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표진수 기자] '전기차 퍼스트 무버'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현대차그룹이 각종 글로벌 악재에 직면했다. 2030년 글로벌 전기차 시장 점유율 12% 달성도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는 가운데 현대차가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지도 관심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미국 상원이 기후변화 대응과 에너지 안보를 위한 '인플레이션 감축법안'을 의결했다. 법안은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40% 감축하기 위해 에너지 안보 및 기후 변화 대응에 약 3690억 달러, 한화로 약 4479조원을 투자한다는 내용이다. 전기차 확대를 위한 세액 공제 확대와 요건이 포함됐다.
현재 현대차와 기아는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5와 EV6를 전량 한국에서 생산하고 있다. 다른 전기차인 코나EV, GV60, 니로EV 등도 한국에서 만들어진다. 보조금을 지원 받기 전 전기차 가격이 비싼만큼 보조금 없이는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의미다.
내년부터 보조금을 받을 수 없게 되면 아이오닉6, EV9 등 신규 라인업을 투입할 계획을 가지고 있는 현대차그룹의 계획은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
이에 현대차와 기아가 2025년 완공 예정인 미국 조지아주 전기차공장에 더해 기존 앨라배마공장, 조지아공장에 추가로 전동화 생산라인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 나온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정의선 현대자동차 회장이 지난5월22일 오전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서울에서 환담을 갖고 기자단을 대상으로 스피치하기 전 악수하고 있다. (사진=현대차그룹)
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 보복 이후 중국 시장에서 고전하는 현대차그룹이 '칩4' 동맹으로 다시 한번 타격을 받을 가능성도 나온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2016년 주한미군 사드 배치 이듬해부터 시작된 중국의 경제보복으로 중국 시장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대차는 사드 보복 시작 전인 2016년 중국에서 총 113만2016대를 판매했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36만565대 판매에 그치며 판매량이 31.5%로 줄어들었다. 기아 또한 2016년 65만6대를 판매했으나 지난해 15만1703대를 판매하며 판매량이 23.3%까지 줄어든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국이 칩4 가입을 빌미로 한국을 압박한다면 사드 보복에 이어 또다시 경영 악재가 될 수 있다. 현대차는 지난해 사드 보복 이후 판매 부진은 물론, 이로 인한 생산능력 과잉으로 베이징 1공장을 매각하기도 했다.
중국에서 처음 공개된 기아 전용 전기차 ‘EV6’. (사진=기아)
중국과 함께 글로벌 양대 전기차 시장인 유럽에서도 이상 징후가 나오고 있다. 유럽 자동차 시장에서는 중국에 전기차 산업의 주도권을 빼앗겼다는 위기의식이 팽배해지자 유럽 각국이 전기차 보조금을 줄이고 있다.
영국은 지난달 전기차 보조금 제도를 폐지했으며, 독일은 전기차 보조금을 단계적으로 지급을 중단키로 했다. 특히 보조금 정책에 민감한 현대차의 아이오닉5와 아이오닉6, 기아의 EV6 등의 판매가 위축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현대차그룹이 올 상반기 유럽시장에 전년 동기 대비 39.6% 증가한 7만7975대의 전기차를 판매하며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악재로 다가올 수 밖에 없다.
때문에 현대차그룹의 2030년 총 307만대의 전기차 판매, 글로벌 전기차 시장 점유율 12% 달성하는 것을 목표도 수정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현대차그룹이 향후 부품공급원이나 수입 다변화, 글로벌 소싱 등을 어떻게 바꾸는지에 따라 목표치가 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표진수 기자 realwat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