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자 팍스로비드.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고은하 기자]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으로 코로나19 치료제가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12일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3만7000명을 넘어서면서 두 달만에 최대치를 경신했다. 이달 들어 1주일 사이에 신규 확진자 수가 2배로 증가하는 '더블링' 수준의 확산이 계속되면서 당초 예상보다 재유행이 빨라지고 있다. 이 같은 코로나19 재유행이 가시화되면서 코로나19 치료제에 이목이 쏠린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허가된 코로나19 치료제는 △길리어드 사이언스(렘데시비르) △
셀트리온(068270)(렉키로나) △화이자(팍스로비드) △MSD(라게브리오) △로슈(악템라)등이다.
렘데시비르는 2020년 7월4일 정식 품목 허가를받았다. 이전까지는 특례수입 승인을 통해 코로나19 환자들에게 공급됐다.
렘데시비르는 항바이러스제의 일종으로, 바이러스를 직접 공격해 체내 바이러스 복제나 증식 등을 약화하거나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 렘데시비르는 셀트리온 항체치료제 렉키로나 허가 전까지 국내에서 승인된 유일한 코로나19 치료제였다.
셀트리온이 개발한 렉키로나는 코로나19 항체치료제이자 국산신약 32호다. 항체치료제는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중화할 수 있는 항체를 유전자재조합 기술로 대량 생산해 치료제로 이용하는 바이오의약품이다.
이처럼 허가 초기에는 병원급에서만 투여할 수 있었으나 지난해 말 생활치료센터나 요양·일반병원에서도 렉키로나를 투여할 수 있도록 변경됐다. 그러던 중 국내 우세종이 델타에서 오미크론으로 전환하고, 렉키로나의 오미크론 중화능력이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면서 올 2월 말쯤을 기점으로 국내 신규 공급 중단했다.
화이자가 개발한 팍스로비드는 먹는 항바이러스제다. 렘데시비르와 마찬가지로 체내 바이러스 복제를 억제한다.
팍스로비드는 임상 3상에서 90%에 가까운 치료 효과를 나타냈으나 오미크론 유행 전 치러진 시험이라 지금은 효과가 더 내려갔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래도 국내 허가된 다른 경구용 항바이러스제에 비해 효과가 상당히 높은 편이다.
라게브리오는 MSD가 개발한 먹는 항바이러스제다. 처음 임상 3상 결과에선 입원·사망 위험을 50% 낮춘다고 발표됐으나 이후 추가 결과 분석을 통해 30%로 하향 조정됐다. 이는 팍스로비드와 마찬가지로 델타 유행 당시 치러진 임상인 만큼 오미크론이 우세종으로 자리잡은 지금은 효과가 더 떨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악템라는 로슈가 개발하고 JW중외제약이 국내 공급하는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제다. 지난 3월 보건복지부가 행정예고한 '요양급여의 적용기준 및 방법에 관한 세부사항(약제)' 고시 일부 개정안에 따라 급여 범위가 코로나19 치료 목적으로도 확대됐다.
앞서 렘데시비르, 렉키로나, 팍스로비드, 라게브리오가 모두 비교적 감염 초기에 사용되는 치료제인 반면 악템라는 감염되고 시간이 흘러 과면역반응이 나올 경우 쓰이는 약물이다.
하지만 코로나19 치료제를 개발하던 국내 제약·바이오회사들은 잇달아 포기를 선언하고 있다. 크리스탈지노믹스와 종근당이 최근 치료제 개발 중단을 발표했다. 크리스탈지노믹스는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하던 카모스타트의 임상 2상을 조기 종료했다.
종근당도 중증 고위험군 대상 코로나19 치료제 나파벨탄의 임상 3상을 큐리언트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하던 임상 2상을 중단했다. 이밖에 GC녹십자, 부광약품도 개발 사업을 접었다.
신풍제약의 피라맥스는 처음 말라리아 치료제로 출시돼 하루 1회 3일간 투여하는 경구 치료제다. 신풍제약 측은 한국과 영국, 폴란드, 콜롬비아, 아르헨티나, 칠레 등 6개 국가에서 1420명 규모 글로벌 임상 3상을 진행하는 단계라고 밝혔다.
제넨셀도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제넨셀은 코로나19 치료제 'ES16001'의 임상 2·3상 투약을 최근 시작했다. 현재 제넨셀은 경희대학교병원, 순천향대학교부속부천병원, 가톨릭대학교은평성모병원에서 투약을 진행하고 있다.
일동제약은 일본 시오노기제약과 공동 개발 중인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 'S-217622'에 대한 임상3상을 진행 중이다. 시오노기는 임상2상 결과로 일본 후생노동성에 긴급사용 승인을 신청했고 긴급사용승인 신청 통과를 기다리는 중이다.
일동제약그룹 본사 전경. (사진=일동제약)
현대바이오는 항바이러스제 후보물질 CP-COV03의 코로나19 임상2상에서 임상참여 환자 36명을 대상으로 1라운드 투약절차를 완료했다.
이에 CP-COV03의 코로나19 임상2상은 조만간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데이터안전성 모니터링위원회(DSMB)의 심의를 받을 예정이다. 1라운드 임상 환자 36명은 위약군 12명과 시험군1(300㎎) 12명, 시험군2(450㎎) 12명으로 나뉘어 투약이 이뤄졌다. 투약 후 환자들에게 별다른 부작용이 없었다.
현대바이오는 DSMB 심의 결과가 나오는 대로 CP-COV03의 임상2상 진행 속도를 가속화하기 위해 임상시험 실시기관을 확대할 예정이다.
현대바이오 관계자는 "CP-COV03는 코로나19는 물론 타 바이러스 질환에도 적용 가능한 범용 약물"이라며 "CP-COV03의 임상2상은 범용 항바이러스제 탄생을 알리는 신호탄이 될 것이므로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현대바이오는 앞서 'CP-COV03'를 원숭이두창 치료제로 사용할 수 있도록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패스트 트랙(fast track)을 신청키로 결정했다.
오상기 현대바이오 대표는 "CP-COV03는 모든 바이러스 제거가 가능한 메커니즘의 니클로사마이드를 주성분으로 개발한 범용 항바이러스제"라며 "FDA의 패스트 트랙으로 CP-COV03가 원두 치료제가 되면 20세기 대표적 범용 항생제인 페니실린처럼 혁신적인 항바이러스제가 탄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이종성 국민의힘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지원 현황에 따르면 정부는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5개 기업에 818억원을 지원했으나, 올해는 6월 말 한 곳도 지원하지 않고 있었다. 즉 정부가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지원을 위해 올해 책정한 예산 475억원이 전혀 집행되지 않은 것이다.
이처럼 사용량이 저조한 이유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먹는 치료제가 개발된 점, 항체치료제가 오미크론 등 변이에 효과가 없다는 점을 꼽고 있다.
이종성 의원은 "제네릭 개발에만 집중하던 우리나라 제약사들이 코로나19 신약개발에 뛰어든 것은 성공 여부를 떠나 긍정적으로 본다"라며 "윤석열 정부가 치료제 강국을 발표한 만큼, 임상 결과를 철저히 분석하고 제약사들이 경험과 역량을 쌓을 수 있도록 계획을 마련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은하 기자 eunh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