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준익 기자]
현대차(005380)의 하반기 생산에 적신호가 켜졌다. 노조가 임금·단체협상(임단협) 요구안 관철을 위해 파업 카드를 꺼내들면서다. 7월로 예정된 아이오닉의 두 번째 모델 '아이오닉6' 생산을 앞둔 시점이어서 노조가 파업에 나설 경우 생산 차질이 우려된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노조는 7월 1일 전 조합원을 상대로 쟁의행위 찬반 투표를 벌일 예정이다.
현대차 아이오닉 6.(사진=현대차)
노조는 지난 22일 교섭 결렬을 선언하고 이튿날 중앙노동위원회에 쟁의조정을 신청했다. 중노위가 조정 중지를 결정하고 조합원 투표에서 쟁의 안이 가결되면 노조는 파업권을 획득한다. 노조가 파업에 들어가면 2018년 이후 4년만이다. 올해는 안현호 위원장을 주축으로 한 강성 노조 지도부가 들어서면서 파업 가능성이 그 어느 때 보다 높다.
노조는 사측에 기본급 16만5200원(호봉승급분 제외) 인상, 순이익 30% 성과급 지급, 신규인원 충원, 정년 연장, 수당 현실화 등을 내세워 사측과 각을 세우고 있다. 특히 노조는 국내 전기차 전용 공장 건설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이미 노사는 다음달 아산공장에서 양산을 앞둔 아이오닉6 생산에 투입할 인력 규모를 놓고 팽팽히 맞서고 있다. 전기차는 공정이 단순한 만큼 투입 인력을 줄여야 한다는 사측과 인력을 유지해야 한다는 노측이 대립하고 있다. 노조가 일감 확보를 위해 전기차 공장을 주장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안현호 금속노조 현대차지부장은 "노후된 공장과 설비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을 사측은 명심해야 한다"며 "노후 공장을 새로 짓던 유휴 부지에 공장을 짓던 이제는 결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아이오닉6 생산라인에 투입할 인원수를 두고 노사 간 합의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업계에서는 지난해 아이오닉5 때와 같은 상황이 연출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노사는 지난해 울산1공장에서 아이오닉5를 생산할 당시 같은 이유로 갈등을 빚은 바 있다. 현대차는 단체협약에 따라 신차나 부분변경 모델을 양산하기 전 노조와 근로자 수를 조율한다. 전기차의 경우 생산에 사용되는 부품 수가 기존 내연기관차보다 30%가량 적기 때문에 투입 인원 수 축소가 불가피하다. 이에 노조는 강하게 저항했다. 현대차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E-GMP를 적용하는 아이오닉6도 내연기관차 파워트레인보다 배기 라인이나 전선 배치가 줄어 생산 라인에 필요한 인원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현대차는 반복되는 투쟁적인 노사 관계 때문에 글로벌 전기차 현지 생산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다만 노조 반발이 큰 만큼 지난 3월 현대차가 발표한 전동화 중장기 전략에서 전기차 전용 공장 신설 지역을 밝히지 않은 것도 노조를 의식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전기차로 전환되면 생산 생태계가 완전히 변해 인력도 30% 정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노조가 수용하기 힘든 주장을 계속하게 된다면 국내 산업 생태계 자체가 무너질 수 있어 그 어느 때보다 노사 협상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황준익 기자 plusi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