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연지 기자] 국내 상장사들이 잇따라 자사주 매입에 나서고 있다. 국내 증시의 부진한 흐름이 이어지자 상장사들이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한 자사주 매입으로 주가 방어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LG(003550)는 오는 2024년 말까지 총 5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취득을 결정했다.
자사주 매입은 회사가 발행한 주식을 자기자본으로 매입해 확보하는 것으로, 회사가 사들인 물량만큼 시장에 유통되는 주식 수가 줄어들어 주식 가치가 상승하는 효과가 있다.
LG는 KB증권과 신탁계약을 맺고, 2024년 12월 31일까지 자사주를 취득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LG가 보유한 자사주 지분율은 0.03%에 불과하다. SK증권에 따르면 현재 시가총액 기준으로 LG가 5000억원을 매수할 경우 신규로 매수하는 자사주 지분율은 4.3%가 된다. 다만, 자사주 취득 후 소각 여부는 결정되지 않았다.
LG의 자사주 매입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김동양NH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LG의 주가는 순자산가치(NAV) 대비 65% 할인된 절대 저평가 영역으로, 중장기 자사주 취득에 따라 최소한 주가의 하방경직성을 확보한 것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다만 매입 후 소각 등에 대한 세부 계획이 밝혀지지 않아 단순 매입에 그칠 경우 주가 부양 효과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주가 조정기가 길어지고 있어 주주들의 주가 부양에 대한 주주들의 요구가 높아지면서 상장사들의 자사주 매입 증가가 이어지고 있는 것 같다"며 "단순한 자사주 매입만으로는 주가 부양의 효과는 제한적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실제로 매입 이후 소각까지 이어지는 모습을 확실히 보여줘야 더 뚜렷한 주가 부양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강소현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주가 안정 및 주주가치 제고 목적의 자사주 취득 결정은 투자자들 사이에서 호재로 인식되지만 모든 자사주 취득이 동일한 효과를 가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기업이 취득한 자사주를 소각하지 않고 일정기간이 경과한 후에 시장에 처분할 경우 일시적인 효과를 유발하는 데 그칠 수 있으므로, 자사주 취득 후 처리 방법을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승웅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매입 후 소각 등 세부 계획은 아직 검토된 바 없으나 단기 내 매각이나 지분 교환이 없다고 밝힌 점은 긍정적"이라며 "자회사 지분 매각 등으로 발생하는 투자 이익에 대한 주주 환원을 강화한 만큼 추가적인 자사주 매입 등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005930)의 경우, 임원들이 나서 자사주를 대거 매입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5월 한 달 동안(1~30일) 삼성전자 보통주 또는 우선주를 장내 매수한 삼성전자 임원은 모두 28명으로 이들이 사들인 자사주는 보통주와 우선주를 포함해 총 6억3882주에 달한다. 금액으로는 약 42억5000만원 규모다. 오종훈 부사장 5140주(3억5003만원), 김홍경 부사장 5000주(3억3700만원), 김연성 부사장 4500주(3억375만원) 등이 장내 매수를 통해 자사주를 취득했다.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와 금융권도 자사주 매입에 나서고 있다.
오스템임플란트(048260)는 지난달 27일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300억원 규모 자기주식 취득 신탁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셀트리온(068270)은 지난 18일 주가 안정 및 주주가치 제고 목적으로 보통주 50만주(712억5000만원)의 자사주 취득을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금융권에서는 임성훈 DGB대구은행장이 DGB금융지주 보통주 6500주를 장내 매수했다. 취임 후 5000주를 매입한 데 더해 이번 매입으로 임 행장의 보유 주식은 1만7000주로 늘어났다.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도 자사주 5000주를 매입해 총 11만3127주의 자사주를 보유하고 있다.
국내 상장사들이 잇따라 자사주 매입에 나서고 있다. 국내 증시의 부진한 흐름이 이어지자 상장사들이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한 자사주 매입으로 주가 방어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사진=뉴시스)
김연지 기자 softpaper61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