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장윤서 기자] 이재명 민주당 후보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를 지목해 "러브콜"을 보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 안 후보 간의 단일화가 결렬되자, 이 후보는 일단 안도하며 틈새를 공략하는 모습이다. 특히 이 후보는 단일화 결렬을 기점으로 지지율 상승을 이루자 통합정부·정치개혁 연대의 시그널을 보내며 중도층 확장에 매진했다.
이 후보는 23일 오전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통합정부론과 관련해 "분열과 증오의 정치를 하지 않는, 우리나라가 잘 되어야 한다는 선의를 가진 사람과는 비록 지금은 경쟁해도 통합의 정부를 만들겠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했다"며 "안 후보와 일치하는 부분이 있어서 '러브콜'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후보가 통합정부 대상으로 안 후보를 콕 집어 이야기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러브콜"이라는 단어까지 사용한 것은 가치연대를 위한 적극적 의미라고 이 후보 측은 설명했다.
이 후보가 안 후보와의 연대에 적극적 의사를 표명한 것은 단일화 결렬과 이 후보의 지지율 간 연관성도 작용했다. 전날 발표된 한길리서치 여론조사 결과(19~20일 성인 1027명)에 따르면 안 후보가 윤 후보와 단일화 결렬 선언(20일 오후 2시)을 하기 이전에는 이재명 38.1% 대 윤석열 43.8%였다. 하지만 단일화 결렬 선언 이후에서는 이재명 44.2% 대 윤석열 42.3%로, 비록 오차범위 내지만 결과가 뒤집혔다. 또 이날 발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 결과(21~22일, 성인 1014명)를 보면 이 후보는 38.3%의 지지를 얻었다. 2주 전 조사에 비해 1.4%포인트 올랐다. 반면 윤 후보는 39%로, 2주 전보다 1.1%포인트 떨어지면서 두 후보가 초접전 양상을 보였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3일 충남 당진어시장에서 유세를 열고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 후보로서는 단일화 결렬의 효과를 톡톡히 누린 셈이다. 이 후보는 4자 구도에 만족하지 않고 본격적으로 안 후보와의 연대에 나섰다. 고리는 통합정부와 정치개혁이다. 이 후보는 지난 14일 집권 시 임기 내 대통령 4년 중임제 개헌을 추진하고 모든 정치세력과 연대해 통합정부를 구성하겠다고 약속했다. 특히 통합정부를 구성하기 위해 '국무총리 국회 추천제'를 도입하는 등의 구체적인 개혁안도 내놨다. 또 비례대표제를 왜곡하는 위성정당을 금지해 다당제를 보장하겠다 했다. 안 후보와의 교집합도 자연스레 만들어졌다.
통합정부론은 송영길 민주당 대표가 착안한 구상이다. 윤 후보와 안 후보 간의 야권 단일화가 주목받던 지난해부터 송 대표는 꾸준하게 안 후보를 향해 공개구애를 보냈다. 송 대표는 열린민주당과의 합당을 마무리하면서 '여권 대통합'에 마침표를 찍자 3지대 공략을 통한 외연 확장에 나섰다. 송 대표는 안철수, 김동연 후보를 한 데 묶는 '반윤석열 연대'를 머리에 두고, 이 과정에서 통합정부와 책임총리제 등을 핵심으로 제시했다. 일종의 가치연대다.
다만 이 후보와 안 후보 간 연대가 이뤄질 지는 불투명하다. 안 후보는 이날 울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 후보의 정치개혁 방안에 대해 "그게 왜 거래 대상이냐"며 "조건부로 할 일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또 이 후보와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서도 "국민의힘에서도 어떤 정책 제안을 받아본 적이 한 번도 없다"며 "오히려 전혀 연락을 못 받고 지금까지 시간을 보냈다. 민주당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는 역으로 이 후보가 진정성을 갖고 접촉을 시도할 경우 사정은 달라질 수 있다는 말로도 해석됐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23일 오전 울산시의회 프레스센터에서 울산지역 기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있다.(사진=뉴시스)
장윤서 기자 lan486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