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승진 기자] 최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장애인 시위와 관련한 발언을 두고 정치권은 물론 시민사회에서도 비판이 거세다. 같은 당내에서도 이 대표의 발언을 두고 비판을 가하는 한편, 이 대표가 또다시 ‘소수자 갈라치기’ 전략을 구사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전국장애인차별연대는 28일 오전 8시부터 서울 3호선 경복궁역에서 출발해 4호선 혜화역까지 지하철 시위를 벌였다. 같은 날 장애인 단체의 시위가 시작되기 10분 전인 오전 7시50분, 이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또다시 장애인 시위를 겨냥하는 발언을 올렸다. 이 대표는 “고민정 의원이 고민하다가 출퇴근하는 시민들을 볼모 삼는 것을 옹호하는 것 같다”며 “아래 사진에 있는 분이 지하철에서 임종 가려면 버스 타고 가라고 한 분”이라고 했다.
이 대표가 말한 ‘임종 버스’ 사건은 장애인 단체가 '교묘한 짜깁기 영상'임을 이미 증명한 내용이다. 지난 18일 장애인단체는 “해당 장애인이 ‘몇 년 전 어머니 임종이 임박했다는 전화를 받고도 장애인 콜택시 배차가 안 돼 병원에 가지 못했다, 너무 죄송하다’고 말했지만, 이 부분이 편집된 채 앞부분에 ‘버스 타고 가세요’라는 말만 실린 영상이 퍼지고 있다”며 사실을 바로잡은 바 있다. 그런데도 이 영상은 여전히 온라인을 떠돌아다니며 장애인단체를 공격하는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 대표 역시 이를 활용했다.
정치권에서는 이 대표를 향해 비판을 가하고 있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정치권의 책임 방기를 지적하는 시위에 여당 대표가 모욕적 발언을 한 데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이런 목소리가 이준석 단 한 사람의 의견에 불과하고, 국민의힘의 공식적 입장이 아니라는 소리가 자당 내에서 나오는 것이 필요한 민주주의의 모습"이라고 말했다.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 역시 이날 시위에서 무릎을 꿇고 이 대표의 발언을 대신 사과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김 의원은 <뉴스토마토>와 인터뷰에서 “그동안 장애계에서 장애인 권리 예산 권리 촉구를 위해 선전전 활동을 하는 걸 보면서 한 사람의 국회의원이자 시각장애인으로서 죄송한 마음”이라며 “정치인 한 사람으로서 책임을 통감하고 합의점을 찾아보겠다”고 했다. 이종성 국민의힘 의원도 이날 이 대표를 찾아 우려의 뜻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의 발언에 청년들도 분노를 표했다. 20·30세대로 이뤄진 청년 정치 단체 '청년하다'의 대표 이해지씨는 “이준석 대표는 장애인 단체의 이동권 시위를 왜곡하고 있다”며 “시민에게 불편함을 주는 것은 장애인 이동권을 보장하지 않는 이준석”이라고 비판했다. 트위터에서는 일반 시민들을 중심으로 전장연 단체에 후원금 내역을 인증하며 단체에 지지를 표명하는 ‘릴레이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전문가들도 이 대표가 또다시 '소수자 갈라치기'에 나섰다고 지적했다. 권수현 젠더 정치연구소 여세연 대표는 “이준석의 정치는 정치적 권한이 사실상 없었던 소수 집단을 비난하는 식”이라며 “소수를 배제하는 식의 정치는 한국 민주주의가 쌓아 올린 기반을 무너뜨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평론가 박창환 장안대학교 교수는 “이 대표는 장애인 이슈를 국회에 반영하고, 해결책을 찾는 대신 소수자 탓만 하고 있다”며 “정치 본연의 자세가 안 돼 있는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과 전국장애인차별연대 소속 회원들이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복궁역 3호선 승강장에서 장애인 이동권 보장·장애인 권리예산 반영을 요구하며 출근 시간대 지하철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조승진 기자 chogiz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