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호중(왼쪽)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과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가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민주당 당대표 회의실에서 열린 '강원도를 위한 민주당 5대 비전 발표회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민주당이 기존 인물 위주로 지방선거 라인업을 꾸렸다. 오히려 생채기만 냈다. 특히 송영길 전 대표의 서울시장 출마 여부를 놓고 당권파 친문과 비주류 친명 간 계파 갈등이 노골화되면서 지방선거 직후 있을 전당대회의 극한 대치를 예고했다는 평가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경선은 결국 송영길 전 대표, 박주민 의원, 김진애 전 의원 간 3파전으로 치러진다. 26일과 27일 1차 경선 후 28일부터 이틀간 결선투표가 진행되며, 1차 경선에서 1·2위를 기록한 2명이 결선에 오른다. 당 안팎에서는 송 전 대표의 무난한 승리를 점치고 있다.
민주당은 전략공천관리위원회가 지난 19일 송 전 대표와 박 의원을 서울시장 공천에서 배제했으나, 당이 극심한 내홍을 겪으면서 이틀 만에 비상대책위원회가 이를 뒤집었다. 대안으로 박영선 카드에 매달렸지만 실패로 돌아갔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 박영선 카드가 송영길 카드보다 경쟁력이 있다고 단언할 수 없는 상황이 되면서 결국 송 전 대표의 출마에만 힘을 실어준 꼴이 됐다. 동시에 서울시장 선거 패배 기색도 짙어졌다.
박영선 당시 민주당 디지털혁신대전환위원회 위원장이 지난해 12월30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 등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비대위의 리더십 부재 또한 고스란히 드러났다. 비대위는 박 전 장관의 참여를 직접 요청하고 막판까지 공을 들였지만 실패했다. 당이 박 전 장관의 최종 결정을 기다리며 경선 참가자 확정을 미루자 다른 경선 후보들이 반발하는 등 당내 갈등도 커졌다. 박주민 의원은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해도 해도 너무 하신다"고 했고, 김진애 전 의원도 "정당민주주의를 어겨가면서 박 전 장관에게 하이패스 특혜를 주는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따졌다.
박 전 장관이 지난해 보궐선거에서 오세훈 현 서울시장에게 크게 패했던 만큼 이 같은 갈등을 빚을 정도의 '필승 카드'인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붙었다. 결국 당내 신선함과 파괴력을 갖춘 주자가 없었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돌고 돌아 송 전 대표로 돌아간 것은 대선 패배 이후 제대로 반성하지 않은 민주당의 민낯을 보여준 것"이라며 "민주당 내 새 얼굴이 없음을 자인한 것은 물론 새 얼굴을 받아들일 준비도 되지 않았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특히 송 전 대표의 컷오프 과정에서 당내 계파 갈등은 극도로 심화됐다. 송 전 대표 배제를 전략공천위가 결정하자, 친문 대 친명 대결로 비화됐다. 송 전 대표는 20일 경인방송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사실상 이재명 상임고문의 정치 복귀를 반대하는 선제타격의 의미가 있다"며 대선주자였던 이재명 상임고문을 전선에 끌어들이기까지 했다.
송영길 민주당 서울시장 경선후보가 24일 오전 서울 서초구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대한의사협회 정기대의원총회에서 참석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송 전 대표 출마 선언 직후 벌어진 분열도 민주당으로서는 상처다. 서울에 지역구를 둔 20여명은 대선 패배에 직접적 책임이 있는 송 전 대표가 당대표 사퇴 한 달도 안돼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하는 것은 명분이 없다고 뜻을 모았고, 민주당 친문계 싱크탱크 '민주주의 4.0 연구원' 소속 의원 13명도 "송 전 대표는 민주당의 반성과 쇄신 대열에 혼선을 주지 말고 책임 있게 행동하기를 촉구한다"고 힘을 보탰다.
인물난은 서울에만 국한하지 않는다. 충북도지사 선거는 노영민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후보로 확정됐다. 박지현 공동비대위원장은 최근까지 노 전 실장에 대해 '부동산 실패' 책임을 물고 늘어졌다. 민주당은 부산과 경남 지역에서도 마땅한 대안 없이 허덕이고 있다. 노무현과 문재인, 두 명의 PK 출신 대통령을 배출한 것과는 거리가 멀다. 민주당의 모든 문제점이 결국 인물 부재로 인해 파생하고 있는 꼴이다. 당 관계자는 "경기와 호남 빼고는 딱히 내세울 마땅한 후보마저 없는 실정"이라고 한탄했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