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생명과학사업본부 연구원들이 신약연구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 (사진=LG화학)
[뉴스토마토 동지훈 기자] 해외에선 제약바이오 기업 간의 인수합병을 통해 성장 동력을 마련하는 현상이 보편화한 반면 우리나라 산업계에선 이 같은 기조가 없어 전향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제약바이오업계에서 연매출 1조원은 안정적인 영업 활동과 꾸준한 신약개발 동력을 갖췄다는 상징으로 해석된다. 기존에는 일부 제약바이오 기업들만 1조 클럽에 이름을 올렸으나 코로나19 확산 이후에는 진단업체들이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해마다 1조원대 매출을 올리는 업체는 늘어났지만 세계 기준에서 우리나라 제약바이오산업은 추격자 단계에 머물러 있다.
국내 업체들의 현상황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는 연구개발비다. 다국적 제약사로 불리는 빅파마들의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는 40%를 넘는 반면 국내 상장사의 투자는 절반인 20%대가 최고치다. 중견 제약사로 평가되는 매출 5000억원대 기업만 추려도 매출 대비 20%대 연구개발비를 쏟는 곳은 극히 일부다.
해외에선 연구개발비 투자를 늘리고 이를 통해 신약개발을 추진하기 위해 기업 간 인수합병을 선택한 사례도 잦다. 대표적인 예는 일본 내 2위 제약사로 성장한 아스테라스제약이다.
아스테라스제약은 지난 2004년 비뇨기 계통 치료제에 강점을 보였던 야마노우치와 피부과에 정통했던 후지사와가 합병해 탄생했다. 아스테라스제약은 합병으로 10억달러가 넘는 연구개발비 투자를 확보했다. 아스테라스제약 출범 이듬해인 2005년에는 다이이찌와 산쿄라는 기업이 합병하면서 다이이찌산쿄가 탄생했고, 마찬가지로 10억달러 규모의 연구개발비 투자를 확보했다.
일본을 제외하더라도 기업 간 인수합병을 통해 몸집을 불린 예는 많다. 코로나19 백신 개발사인 얀센의 모기업 존슨앤드존슨은 2005년 화이자의 비처방약 사업부문을 인수한 바 있다.
한미약품 연구원이 신약개발을 위한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 (사진=한미약품)
업계에선 일정 수준의 연구개발 역량과 자금력을 확보한 기업끼리 합병해야 신약개발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관측한다.
업계 관계자는 "산업계가 전체적으로 발전하려면 신약개발이 가장 중요한데, 신약을 만들기 위해서는 막대한 자금과 R&D 기술이 필요하다"라며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면 각자도생보다는 합병이 나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통합법인은 합병 당시 가장 큰 기대 효과로 GC녹십자랩셀의 세포치료제 연구, 공정기술과 GC녹십자셀의 제조역량의 유기적 결합 및 활용을 꼽았다. 양사가 공통적으로 개발 중인 면역세포치료제 분야에서 전 영역에 걸친(T, NK, CAR-T, CAR-NK 등) 파이프라인 확보가 가능해지며 위탁개발생산(CDMO)도 확장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인수나 합병으로 여러 기업이 하나로 뭉치면 최종 완성형은 산업 주도형 기업으로 발돋움하는 방향이다. 신약개발 측면에서 압도적인 소수의 기업 주도로 업계 분위기를 형성하는 방식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제약바이오산업의 중요성이 커진 데다 위탁생산(CMO) 등의 분야에서 우리나라가 강점을 갖췄다는 인식이 형성돼 지금보다 더 좋은 기회는 없다"라며 "이해관계가 맞는 상위 기업들끼리 힘을 합치려는 시도가 있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또 "일본 아스테라스제약 사례처럼 R&D 역량과 자금력을 갖춘 기업들이 힘을 합해 신약개발 동력 마련하는 게 최상의 결과"라며 "이런 기업들이 최소 2~3개만 나오면 업계를 주도해 연구개발을 확대하고 신약개발로 수익을 창출한 뒤 이를 다시 연구개발비에 투자하는 선순환 구조가 자리잡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동지훈 기자 jeeh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