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동지훈 기자]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큰 폭으로 증가하면서 먹는 치료제 '팍스로비드' 처방 확대와 추가 도입 물량 확보가 관건으로 떠오르고 있다. 일각에선 선구매 물량을 가져오지 못하는 경우에 대비한 스와프 대안도 내놓는다.
17일 세계보건기구(WHO)의 주간 역학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7~13일 전 세계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1140만7714명으로 전주 대비 8% 증가했다. 국가별로 보면 이 기간 우리나라에서만 210만171명이 코로나19에 감염돼 가장 많은 신규 확진자가 발생했다.
이번 주 들어서는 신규 확진자가 폭증하면서 유행이 정점으로 향하는 모양새다. 이날 0시 기준 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총 62만1328명으로 집계됐다. 전날 40만741명에서 하루 만에 22만명 넘게 폭증한 수치다.
우리나라의 거센 확산세는 코로나19 관련 국제 통계 사이트 '아워월드인데이터' 그래프에서도 알 수 있다.
존스홉킨스대학교 코로나19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아워월드인데이터의 100만명당 확진자 그래프를 보면, 주요 국가 중에선 우리나라의 확진자 증가세가 가장 두드러진다. 특히 '제로 코로나'를 선언했다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영향으로 재유행을 겪고 있는 홍콩, 뉴질랜드와 비교해도 확진자 규모에서 앞선다.
코로나19 국제 통계 사이트 '아워월드인데이터'의 100만명당 확진자 그래프. 녹색 선이 우리나라 그래프로 '제로 코로나' 선언 뒤 유행 정점을 경험한 홍콩, 뉴질랜드를 비롯해 전 세계 평균을 크게 앞선다. (자료=아워월드인데이터)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신규 확진자가 큰 폭으로 증가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는다. 일각에선 화이자와 계약한 선구매 물량 중 일부를 도입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는다.
우리 정부가 화이자와 계약한 팍스로비드는 총 76만2000명분이다. 이 중 우리나라에 들어온 물량은 16만3000명분이다. 실제 처방에 쓰인 물량은 지난 14일 기준 약 5만3000명분으로 30% 수준이다. 재고로 11만명분이 남아있지만 지자체가 질병관리청에서 물량을 받고 이를 다시 약국으로 배분하는 과정상 실제 환자들이 처방받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선구매 물량 도입에 차질이 있을 수 있다는 관측은 전 세계적인 확산세 때문이다. 이와 관련,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는 "3월 말까지 남아있는 11만명분으로 버텨야 한다"라며 "(우리뿐 아니라 다른 나라들도 확진자가 증가하는 곳들이 있어) 남은 팍스로비드 물량을 구하지 못할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대안으로는 다른 나라와의 스와프 계약이 거론된다. 실제로 코로나19 상황에서 우리 정부는 이스라엘, 루마니아, 영국 등과 백신 스와프를 체결한 바 있다.
정기석 교수는 "전 세계 코로나19 확진자 중 4분의 1이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만큼 다른 나라에서 선구매한 (팍스로비드) 물량을 스와프를 통해서 가져와야 한다"라며 "오미크론 유행을 넘기면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물량을 나누면 된다"라고 강조했다.
화이자 코로나19 경구치료제 '팍스로비드'. (사진=뉴시스)
우리 정부는 팍스로비드 재고량과 투여 현황, 환자 발생 추이 등을 고려해 필요시 추가 구매도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즉각적인 추가 구매와 외교력 동원을 당부했다.
천은미 교수는 "이번 주와 다음 주까지 팍스로비드 재고 11만명분을 모두 처방하고 남은 계약 물량을 시급히 확보해야 한다"라며 "화이자와의 추가 구매 계약도 진행돼야 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미국처럼 유행 정점을 지난 국가와 협상하는 등 외교력을 동원해서라도 더 많은 팍스로비드를 확보하는 게 시급하다"라고 덧붙였다.
동지훈 기자 jeeh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