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삼성전자(005930) 노동조합이 이재용 부회장 자택 앞에서의 시위를 천막 농성으로 전환하고, 다른 노조와 시민단체에 지원을 요청했다. 이에 대해 사측이 노조가 요구하는 휴가보다 적은 사흘만 휴식권을 인정하고, 임금 문제에 대해서는 노조가 아닌 노사협의회와 협의한다고 반발했다.
25일 노동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노조 공동교섭단은 이날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있는 이 부회장 자택 앞에서 집회를 진행했다.
노조는 사측이 협상 불성실을 넘어 노조를 불법적으로 와해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최근 사측이 노조와는 임금이 아닌 휴식권만 논의하고, 그마저도 그동안 요구해온 7일이 아닌 3일을 제시하는 데다 노사협의회와만 급여를 협의한다는 이유다.
25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자택 앞에서 삼성전자 노동조합 공동교섭단이 노사협의회 교섭 중단과 노동조합 단체교섭권 쟁취를 촉구하며 전국의 노동조합 및 시민사회단체에 연대투쟁 요청 집회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원일 전국삼성전자노조 위원장은 "이 부회장은 2년 전 무노조 경영을 포기한다고 전 국민에게 약속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며 "어쩔 수 없이 노조와 협상하지만, 뒤에서는 와해하고 무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택 집회 후에 사측이 제시한 것은 휴가 3일, 그것도 의무적으로 연차 15개 사용 후에 가능하다는 비현실적인 단서 조항까지 달았다"며 "우리의 요구안은 최대치가 아니라 최소한의 목표치이기 때문에 양보 책임은 사측에 있다"고 지적했다.
또 "만약 회사가 임금, 휴식권을 일방적으로 발표한다면 무노조 경영 부활 선언으로 전 국민에게 기억될 것"이라며 "노동자의 진정한 권리를 찾기 위해 모든 노동조합과 시민사회단체와 연대 투쟁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날 투쟁에는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인사들도 가세해 힘을 보탰다.
오상훈 한국노총 금속노련 삼성화재노조 위원장은 "삼성은 두 달에 한 번 주던 성과급을 연말에 한 번 주는 OPI(초과이익성과금)로 바꿔놓고, 주는 기준은 기업이 정해서 일방적으로 통보한다"며 "주는 금액을 퇴직금에서 다 빼버리고, 통상임금에서도 제외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성과급 제도를 투명하게 바꿔서 당기순이익, 세전 기준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 노조는 이날 모든 노동조합과 시민사회단체들에 '삼성전자 임금교섭 투쟁 승리를 위한 공동지원단'을 제안했다. 이후에는 이 부회장 자택 앞에 천막을 치고 농성에 들어갔다.
삼성전자 노동조합 공동교섭단이 25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있는 이 부회장 자택 앞에서 천막 농성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신태현 기자)
앞서 전국삼성전자노조를 포함한 삼성전자 노조 공동교섭단은 지난해 10월부터 사측과 15차례 임금교섭을 진행했으나, 합의하지 못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1월21일에는 조합원 후생과 재해 방지를 위한 조합발전기금 3000만원 지원 방안 등이 포함된 최종안을 전달했지만, 조합원 투표 끝에 부결됐다.
이에 공동교섭단은 지난 2월4일 중앙노동위원회에 노동쟁의 조정 신청을 했고, 중노위의 조정중지를 받아들여 쟁의권을 확보했다.
노조는 지난달 18일 경 대표이사와도 대화를 진행했다. 같은 달 25일 사측은 2021년과 2022년 임금교섭 병합을 제안했으나, 노조는 이를 거부했다.
이후 노조는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6일까지 사업장 12곳을 순회하면서 홍보 투쟁을 진행했다. 또 13일부터는 이 부회장이 협상에 직접 나설 것을 촉구하며 자택 앞에서 시위를 벌이는 중이다.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