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국민 절반 가까이가 국민의힘이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박탈)으로 불리는 검찰개혁 법안에 대한 여야 합의를 파기한 것에 대해 "잘못된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합의 파기가 "옳은 결정"이라는 응답은 36.3%에 그쳤다. 보수 지지세가 강한 60대 이상과 부산·울산·경남(PK)에서도 잘못된 결정이라는 의견이 우세했다.
29일 <뉴스토마토>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미디어토마토>에 의뢰해 지난 26~27일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2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선거 및 사회현안 35차 정기 여론조사' 결과, 전체 응답자의 47.3%가 국민의힘이 여야 합의를 파기한 것에 대해 "잘못된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합의 파기가 "옳은 결정"이라는 응답은 36.3%였다. "잘 모르겠다"며 답변을 유보한 층은 16.4%로 집계됐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앞서 여야는 지난 22일 박병석 국회의장이 제시한 검찰개혁 중재안을 의원총회 추인을 거쳐 수용했다. 여야 합의안에 서명도 이뤄졌다. 극한의 대치로 치닫던 검수완박 정국이 일단락되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중재안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부정적 기류가 확인되면서 국민의힘은 사흘 만에 여야 합의를 뒤집었다. 민주당에는 재논의를 촉구했다. 이에 민주당은 27일 새벽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중재안을 단독 처리한 데 이어 이날 본회의 상정까지 관철시켰다.
박병석 의장은 본회의 소집 직전 입장문을 통해 여야 합의를 파기한 국민의힘을 질타하고, 당초 약속대로 중재안을 수용한 정당의 입장대로 국회를 운영하겠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로 맞섰지만, 민주당은 회기 쪼개기를 통해 이를 무력화 중이다. 민주당은 오는 30일 본회의에서 검찰청법 개정안을 처리하고, 내달 3일에는 형사소송법 개정안마저 통과시켜 검찰의 수사·기소권 분리를 완결짓겠다는 목표다. 이날 문재인정부의 마지막 국무회의가 예정돼 있어 의결되면 법안은 명문화된다.
연령별로 보면 20대를 제외한 모든 세대에서 여야 합의 파기가 "잘못된 결정"이라는 의견이 우세했다. 특히 보수 성향이 강한 60대 이상에서 잘못된 결정이라는 응답이 47.6%로, 옳은 결정(35.0%) 의견보다 높았다. 이외에 30대 '옳은 결정' 39.6% 대 '잘못된 결정' 47.1%, 50대 '옳은 결정' 40.0% 대 '잘못된 결정' 47.9%로, 잘못된 결정이라는 의견이 우세했다. 40대의 경우 '옳은 결정' 31.1% 대 '잘못된 결정' 57.5%로, 여야 합의를 파기한 국민의힘에 대한 지적이 절반을 넘었다. 반면 20대에서는 '옳은 결정' 37.0% 대 '잘못된 결정' 34.9%로, 오차범위 내에서 두 의견이 팽팽했다.
지역별로도 보수세가 강한 대구·경북(TK)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여야 합의 파기가 "잘못된 결정"이라는 비판이 많았다. 부산·울산·경남조차 '잘못된 결정'이라는 응답이 47.9%로, '옳은 결정'(36.8%) 의견보다 많았다. 수도권의 경우, 서울 '옳은 결정' 34.2% 대 '잘못된 결정' 48.4%, 경기·인천 '옳은 결정' 37.9% 대 '잘못된 결정' 46.5%로, 잘못된 결정이라는 의견이 우세했다. 강원·제주 '옳은 결정' 40.8% 대 '잘못된 결정' 47.4%, 대전·충청·세종 '옳은 결정' 39.6% 대 '잘못된 결정' 42.6%로 집계됐다. 민주당 텃밭인 광주·전라에서는 '옳은 결정' 18.6% 대 '잘못된 결정' 62.1%로, 국민의힘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압도적이었다. 반면 대구·경북에서는 '옳은 결정' 46.4% 대 '잘못된 결정' 36.8%로, 옳은 결정이라는 응답이 우세했다
정치성향별로 보면 중도층에서 '잘못된 결정'이라는 의견이 39.2%로, '옳은 결정'(31.9%) 응답보다 높았다. 보수층 '옳은 결정' 54.3% 대 '잘못된 결정' 34.5%, 진보층 '옳은 결정' 19.1% 대 '잘못된 결정' 71.5%로, 진영별로 의견이 달랐다.
한편 이번 조사는 휴대전화 가상번호(안심번호)를 활용한 무선 ARS(자동응답) 방식으로 실시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표본조사 완료 수는 1021명, 응답률은 6.7%다. 3월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를 기준으로 성별·연령별·지역별 가중값을 산출했고, 셀가중을 적용했다. 그 밖의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