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19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영상국무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이명박 전 대통령과 김경수 전 경남지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에 대한 사면을 단행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사면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과 정치적 부담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사면에 대한 판단 기준으로 국민적 공감대를 제시한 바 있다.
3일 청와대 내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사면에 필요한 법률적 절차를 이행하기 위한 물리적인 시간이 부족한 데다, 사면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충분히 형성하지 않았다는 판단이 이번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전날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문 대통령의 사면 단행 여부와 관련해 "현재 아는 바 없다"며 "공식적으로 논의된 바도 없다"고 전했다.
사면이 이뤄지려면 문 대통령 결심에 따라 법무부 사면심사준비위원회를 개최한 뒤 심사를 완료하고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이날 임기 마지막 정례 국무회의를 주재하는 상황에서 무엇보다 물리적인 시간 확보가 어렵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법무부에는 사면심사위와 관련한 어떤 지침도 하달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이 이번 주말까지 사면 여부를 결정하지 못한 데에는 사면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결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TBS 의뢰로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에 대한 찬반 의견을 물은 결과(신뢰 수준 95%, 표본오차 ±3.1%포인트), 찬성 40.4% 대 반대 51.7%로 집계됐다. 김경수 전 지사 사면 역시 찬성 28.8% 대 반대 56.9%로 반대 의견이 많았고,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배우자 정경심 전 교수의 사면에 대해서도 찬성 30.5% 대 반대 57.2%로 반대 응답이 높게 나타났다.
이재용 부회장 사면의 경우에는 찬성 68.8% 대 반대 23.5%로, 찬성 의견이 반대 의견보다 높아 문 대통령이 사면 판단 기준으로 제시한 국민 공감대를 충족했다고 볼 수 있지만, 그동안 문재인정부에서 주장해왔던 부패·경제 범죄에 대한 사면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에 따라 사면을 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으로 판단된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퇴임 직전 고 이건희 회장을 원포인트 사면한 전례를 따를 수도 없다.
또 지난달 29일 발표된 뉴스토마토·미디어토마토 정기 여론조사 결과, 전체 응답자의 49.6%가 이명박 전 대통령과 이재용 부회장, 김경수 전 지사, 정경심 교수 등의 사면에 반대했다. 찬성한다는 응답은 30.2%에 그쳤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이 오는 6일 임시 국무회의를 열고 사면안을 의결할 가능성도 제기되지만 사면을 이유로 임시 국무회의까지 열어야 한다는 점은 분명 정치적 부담으로 다가온다. 자칫 조국 사태가 재연될 경우 오는 6월 지방선거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에 따라 사면 여부는 다음 정부인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몫으로 넘겨지는 분위기다. 윤 당선인은 대선후보 시절부터 이 전 대통령 사면을 약속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