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돈 무서운 걸 알아야죠. 우리는 설립 초기부터 그걸 염두에 뒀습니다. 잘 될 거라고 바람 잡아서 외부 돈을 받기보다 우리 돈으로 시작해서 최대 5년 동안 연구개발하자는 계획이었습니다."
디지탈바이오텍의 공동 설립자 8명의 목표는 명확했다. 세계적인 대형 제약회사에 '초기 단계'의 기술을 수출하는 것. 이를 통해 현금 흐름만 확보할 수 있다면 그들의 연구 개발은 계속 이어질 수 있었다.
1999년 12월 설립한 이 회사는 2006년 독일의 진통제 전문 제약사인 그루넨탈에 신경병증성 치료제의 후보 물질을 기술 수출하면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현재까지 그루넨탈로부터 받은 현금은 62억원 규모.
"외부에서 투자를 받기 시작한 건 기술 수출 성공 이후였습니다. 상장돼도 주식 시장에서 투자자들에게 손실을 끼치지 않겠다는 확신이 있어서였습니다."
지난 20일 서울 강서구 염창동 본사에서 만난
메디프론(065650)의 묵현상 대표는 자신감에 찬 목소리로 설립 초기부터 적자를 이어간 6년여의 상황을 간단하게 정리했다.
메디프론은 원래 IT유통과 컨텐츠 제공을 주로 하는 디지털콘텐츠 회사로, 신약 개발은 100% 지분 투자를 하고 있는 자회사 디지탈바이오텍을 통해서 하고 있다.
디지탈바이오텍은 1999년 서울대 의과대학과 약학대학 교수들이 설립했다. 신약 후보 물질 개발, 타겟팅, 임상에 이르는 전 과정의 전문가들로 구성돼 자체 신약 연구개발이 가능하다.
개발 분야는 크게 두가지로 알츠하이머성 치매치료제와 바닐로이드 수용체를 타겟으로 하는 비마약성 강력 진통제 등 주로 중추신경계 질병치료제 분야다.
이들은 국내 바이오 벤처기업으로는 드물게 해외 제약업체에 4건, 국내에 3건의 기술을 수출했고, 이들과 현재 공동 연구를 진행 중이다.
특히 올 1월 로슈와 알츠하이머성 치매치료제의 초기 단계 기술에 대해 총 3400억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해 주식 시장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1월 9일 6420원 상한가로 마감)
"저희 회사는 장기적으로 기술과 판매 권한을 보유한 글로벌 기술 권리 지주회사로 변신하는 게 목표입니다."
첫 번째로 시판이 예상되는 것은 신경병증성 치료제. 2015년경이 되면 현금 2000억원을 보유해서 직접 전 세계 임상을 진행하겠다는 게 묵 대표의 목표다.
생산과 판매를 제외한 기술 개발에만 전념한 미국의 길리어드(Gilead Sciences)나 버텍스 제약회사(Vertex pharmaceuticals)의 모델을 목표로 전진하고 있는 메디프론은 다음달 12일 자회사인 디지탈바이오텍을 흡수 합병한다.
그들의 성공 스토리는 이제 더 큰 목표를 향하고 있다.
다음은 일문일답.
- 회사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 메디프론은 종업원 40명이 안 되는 작은 회사입니다. 그러나 저희 파트너들은 전부 글로벌 회사들입니다. 또 저희 경쟁사 역시 글로벌 회사들입니다. 저희도 글로벌 선수입니다. 이런 파트너십의 결과로 기술료 유입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에 저희는 국내 바이오벤처로서는 거의 유일할 정도로 영업이익을 시현하고 있습니다.
- 메디프론디비티에서 '디비티'가 디지탈바이오텍인데요.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를 다음 달 흡수합병하기로 했습니다.
