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금 낮추고 투자 늘려야…고민에 빠진 이통사 CEO들

9개월 만에 5G 중간요금제 공식화…공격적 경쟁은 어려울 전망
정부에 28㎓ 투자 현실화 요구…탄소배출 부담 낮춰달라 요청하기도

입력 : 2022-07-12 오후 3:56:38
[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이동통신사 최고경영자(CEO)들이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 만나 국내 통신정책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정부의 요구에 5G 중간요금제 출시를 본격화하기로 했으며, CEO들은 5G 28㎓ 대역에 대한 투자 부담, 탄소배출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창구의 필요성 등의 의견을 전달했다. 이들은 당초 예상된 1시간보다 15분가량 더 논의를 진행했는데, 요금을 낮추면서 투자는 되레 늘려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CEO들의 토로가 담겨있는 시간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이종호 장관과 만난 이통3사 CEO들은 다음달 중으로 5G 중간요금제를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SK텔레콤(017670)이 과기정통부에 제출한 신고서 내용에 따라 월 5만9000원에 데이터 24GB를 제공하는 요금제가 5G 중간요금제 기준이 될 공산이 크다. 앞서 이통3사는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5G 요금제와 관련한 질타에 모두 중간요금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이구동성으로 밝힌 바 있지만, 9개월이 지난 시점에서야 요금제 출시가 공식화됐다. 수익감소가 불가피한 까닭에 쉽사리 출시에 나서지 못한 것이다. 실제 CEO들은 5G 중간요금제로 수익이 안 좋아지는 것이 사실이라는 언급도 했다. 구현모 KT(030200) 대표는 중간요금제 출시가 이통사의 수익 악화로 이어질 수 있는냐는 질문에 "수익이 안 좋아지는 건 사실이지만 (대안이) 논의된 바는 없다"고 말했으며, 황현식 LG유플러스(032640) 대표도 "중간요금제로 재무적인 압박을 받게 돼 있는 상황이나 출시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5월 말 기준 국내 5G 가입자 수는 2404만2638명이다. 전체 이동통신 가입자 중 5G가 차지하는 비중은 32% 수준이다. 각 사별로 5G 비중이 차이는 있지만, 20~30%에 해당하는 규모가 월 요금제를 1만~2만원가량 낮춘다면 수익성은 둔화될 수밖에 없다. 이에 5G 중간요금제를 내놓기는 하겠지만, 공격적인 요금제 경쟁은 어려울 수 있다. 공격적인 요금 제출 계획을 묻는 질문에 "사업부에서 하는 일이지만, 아직 보고를 못 받았다"는 구현모 대표의 대답이나 "그건 좀 검토를 해봐야 겠다"는 황현식 대표의 대답이 이를 방증한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왼쪽부터), 유영상 SK텔레콤 대표, 황현식 LG유플러스 대표, 구현모 KT 대표가 11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 통신 3사 CEO 간담회에 참석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요금제를 낮추는 것뿐만 아니라 늘어나는 투자 부문에서도 CEO들의 고민이 읽힌다. 당장 내년 11월30일 사용기간이 만료되는 5G 28㎓ 주파수와 탄소배출에 대해 부담을 줄여달라는 요청을 했다. 이통3사는 2018년 과기정통부로부터 5년 간 28㎓ 주파수 대역을 제공받는 대가로 각사별로 약 2000억원을 지불했지만 2020년 4분기 실적에서 주파수 이용권을 손상 처리했다. 망 구축 실적도 정부의 할당 취소 기준인 10%를 가까스로 넘긴 수준이다. 건물 내 28㎓ 대역 장비를 구축 했을 때 3.5㎓ 대역 대비 약 20배 정도 장비가 더 필요하지만, 특별한 비즈니스모델(BM)은 만들지 못한 까닭이다. 이에 CEO들은 5G 28㎓ 대역을 활용하기 위한 민·관 워킹그룹을 만드는 방안을 제안했다. 우선적으로 B2B, 핫스팟용 목적의 활용방안 발굴에 나선다는 목적이다. 아울러 늘어나는 탄소배출도 경영자 입장에서는 발목을 잡는 부분이다. 이통3사는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했지만 기지국과 인터넷데이터센터(IDC) 구축이 늘어나면서 전기 사용량도 덩달아 늘고 있다. 지난해 이통사들은 105만1348~139만8845톤의 온실가스를 배출했다. 5G 상용화 이전 대비 12.4~35%가량 늘어났다. 황현식 대표는 "통신의 공공성을 인정해 탄소배출 부담을 덜어 달라"는 말을 전했고, 유영상 SK텔레콤 대표도 "온실가스 줄여야 하는데 전력 소비가 늘었다. 저감 기술을 개발했으면 좋겠다"고 언급했다. 
 
업계 관계자는 "신사업 투자뿐 아니라 기존 통신부문에서의 투자도 지속돼야 하는 상황 속에서 요금제 이슈도 지속되고 있다"면서 "고민스러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 현재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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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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