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승진 기자] 학생들을 상대로 성희롱·여성비하 발언을 일삼은 대학교수에 대한 학교의 해임 처분은 정당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서울지역 모 사립대에서 근무했던 교수 A씨가 "징계재량권을 남용해 위법한 해임 처분을 한 것은 부당하다"며 학교를 상대로 낸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패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되돌려 보냈다고 27일 밝혔다.
재판부는 “원고는 대학교수로 높은 직업윤리의식이 요구되는 지위에 있다”라며 “징계사유로 인정된 원고의 여성비하 발언과 성희롱은 원고가 장기간에 걸쳐 강의실에서 강의를 하는 도중에 다수의 학생들 앞에서 저지른 것으로 강의 내용과 무관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다수 발언에 성적 의도가 내포되어 있거나 성적인 장면을 연상하게 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고 했다.
이어 “강제추행 역시 강의실과 복도 등 공개된 장소에서 행하여진 것으로 피해학생에게 성적 수치심과 모욕감을 느끼게 해 원고의 비위 정도가 결코 가볍다고 할 수 없다”며 “수업을 들은 학생들이 지속해서 이의제기를 했음에도 원고는 이 같은 행위를 반복했고 교원으로서의 신뢰를 실추시킨 원고가 다시 교단에 복귀한다고 할 때 학생들이 헌법상 교육권을 누리는 데 지장을 받지 않을 것이라 단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해당 학교의 징계기준 상 강제추행이 고의에 의한 행위로 파면 또는 해임의 징계가 가능하다며 “이 사건 해임이 교육공무원에 대한 징계에 비하여 가혹하다고 볼 수도 없다. 원심 판결은 사립학교 교원에 대한 징계처분에 있어 재량권의 일탈·남용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며 파기환송 이유를 밝혔다.
지난 2018년 A씨가 담당하는 학과의 학생들은 학교 양성평등센터에 A씨를 여성비하 및 성희롱 발언, 성추행 등 비위로 신고했다. 학생들은 A씨가 손을 잡고 손등에 뽀뽀를 하며 자신에게도 하도록 강요하는가 하면 머리부터 허리까지 쓰다듬고 “다리가 예쁘다”는 등 성희롱 발언을 했다고 진술했다.
학생들은 공개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을 요구했지만 A씨는 자신의 잘못을 축소하고 피해학생에게 책임을 떠넘겼다. 심지어 피해사실 신고자를 찾으려는 등 2차 가해까지 서슴지 않았다. 이에 학생들이 2차 신고를 해 학교의 공식 조사가 이뤄졌고, A씨는 결국 해임됐다.
A씨는 학교의 해임 결정에 대해 “일부 발언은 성희롱에 해당하는 행위라고 보기 어려운 등 해임처분이 지나치게 과중하다”며 학교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징계 사유가 모두 인정되고 잘못에 비해 무거운 조치가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2심은 “원고의 비위 정도가 반드시 파면 내지 해임의 중징계 사유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A씨 손을 들어줬다. 이에 학교 측이 상고했다.
(사진=연합뉴스)
조승진 기자 chogiz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