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준익 기자] 벤츠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수요 감소에 직면한 완성차 업체가 할인폭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전기차 캐즘에 포비아 현상까지 겹쳐 구매를 망설이는 소비자를 가격으로 유인하겠다는 고육지책이죠. 전기차에 대한 불안감은 중고 전기차의 시세 하락으로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6일 신차 플랫폼 겟차에 따르면 아우디는 출고가 1억1650만원인 e-트론 23년식을 최대 29.5% 할인하고 있습니다. Q4 e-트론은 전 트림에서 20% 할인합니다.
벤츠 EQE.(사진=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폭스바겐 ID.4는 23.2%를 할인하고 BMW는 iX3 24년식을 최대 20% 낮췄습니다. 인천 청라 전기차 화재 모델인 벤츠 EQE 24년식은 12% 할인합니다.
수입차뿐만 아니라 현대차도 대대적인 할인에 나섰는데요. 아이오닉 6의 경우 이달 구매하면 최대 1050만원을 싸게 살수있습니다. 기본 할인인 100만원에 지난 7월 이전 생산 차량에 300만원 할인 등이 적용됐죠. 아이오닉 5와 코나 일렉트릭도 각각 850만원, 685만원을 할인합니다.
현대차는 할인에 더해 실속형 트림을 새롭게 선보였습니다. 지난 3일 아이오닉 5, 아이오닉 6, 코나 일렉트릭에 '이-밸류 플러스 트림'을 론칭했는데요.
엔트리 트림으로 일부 사양을 줄여 시작가격은 △코나 일렉트릭 4142만원 △아이오닉 5 4700만원 △아이오닉 6 4695만원으로 보조금 수령시 3000만원대에 구매가 가능합니다.
현대차 관계자는 "전기차 구매 장벽을 낮춰줄 실속형 트림으로 합리적인 가격에 전기차를 만나 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현대차 아이오닉 6.(사진=현대차)
완성차 업체들이 가격을 낮춘 건 전기차 판매 둔화가 생각보다 오래갈 것으로 보기 때문입니다. 실제 올해 1~8월 국내 전기차 판매량은 9만6127대로 전년동기대비 7.1% 감소했습니다. 같은 기간 현대차의 경우 2만5548대로 45.1%나 줄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가격을 낮춰 수익성을 포기하더라도 전기차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는 전략을 쓸 수밖에 없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이익을 좀 덜 보더라도 판매를 늘려야 하는 상황"이라며 "결국 자동차는 전동화로 갈 수 밖에 없는 만큼 시장이 안정화됐을 때를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중고 전기차 시장도 하락세가 뚜렷합니다. 중고차 플랫폼 운영사 첫차에 따르면 지난달 벤츠 EQE 350+ 모델(2023년식 기준)의 중고 시세는 현재 5000만~6000원대로 형성됐습니다. 전달에 비해서는 3.4% 하락한 수치로 신차 출고 당시 가격과 비교하면 44% 급락했습니다.
중고 전기차 가운데 가격 방어가 잘 되는 테슬라 모델3는 2021년식 롱레인지 기준 전달 대비 6.0%, 신차 대비 40% 각각 내렸습니다.
첫차 관계자는 "9월 중고 전기차 시세는 대부분 떨어졌지만 당분간 수요가 개선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라고 말했습니다.
업계는 전기차 보급을 확대하려면 중고 전기차 시장이 확대돼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정부는 2030년까지 전기차 420만대 보급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신차만으로는 목표 달성이 어려운 상황이죠.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중고 전기차 배터리 성능을 객관적이고 정확하게 파악하는지가 중요하다"며 "세계적으로 중고 전기차 가격 산정을 완벽하게 할 수 있는 시스템은 갖춰져 있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황준익 기자 plusi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