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후보자가 서울 종로구의 한 건물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전연주 기자]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파행된 가운데 28일로 예정된 이상민 행정안전부·이종섭 국방부 장관 후보자의 청문회 일정도 연기될 판이다. 하지만 일정이 미뤄지더라도 각 후보자들의 의혹 검증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윤석열정부가 '여소야대' 정국에서 국정운영 동력을 확보하려면 후보자들의 청문회 통과가 절실하지만, 민주당은 송곳 검증을 벼르고 있다. 이상민 후보자는 '아빠찬스' 의혹이, 이종섭 후보자는 다주택 보유 논란이 주요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26일 국민의힘과 민주당에 따르면, 이상민·이종섭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오는 28일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내달로 미뤄졌다.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다음달 2·3일로 연기되면서 나머지 장관 후보자 청문회도 줄줄이 연기되는 것. 앞서 한 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는 전날에 이어 둘째 날도 민주당과 정의당이 한 후보자 측의 자료제출 부실을 이유로 보이콧에 나서며 파행으로 끝났다. 특히 국민의힘이 박병석 국회의장의 검찰개혁 중재안에 대한 여야 합의를 일방적으로 파기하자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박탈) 대치가 청문회로까지 옮겨 붙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다만 청문회 일정이 내달로 연기되더라도 일부 후보자의 논란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민주당이 송곳 검증을 벼르면서 쟁점에 대한 창과 방패의 대결도 더욱 거세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우선 이상민 후보자 청문회에서는 자녀에 대한 '아빠찬스' 의혹과 위장전입 등이 도마 위에 오를 전망이다.
앞서 이 후보자는 과거 그가 파트너 변호사로 재직한 법무법인 율촌에서 딸이 고2 때 인턴으로 근무했다는 사실이 알려져 '아빠찬스' 의혹을 낳았다. 이 후보자는 이를 두고 "근로계약에 기반한 인턴이나 근무가 아닌 학교가 운영하는 체험학습"이라고 해명했지만 '아빠찬스' 의혹은 아들에게서도 불거졌다.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김인철 교육부 장관 후보자 등 '아빠찬스' 문제가 윤석열정부 1기 청문회의 주요 쟁점으로 부각되는 만큼 민주당은 이상민 후보자의 의혹에 대해서도 집중적으로 압박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병도 민주당 의원은 이 후보자가 사외이사로 근무한 ENF테크놀로지의 관계사 KC&A에 장남이 채용된 점을 지적, "청년 취업의 공정성과 관련된 문제인 만큼 청문 과정에서 특혜나 편법이 없었는지 철저하게 검증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이 후보자는 서울 강남 8학군에 자녀들을 진학시키기 위해 위장전입을 했다는 것도 드러난 상황이다.
이에 대해 이상민 후보자는 "정당한 채용 절차를 거쳤다"고 해명한 뒤 "빽을 써주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이 후보자 청문회 준비단도 "(아들은) 2021년 초 해당 기업의 공개채용 공고를 통해 지원하였고 정당한 채용 절차를 거쳐 최종 입사했다”며 “후보자가 사외이사로 재직 중인 회사와 아들이 취업한 회사는 별개 회사고, 사외이사는 해당 기업의 채용 과정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다"고 반박했다. 이어 "무엇보다 후보자는 해당 기업에 장남의 채용을 부탁하거나 관여한 사실 자체가 없다"고 적극 해명했다.
이 후보자에 관해 각종 의혹들이 불거지자 오영환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지난 20일 "이 후보자 역시 위장전입, 자녀들의 취업과 인턴 아빠찬스, 모친 주택을 통한 탈세 의혹 등이 터져 나오고 있다"며 "서민들은 엄두를 낼 수 없는 불공정하고 특권적인 삶을 누려온 것이 아닌지 의심을 지우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종섭 국방부 후보자는 과거 합동참모본부 차장 재직 시절, 관사에 거주하면서 서울 송파구 잠실동과 경기도 수원 광교신도시 등 주택을 보유했다는 논란이 제기됐다. 이 후보자는 용산 관사에 거주하던 2018년 3월 잠실에 전용면적 84.99㎡ 아파트와 광교신도시에 전용면적 107.87㎡ 아파트를 보유했다. 이 후보자 측은 "합참 차장이 비상대기 직책이라 근무처 인근 관사 입주가 불가피했다"며 청문회에서 상세히 밝히겠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국민정서와 괴리됐다는 비판이 불가피하다.
안규백 민주당 의원은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이 국방부 후보자 청문회 쟁점을 "부동산 테크"라고 주장했다. 안 의원은 "개인 신상에 대해서는 크게 문제가 있는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며 "각종 국방 정책들을 문재인정부 것을 그대로 수용하지는 않겠지만 큰 틀에서 정책에 혼선이 없어야 하니까 그 정책들을 이어받을 수 있는지에 관해 얘기를 해야겠다"고 했다.
전연주 기자 kiteju101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