▲ 디지탈바이오텍은 1999년 12월에 설립했고, 지난 2006년 주식교환 방식으로 메디프론을 통해 코스닥시장에 우회상장 했습니다. 그러나 합병 차익 과세 등의 문제로 이제야 완전한 모양새를 갖추게 됐습니다. 메디프론은 지난해 매출액 108억원, 영업이익 5억원, 순손실 12억원을 냈는데요. 실제로는 이익을 내고 있지만 합병에 따른 영업권 상각이 19억원 가량 생기면서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올해는 영업권을 상각하더라도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또 기술료 비용은 사전에 모두 경상개발비로 올라가 비용처리 됐기 때문에 이제 들어오는 수익은 모두 이익이 될 겁니다. 현재 개발 중인 신약들이 오는 2015년경 시판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메디프론은 기술료 외에 러닝 로열티를 받게 될 겁니다.
- 메디프론은 올 1월 로슈에 알츠하이머 치매 치료제에 대한 초기 기술을 수출하는 데 성공했는데요. 그 전에도 독일 그루넨탈에 신경병증성 치료제의 초기 기술을 판매하는 등 주로 '초기 기술 수출'이 전략인 것 같습니다. 설립 초기부터 이런 전략을 생각한 것인지요?
▲ 네 맞습니다. 공동설립자 8명이 당시 1박 2일 워크숍을 했습니다. 각자의 기술을 발표하고, 아이디어를 난상토론 하다보니 결국 초기 기술 수출밖에 답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길면 4년 짧으면 3년 걸린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하고보니 5년이 걸렸어요. 그런데 그게 한국 최초였습니다. 전 세계 50위권에 드는 제약회사에 초기 기술을 수출한 국내 바이오벤처로 말입니다. 저희는 설립 초기부터 목표를 명확하게 하고, 2000년 초반부터 잠재적 고객들을 열심히 찾아 다녔습니다. 그 결실을 처음 맺은 게 2006년이었습니다.
- 회사 재무 구조를 살펴보면 CB, BW 발행이 전혀 없는데요?
▲ 남의 돈 무서운 걸 알아야죠. 우리는 설립 초기부터 그걸 염두에 뒀습니다. 잘 될 거라고 바람 잡아서 외부 돈을 받기보다 우리 돈 30억원 정도로 시작해서 최대 5년 동안 연구개발하자는 계획이었습니다. 외부에서 투자를 받기 시작한 건 2006년 그루넨탈에 기술 수출 성공 이후였습니다. 상장돼도 주식 시장에서 투자자들에게 손실을 끼치지 않겠다는 확신이 있어서였습니다.
- 메디프론은 초기 기술을 수출해서 국내 바이오벤처들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텐데요. 국내 바이오기업들, 어떤 눈으로 보는 게 좋을까요?
▲ 우선 국내 바이오기업에 대해서도 보는 관점을 나눠야 할 것으로 봅니다. 세계적으로 통할 수 있는 기술을 가진 회사와 이미 약이 있는데 기술을 개발하는 회사로 말입니다. 또 바이오시밀러 역시 기회는 있지만 임상에 대한 비용이 막대하게 투여되기 때문에 그 위험성을 안을 수 있는 회사인지도 봐야할 겁니다. 국내 제약회사들이야, 국내만 봐도 살 수 있습니다. 그러나 바이오 회사들은 제약회사처럼 시장에 이미 있는 약을 개발하는 건 말이 안 됩니다. 초기 전략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 메디프론의 장기적인 전략은 무엇입니까?
▲ 현재까지 독일 그루넨탈에 '신경병증성 통증치료제' 로슈에 '알츠하이머 치료제'에 대한 기술 수출을 성공했는데요. 이 두개만 놓고 보더라도 2014년 말 2015년 초가 되면 아마도 저희 회사에 쌓여있는 자금이 약 2000억원은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 때부터 저희 자체 글로벌 임상을 시작할 예정입니다. 그래서 3상까지 다 마치고 미국 FDA 유럽 EMEA는 물론 한국 식약청까지 포함해서 허가를 받게 되면 신약 판매권을 각 지역에 가장 영업을 잘 하는 대형 제약회사에 판매할 계획입니다. 그렇게 되면 그 때부터 약 20년간 저희들이 매출의 50% 가까이 저희 이익이 되지 않겠습니까? 이런 쪽으로 나가면 저희 회사는 장기적으로 기술과 판매 권한을 보유한 글로벌 기술 권리 지주회사로 변신하는 게 목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