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진헌 세란병원 내과 과장이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사진=세란병원)
[뉴스토마토 동지훈 기자] 매년5월17일은 세계고혈압의 날이다. 예전에는 나이가 들면서 생기는 질환으로 인식됐지만 최근 들어 비교적 젊은 연령대에서도 고혈압 환자가 자주 생기면서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고혈압은 세계적으로 매년 940만명 합병증으로 사망할 만큼 매우 위험한 질환이다. 2020년 국민건강영양조사자료를 보면 한국의 고혈압 유병률은 20세 이상 성인 인구 중 29%로 나타났다. 65세 이상의 성인에서는 61%가량이 고혈압으로 진단받고 치료 중이며, 매년 꾸준히 환자가 늘어나는 추세다.
고혈압은 만성적으로 동맥의 혈압이 높은 상태를 말한다. 혈압은 심장이 혈액을 내보낼 때 생기는 압력인 수축기 혈압과 심장이 혈액을 받아들이면서 생기는 압력인 이완기 혈압으로 구분한다. 정상 혈압의 범위는 동맥이 수축할 때 120mmHg 미만, 이완할 때 80mmhg 미만으로 보고 있다. 수축기 혈압이 120~139mmHg, 이완기 혈압이 80~89mmHg이라면 고혈압 전 단계로 보고 이때부터 본격적인 혈압 관리를 권장하고 있다.
나라마다 고혈압을 정의하는 기준에는 차이가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진료실에서의 수축기 혈압이 140mmHg 이상이거나 이완기 혈압이 90mmHg 이상인 경우를 고혈압이라고 분류한다.
고혈압은 주로 40대 이상 중년에서 흔히 발생하는 병이지만, 젊다고 해서 고혈압의 위험으로부터 안전한 것은 아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2020년 고혈압으로 의료기관을 찾은 환자수는 671만671명으로 지난 2016년 집계됐던 589만553명보다 약 14% 증가했다. 연령별로 보면 젊은 층의 환자 수가 눈에 띄게 늘었는데 2020년 고혈압 진단을 받은 20~30대 환자 수는 23만5417명으로 2016년 18만3685명보다 약 23% 증가했다. 이는 전체 고혈압 환자 증가율을 상회하는 수준으로 젊은 고혈압 환자 수가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고혈압은 특별한 원인 질환 없이 발생하는 일차성 고혈압과 기저질환으로 발생하는 이차성 고혈압으로 구분할 수 있다. 국내에서 발생하는 대부분의 고혈압은 특별한 원인 없이 발생하는 본태성 고혈압이 대부분이다.
본태성 고혈압이 생기는 근본적인 이유는 명확하지 않지만 심박출량의 증가나 말초혈관저항의 증가에 의해 발생할 수 있다. 이 밖에 가족력이나 음주, 흡연, 고령, 운동 부족, 비만, 짜게 먹는 식습관, 스트레스 등의 환경적 요인들이 고혈압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혈압이 무서운 이유는 합병증이다. 고혈압은 합병증이 발생하기 전까지 대부분에서 뚜렷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게 특징이다. 고혈압이 '조용한 살인자'라고 불리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고혈압은 우리 몸의 주요 장기에 치명적인 손상을 일으키는데, 대표적으로 심장을 예로 들 수 있다.
혈압이 높아지게 되면 심장이 혈액을 내보내는 과정에서 더 많은 힘을 쓰게 되고, 이에 따라 심장벽이 두꺼워지거나 심장이 기능이 떨어지는 심부전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지게 된다. 심장혈관의 동맥경화증이 진행됨에 따라 혈액이 정상적으로 공급되지 못하는 협심증과 심근경색과 같은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고 뇌혈관에도 문제를 일으켜 뇌출혈과 뇌경색, 뇌졸중, 치매등을 유발할 수 있다. 또한 모세혈관이 몰려 있는 신장을 빠르게 손상시켜 만성 콩팥병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고혈압을 예방하려면 채소 위주의 식습관과 적절한 운동을 통한 체중 조절이 필수적이다. 다만, 이 같은 노력에도 혈압이 높아진다면 의사 상담을 거쳐 치료를 받아야 한다.
홍진헌 세란병원 내과 과장은 "육류 위주의 식단을 채소 위주로 바꾸고 소금 섭취를 일부 제한하는 식이요법과 유산소 운동을 통한 체중 조절을 꾸준히 하는 것만으로도 현재보다 혈압을 현저히 낮출 수 있다"라며 "다만 이 같은 방법으로도 목표 혈압에 도달하지 않는다면 의료진과 충분한 상의 후에 곧바로 약물치료를 시작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물론 젊은층도 고혈압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고혈압이 생겼을 경우 나이가 어리거나 젊다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나아지는 경우도 거의 없어 시의적절한 치료가 요구된다.
홍진헌 과장은 "최근에는 중장년뿐만 아니라 젊은층에서도 고혈압 진단을 받는 경우가 흔해지고 있는데 조금이라도 젊을 때 관리를 시작해야 더 나은 예후를 기대할 수 있다"라며 "나이를 믿고 관리를 소홀히 하거나 검증되지 않은 방법으로 자가 치료 시 상태가 더 악화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동지훈 기자 jeeh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