에도 예산 부족으로 장애인 콜택시의 법정 운행 대수인 253대를 충족시키지 못한 채 196대만 운영하고 있다. 세종시도 장애인 콜택시를 법정 운행 대수인 31대를 채우지 못한 채 20대만 보유하고 있다. 지자체별 예산 편차가 있지만 기재부는 장애인 관련 사업은 기본적으로 지자체가 알아서 해결해야 할 영역이라는 입장이다.
전장연은 장애인 이동권은 교육권과 노동권 등 생존의 문제라며 장애인의 권리 보장을 위한 행정 시행과 적정한 예산 수립이 이뤄질 때까지 출근길 기습 시위를 이어나가겠다고 밝혔다.
조승진 기자 chogiz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