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8년 11월19일 서울 합정역 인근 프리미엄라운지에서 열린 '서태지 세대 모여라: 국민의 목소리를 듣기 위한 시민평의회 중구난방'에서 20대 국회 민주당 소속 70년대생 의원들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강훈식 의원실 제공, 뉴시스 사진)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8월 전당대회를 앞둔 민주당에서 당 쇄신 일환으로 '70년대생 기수론‘이 부상했다. 대선과 지방선거 연패에 대한 책임을 놓고 계파갈등이 극심해진 상황에서 이로부터 자유로운 '젊은 40대 당대표'가 나서야 한다는 주장으로, 기존 여의도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도 의식했다. 다만, 당 안팎에서는 '70년대생' 당권주자들이 이재명 의원의 대항마로서는 부족하다는 지적도 내놨다.
민주당 내에서는 전당대회를 앞두고 친문재인계와 친이재명계 간 계파갈등이 불거지자, 그 대안으로 '70년대생 기수론'이 등장했다. 4·7 재보선과 20대 대선, 6·1 지방선거까지 내리 3연패에 직면하자 기존 인물에 대한 한계도 명확해졌다. 핵심은 선거 패배 책임과 계파갈등의 중심에 있는 이재명 의원과 친문 중진 홍영표·전해철 의원 등 당권주자 3명이 전당대회에 모두 불출마하고, 대신 '70년대생' 주자를 중심으로 당을 재편해 쇄신해야 한다는 데 있다.
'70년대생 기수론' 공론화에 불을 붙인 이는 이광재 전 의원이다. 그는 지난 12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각 계파 수장 격인 이재명·홍영표·전해철 의원의 8월 전당대회 불출마를 제안하며 "1970~80년대생들이 전면에 나설 수 있게 기회를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이원욱 의원이 13일 페이스북을 통해 새천년민주당에서 정풍운동을 주도하며 당시 김대중 대통령 가신그룹이었던 권노갑 고문 등 동교동계를 정치 일선에서 후퇴시킨 천신정(천정배·신기남·정동영) 사례를 언급하며 "이번 전대 역시 70년대생 의원으로 재편해야 당의 혁신과 쇄신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전대 출마를 고민 중인 이인영 의원도 "새로운 세대들이 리더십에 도전하게 하자"며 "40대에서 새로운 리더쉽이 등장한다면 저를 버리고 주저 없이 돕겠다"고 했다.
'70년대생' 대표 주자로는 강병원(71년생), 박용진(71년생), 전재수(71년생), 강훈식(73년생), 박주민(73년생) 등 재선 의원들이 거론되고 있다. 초선 김한규 의원(74년생)과 원외 김해영 전 의원(77년생)도 추가로 언급 중이다. 이 중 강병원 의원은 지난 14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와의 인터뷰에서 '당대표에 도전할 생각이냐'는 질문에 "역사적 사명이 맡겨진다면 피할 수는 없을 것 같다"며 당권 도전 의사가 있음을 밝혔다.
다만 당 내에서는 이들의 뚜렷한 한계도 거론됐다. 이재명 의원과 전당대회에서 겨룰 세력과 인지도의 부족이 한계로 지목됐다. 대의원과 권리당원 등 전당대회 경선 비중의 90%를 차지하는 당심의 지지층이 두텁지 않고, 일반 국민여론조사에서 판을 뒤집을 만큼 인지도도 그렇게 높지 않다는 주장이다. 또 이들의 성향상 박용진 의원과 김해영 전 의원을 제외하고 대체로 친문재인계와 친이재명계로 나뉜다는 점에서 계파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무엇보다 기라성 같은 기존 주자들에 대한 도전 의지가 불명확하다.
이재명 민주당 의원이 지난 7일 국회 의원회관 내 의원실로 첫 등원을 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대다수 전문가들도 '70년대생' 주자들이 이재명 의원을 상대하기에는 역부족일 것으로 내다봤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15일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당내 세력은 어느 정도 형성이 됐는데 대중적 리더로서의 성장은 굉장히 더디다"며 "이들 중 대중적 리더가 없다는 것은 대선에서 0.73%포인트 표차이로 윤석열 대통령에게 석패했던 이재명 의원을 능가하기 쉽지 않다는 뜻이다. 솔직히 말해 게임이 되겠느냐"고 했다.
친문 진영의 당권주자로 거론되고 있는 홍영표, 전해철 의원이 70년대생 주자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2선으로 물러난다고 해도 이재명 의원의 승리 가능성을 높게 점쳤다. 사실상 이 의원이 전당대회에 출마하느냐 안 하느냐 여부가 중요한 것이지, 출마시 승리는 거의 보장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분석이었다. 김두수 시대정신연구소 대표는 "이들 중에서 한 명으로 단일화해도 이재명 의원을 상대하기는 힘들다"며 "홍영표, 전해철 의원 등 친문이 힘을 실어준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현재로는 이 의원이 절대 강자"라고 진단했다.
친이재명계에서는 '70년대생 기수론'의 등장을 이재명 의원의 출마를 막기 위한 구호로 보는 경향이 있다. 이번 전당대회를 세대교체의 장으로 규정해 이 의원의 당대표 출마 명분에 타격을 주기 위한 것이란 해석이다. 또 민주당의 지도부 구성 방식이 단일지도체제에서 집단지도체제로의 전환을 염두에 둔 사전 포석으로 풀이하기도 한다. 집단지도체제에서는 당대표와 최고위원을 통합해 선출하기 때문에 5위 안에만 들어도 최고위원이 돼, 70년대생들이 대거 지도부에 입성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린다.
일부는 당내 세대교체론 분위기 강도에 따라 이재명 의원 우위의 판세가 달라질 수 있다고 봤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결국은 당원, 대의원들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달린 문제"라며 "분위기가 세대교체 쪽으로 움직일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높다"고 말했다. 다만 조건은 반이재명 전선의 단일화였다. 그는 "초당파 후보로 (70년대생 주자들이)단일화하는 데 성공할 수만 있다면 해볼만 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