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쌍용차 투기판 개미무덤 되나

쌍용차 인수발 광풍…"투자 유의"
쌍방울·KG그룹 "자금조달 문제없다"
금융당국 "불공정거래 엄중 조치"

입력 : 2022-04-11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김연지 기자] 쌍용차(003620) 인수전에 뛰어든 기업들의 주가가 널뛰기를 반복하고 있다. 쌍용차와 스치기만해도 주가가 급등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형국이다. 전문가들은 쌍용차 인수 이슈가 투기 테마로 전락해 소액 투자자들의 피해가 커질 수 있다며 투자에 주의를 당부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쌍용차 인수전에 뛰어든 쌍방울그룹과 KG그룹 등의 주가는 급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쌍방울(102280)은 지난달 31일 쌍용차 인수 작업에 나선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3거래일 연속 급등세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달 5일 자금 조달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되면서 전 거래일 대비 6.11% 하락했다. KG동부제철 우선주는 KG그룹이 쌍용차 인수 의향을 밝힌 지난 6일부터 사흘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다.
 
쌍용차 인수전에 뛰어든 기업들의 주가가 단순히 인수 참여 의사를 밝힌 것 만으로도 급등락을 반복하고 있어 투자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인수에 뛰어들기만 하면 주가가 오르고, 투자자들이 몰려가는 이런 현상들이 반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인수 관련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은 상황이고, 최종적으로 인수자로 결정이 된다고 하더라도 인수 이후 경영 정상화의 과정은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고, 또 높은 수준의 불확실성도 존재한다"고 말했다. 황 위원은 "실제 인수를 한 뒤 정상화에 대한 준비가 제대로 되어 있느냐에 대한 합리적인 고민 없이 막연한 기대감으로 주가가 많이 움직이는 것 같다"며 "대규모 투자 손실이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실질적인 인수 가능성을 꼼꼼히 살펴보고, 보수적인 관점으로 보다 신중한 판단을 내릴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쌍용차 인수전의 관건은 자금력이다. 앞서 쌍용차 인수에 나섰던 에디슨모터스는 인수 대금 잔금을 기한 내 납입하지 못해 계약이 해제됐고 에디슨모터스의 쌍용차 인수는 최종 무산된 바 있어, 인수전에 뛰어든 기업들의 자금 조달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쌍용차 인수 의향을 밝힌 쌍방울 그룹의 자금력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쌍방울 그룹 관계자는 "KB증권, 유진투자증권을 통해 4500억원 규모의 쌍용차 인수자금 조달 준비를 마쳤다"며 "투자의향서도 다 받아놓은 상태고, 인수 자금 확보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이어 "인수 자금 마련에 대한 우려의 시선이 있는 것도 파악하고 있으나, 현재 회사의 자금력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면서 "4500억원도 준비가 돼 있고, 이스타항공 인수를 준비했던 자금도 있다"고 설명했다.
 
쌍방울그룹은 자금 조달력 의문에 더해, 먹튀 논란으로도 곤혹을 치르고 있다. 주요 계열사인 미래산업(025560)이 다른 계열사인 아이오케이(078860)의 주식을 매도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소위 '먹튀' 논란이 일었다. 쌍방울 측은 보도자료를 통해 "미래산업의 아이오케이 주식매도는 차익 실현이 아닌 손실을 감수한 매도"라며 "인수를 앞두고 예민한 상황인 만큼 일부 투자자들의 피해가 없도록 추측성 보도를 자제해달라"고 당부했다.
 
쌍용차 인수전에 뛰어든 KG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KG케미칼(001390)의 지난해 말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3600억원에 달한다. KG그룹 관계자는 "지주회사 격인 KG케미칼이 3600억원을 가지고 있고, 하반기에 계열사인 KG ETS(151860)의 폐기물 사업부를 약 5000억원에 매각하면 그 자금도 유입될 것"이라며 "자금 부분에 있어서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쌍용차 인수전에 뛰어든 기업들의 주가가 널뛰고 불공정거래 의혹까지 불거지자 금융 당국도 칼을 빼들었다.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7일 "최근 상장기업 인수를 통한 구조조정 과정에서 자본시장을 악용함으로써 시장의 신뢰성이 저하되고 투자자 등의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며 상장기업 인수전에서 참여기업의 주가 이상변동 등 불공정거래 혐의가 발견될 경우 엄중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기업들의 고의성을 입증하기 어렵고, 처벌하기까지의 과정이 복잡하기 때문에 실제 처벌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처벌을 하려면은 진짜 주가 조작을 했다거나 아니면 시세 조작과 관련된 근거들이 명확히 확인돼야 하는데 그것을 잘 밝혀낼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어 서 교수는 "금융당국이 불공정거래를 조사하겠다는 자체만으로도 작전 세력이나 시세 조정과 관련 있는 투자자들의 적극적인 움직임을 막는 예방효과가 있을 것"이라면서도 "금융당국은 엄포에 그치지 않고, 실제로 소액 투자자들의 피해를 막을 수 있는 제도를 능동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김연지 기자 softpaper61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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