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승진 기자] 여성단체와 의료시민단체가 낙태죄 폐지 1년이 지났지만 ‘임신중지’를 위한 실질적인 제도가 미흡하다며 관련 입법 등 제도 보완을 요구하는 시위를 열었다.
‘성적권리와재생산정의를위한 센터 셰어’ 등이 연대한 ‘낙태죄 폐지 1년 4.10 공동행동 기획단’은 10일 서울 보신각에서 ‘낙태죄폐지1주년’ 집회를 개최했다. 단체는 낙태죄가 폐지됐음에도 여전히 이전에 머무르고 있는 법률체계로 인해 여성들의 ‘임신중지’ 권리가 제대로 보장받고 있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높은 비용을 부담하게 되거나, 식약처가 유산유도제 도입을 미루는 등 임신중지를 위한 제도적 뒷받침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김보영 셰어 사무국장은 “여전히 임신중지에 수많은 장벽들이 존재한다는 것은 언론을 통해서도 여러 번 보도 된 사실”이라며 “국가는 (이를 해결할) 책임을 방기한 채 시간만 흘려보내고 있다”고 꼬집었다. 김 사무국장은 “때로는 수백만원에 달하는 임신중지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당사자들은 더욱 위험한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고 했다.
한국여성의전화여성인권상담소의 박예림 활동가도 "현행 법·제도 테두리 안에서는 폭행·협박을 수반한 강간에 의한 임신일 때만 임신중단 의료비가 지원된다"며 "현행 의료체계에 임신중단에 대한 기준이나 원칙이 없어 안전한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병원을 찾는 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초기 임신중지를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안전하게 시행할 수 있는 ‘유산유도제’의 조속한 도입도 요구됐다. 유산유도제는 개발된 지 31년이 됐지만 여전히 한국에는 도입되고 있지 않다.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의 이동근 약사는 “미국도 캐나다도 호주도 유럽도 중국도 베트남도 심지어 북한도 사용하고 있는 이 유산유도제를 왜 한국은 도입하고 있지 않은가?”라며 “유산유도제를 사용하고 싶은 사람들은 인터넷에서 암암리에 검증되지 않은 약품을 비싼 가격에 구입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 약사는 유산유도제 도입이 미뤄지고 있는 이유를 산부인과 의료계가 정부를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 닉네임 앎으로 활동하는 활동가는 “신속하게 유산유도제 승인을 마치겠다던 식약처는 아직도 미프진(임신중지약물) 승인을 미루고 있다”고 말했다.
사회적 여건에 따라 임신중지가 차등 적용될 수밖에 없는 현실에도 차기 정부가 이를 외면하고 있는 점도 지적됐다. 이서영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기획팀장은 "대부분의 여성이 임신중지 비용을 개인적으로 부담하며, 지불 능력에 따라 권리 행사에 장벽이 있는 상황"이라며 "윤석열 정부의 대선 공약집에는 체계적인 건강보험 정책이 없다"고 비판했다.
여성단체와 보건단체 등 낙태죄 폐지 1년 4.10 공동행동이 10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집회를 열고 유산유도제 즉각 도입, 임신중지 의료행위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재생산 및 성에 관한 건강과 권리 포괄적 보장 등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조승진 기자 chogiz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