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시간은 자정너머 새벽으로…택시 언제 오나

거리두기 해제 후 서울 시내 곳곳 시민들 "귀가 힘들어"
서울시, 강남·홍대입구·종로서 승차지원단 목·금 운영
"택시 수요 넘쳐나지만 기사부족…복귀할 기약 없어"

입력 : 2022-05-14 오전 9:00:00
[뉴스토마토 이승재 기자] 거리두기 해제로 식당과 주점의 영업시간 제한이 끝나자 서울 시내 곳곳에선 시민들이 심야 시간대 택시 승차난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서울시는 시민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이 시간대에 택시 공급량을 늘리고 승차거부를 방지하는 등의 도우미 서비스를 시행하며 대응에 나섰지만 역부족으로 보인다. 택시기사들은 코로나 장기화로 수입이 대폭 감소하면서 기사들이 업계를 대거 떠나 발생한 문제라고 설명한다. 
 
서울시 도시교통실 택시정책과는 13일 서울개인택시조합과 함께 전날부터 매주 목요일과 금요일 한달간 심야시간 택시승차 지원단을 운영한다고 말했다. 운영 시간은 오후 10시30분부터 다음날 오전 1시까지다. 장소는 강남역 지오다노 근처 슈마커 매장 앞, 종로2가 젊음의 거리 앞, 홍대입구역 등이다. 승차 지원단은 정해진 구역에서 임시 승차대를 설치하고 탑승지원을 동시에 진행 중이다.
 
이날 자정 서울 서초구 강남역 인근 슈마커 매장 앞엔 보행로에 마련된 임시택시승차대 뒤로 택시를 타기 위한 시민들이 장사진을 이뤘다. 승차지원단이 강남대로 도로 끝에서 이동하는 빈 택시를 속속히 정차시키며 택시승차를 돕기 위한 빈 택시 줄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12시10분에 줄 끝에 선 한 시민은 3분 뒤 택시에 탈 수 있었다. 이 시간대에 시민들의 택시 탑승까지 소요된 시간은 보통 5분에서 10분 내외였다.
 
13일 자정 쯤 강남역 지오다노 근처 슈마커 앞에서 서울시 택시 승차지원단이 임시택시승차대를 설치하고 시민들의 택시 탑승을 지원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부천시에 거주하고 있는 김창기(26)씨는 "그 전에 이 시간대 같은 장소에서 택시를 40분까지 기다려봤다"면서 "그때랑 비교해서는 매우 편리한 것 같다"고 말했다. 친구랑 주점에서 헤어지고 귀가를 위해 대기하고 있던 이해진(27)씨도 "저기 앞에서는 승차거부를 당했다. 택시를 잡으려고 계속 장소를 옮기던 중 이 분들(승차지원단)을 보고 안내받아 오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늘 말고 어떤 날은 택시 잡는데 까지 1시간30분 정도가 걸린 적이 있었는데 빨리 집에 갈 수 있어 좋다"고 했다.
 
시민불편이 일부 해소됐지만 관리구역에서 얼마 떨어져 있는 장소에 시민들은 여전히 택시잡기에 여념이 없었다. 임시승차대가 세워진 곳부터 앞으로 약 150m 가량 떨어진 도로변에서 택시 예약 애플리케이션을 보고 있던 황기연(20)씨는 "지금 12시에 퇴근해서 30분째 기다리고 있다"며 "평소 이 시간에 퇴근하는데 저번에는 4시간 동안 기다린 적이 있다. 지금도 택시가 안 잡혀 앱을 통해 계속 시도하는 중"이라고 토로했다. 
 
임시승차대 맞은편 인도 상황도 마찬가지였다. 회식을 마치고 귀가하기 위해 기존에 마련된 택시승차대 앞 벤치에 앉아 있던 30대 전모씨는 "1시간 째 택시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방금 택시가 잡혔다"며 예약된 택시에 급히 탑승했다. 바로 옆에 서 있던 오모(22)씨도 "친구랑 놀다 20분째 택시를 기다리고 있다"며 "원래 이 시간대에 택시가 안잡히지 않냐"고 되물었다. 이어 택시지원단 얘기를 해주자 "왜 저쪽 지역에서만 하고 있냐"며 "좋은 취지 같은데 반대편 쪽도 나눠서 해줬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고 말하곤 잰걸음으로 횡단보도를 건넜다.
 
서울시는 강남역의 한 지역에서만 지원단을 운영하고 있는 이유가 인력 부족 때문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장소선정 기준에 대해 "이 지역은 강남역에서 시민들의 택시탑승이 제일 많은 곳이기 때문에 승차지원단 운영 장소로 결정하게 됐다"며 "또 오늘 강남역에는 15명의 인력이 배치됐는데 다른 지역을 지원하는데 인원측면에서 무리가 있다"고 했다.
 
이후 1시8분쯤 승차지원단이 철수하자 임시승차대가 있는 곳을 비롯해 강남역 일대엔 시민들의 택시경쟁이 다시 시작됐다. 20대 커플 이모씨와 문모씨는 "30분째 택시를 못잡고 있다"며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는데 저희보다 늦게 온 사람들이 앞에서 택시를 타면 좀 짜증이 난다"고 하소연했다. 지방에 거주하고 있지만 서울 친구를 보러 왔다는 20대 최모씨도 "승차도우미가 있던 12시50분부터 기다렸는데 그때도 잘 안잡히더라"며 "친구 집이 회기역 쪽인데 어떻게 가야 될지 몰라 친구한테 전화 통화 중이였다"고 전했다.
 
택시업계에선 이같은 승차난이 오랜 코로나 생활에 기사들이 많이 떠나면서 발생했다고 했다. 택시기사 김모씨는 "승차거부는 일부 개인택시만 있고 지금은 단순히 손님이 너무 많고 택시가 부족해서 그런 거다"면서 "코로나 기간 동안에 수입이 전혀 없었다. 제가 한 달 내내 일하고 46만2000원 벌었었으니까 어떻게 생활이 됐겠냐"고 토로했다.
 
또 다른 택시기사도 "거리두기가 풀리고 손님이 많아졌지만 이게 또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형편이니 기사들이 다시 복귀를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심야시간대 손님 골라 태우기와 관련해서도 "현재(오전 2시)는 교대시간이고 차고지에 가는 쪽과 같은 방향인 손님들을 꼽아 태울 수밖에 없다. 교대 시간에 늦으면 벌금을 내기 때문에 차고지 방향과 먼 지역의 손님을 잡으면 방금 벌은 비용을 벌금으로 납부하게 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13일 오전 1시30분쯤 강남역 인근에서 시민들이 귀가를 위해 택시를 잡고 있는 모습. (사진=뉴스토마토)
  
이승재 기자 tmdwo328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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