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표 의장 "갈등·분열 넘어서야…국민통합형 개헌 추진"(종합)

국회 로텐더홀서 열린 제74주년 제헌절 기념식 축사
"국민통합 앞장서야…정치 역할 지적은 뼈아픈 일"
"국회 공백 되풀이 안돼…시급히 원 구성 끝내야"
개헌 위해 자문회의 구성…여야에 헌개특위 구성 요청

입력 : 2022-07-17 오후 1:25:26
김진표 국회의장이 제헌절인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장실에서 경축행사 시작 전, 전 국회의장들과 환담하고 있다.김진표 국회의장부터 시계방향으로 박희태·정세균·박병석 전 국회의장, 김태룡 감사패 수상자, 이춘석 국회사무총장, 박경미 의장비서실장, 김일주 감사패수상자, 김일윤 헌정회장, 문희상·강창희·김형오·김원기 전 국회의장. (사진=뉴시스)
 
김진표 국회의장이 74주년 제헌절을 맞아 국민통합형 개헌을 통해 사회 곳곳에서 나타난 대립과 분열을 극복하고 협력의 시대를 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의장은 17일 오전 국회 로텐더홀에서 열린 '제74주년 제헌절 기념식'에 참석, 축사를 통해 "지금 우리 사회는 유례없는 갈등과 분열을 겪고 있다. 이념, 계층, 세대, 젠더 등 곳곳에서 갈등이 분출하고 있다"며 "정치가 제 역할을 못 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우리 국회는 거꾸로 갈등을 만들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뼈아픈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대로는 안 된다. 정치를 고쳐 다시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는 일에 나서야 한다"며 "여야를 막론하고 우리 정치가 지나치게 과거 문제에 매달리거나 당내 갈등으로 허송세월하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자. 중요한 것은 과거가 아니라 오늘이고 내일이고, 국민의 삶이다"라고 강조했다.
 
김 의장은 이러한 갈등 해결을 위해 국민통합과 의회주의가 우선돼야 한다고 했다. 항일시대 애국지사들이 독립을 위해 가장 먼저 착수한 일이 헌법 제정이었고 1919년 대한민국 임시헌장, 1948년 정부 수립에 앞서 헌법부터 만들었다고 했다. 또 임시정부의 행정조치는 임시의정원 승인을 거쳐 집행했고 6·25 전쟁에도 국회는 문을 닫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김 의장은 "최근 우리 국회는 의장조차 공석인 국회 완전 공백 상황을 한 달 넘게 이어왔다. 아직 원 구성조차 마치지 못했다"며 "민생 현안이 산처럼 쌓여있다. 어떤 경우에도 국회 문은 열려있어야 한다. 시급히 원 구성을 끝내고 다시는 국회 공백 상황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이번 기회에 법과 관행을 정비하자"고 전했다.
 
김 의장은 "높아진 국민의 기대와 변화하는 시대를 담아낼 더 큰 그릇이 필요하다"며 개헌의 필요성과 더 이상 늦출 수 없음을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이미 대통령 한 사람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사회에 진입했다. 5년 임기인 한 정권, 한 정당이 혼자 해결할 수 없는 과제가 산적해 있다. 이런 사실을 솔직하게 인정해야 한다"며 "여야의 문제가 아니다. 이대로는 누가 여당이 되고, 누가 야당이 돼도 갈등을 되풀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권력 분산과 협력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 뛰어난 한 사람의 지도력에 의존할 것이 아니라 협력의 힘으로 운영하는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며 "갈등의 정치를 넘어 협력의 새 헌정 시대를 열자. 그래야 대한민국이 전진할 수 있고 국민의 삶도 지켜낼 수 있다. 그 출발은 개헌"이라고 했다.
 
김 의장은 '국민통합형'이라는 새로운 방식의 개헌을 추진하기 위해 우선 전문가 자문을 거쳐 개헌의 시기, 방법, 범위를 검토하겠다고 했다. 이를 위해 국회의장 직속 기구로 '개헌자문회의'를 구성해 전문가들과 함께 협력의 헌정 제도 구현을 위한 청사진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여야를 향해서는 "함께 머리를 맞대고 개헌 논의를 시작할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를 구성해달라"고 전했다.
 
이와 함께 21대 국회 임기 안에 선거법, 국회법 개정을 완료하고 담판 중심의 여야 협상문화를 토론 중심의 여·야·정 협치 문화로 바꿔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국회의장은 갈등을 해결하는 정치, 국민통합을 지향하는 정치를 위해 혼신을 다하겠다"며 "협력의 새 헌정시대를 열기 위해 꿋꿋이 나아가겠다. 국민 여러분의 성원을 바란다"고 전했다.
 
최근 당면한 경제 위기도 여·야·정·민·관 혼연일체로 극복하자고 김 의장은 말했다.
 
그는 "이번 위기는 미국과 중국, 러시아 등 세계가 신냉전의 진영 대결로 급속히 재편되는 과정에서 시작됐다. 경제적 처방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복합적인 문제"라며 "원인이 복합적이니 대응도 총체적이어야 한다. 정치와 경제, 외교와 안보를 망라한 대책 수립이 필수적이다. 여당과 야당, 정부와 국회, 민간과 공공이 손을 맞잡아야 한다. 혼연일체의 위기 대응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와 함께 국제 질서가 미국과 중국, 러시아 등 세계가 신냉전의 진영 대결로 급속히 재편되는 상황에서 균형 있는 실사구시 의원외교를 펴겠다고 약속했다.
 
김 의장은 "신냉전의 국제 질서는 우리에게는 존망이 걸린 문제다. 동맹과 발맞춰야 하는 것도 현실이고, 경제와 안보를 위해 이웃 나라들과 긴밀히 협력해야 하는 것도 현실"이라며 "실사구시의 의회 외교를 펼치겠다. 동맹 외교를 중시하면서도 유연하고 균형 있는 의회 외교를 추진하겠다. 정부가 감당하지 못하는 외교 공백을 국회가 앞장서 메워나가겠다"고 전했다.
 
또 북한과는 당국 간 대화와 별개로 남북 국회 간 대화를 지속 추진하겠다고 했다. 김 의장은 "이를 통해 실질적인 남북협력의 숨구멍을 열겠다"며 "이미 박병석 전임 국회의장께서 남북 국회의장회담을 제안한 바 있다. 이 제안은 여전히 유효하다. 나는 언제 어디서든 북측 최고인민회의 대표를 만날 준비가 되어있다"고 밝혔다.
 
김 의장은 "우리 선배들이 헌법 제정을 통해 이루고자 한 궁극의 목표는 국민통합이었다"며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모을 수 있는 헌정 제도가 절실하다. 갈등을 만드는 정치시대를 끝내고 협력을 이끌어내는 정치 시대로 나아가자"고 덧붙였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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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