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후 서울 시내 한 전통시장(아래쪽)과 대형마트(위쪽)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이날 한국물가정보가 발표한 '추석 차례상 품목 구입 비용(4인 가구 기준)'에 따르면 전통시장에서 구입할 때 비용은 30만1천원, 대형마트에서 구입할 때 비용은 40만8천420원으로 집계됐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김하늬 기자] 고물가 여파가 추석 차례상을 덮쳤다. 글로벌 인플레이션에 폭염·폭우 등 기상악재까지 겹치면서 작년보다 최고 10% 높은 물가상승률을 감내하게 됐다. 실제 전통시장에서 장을 봐 차례상을 차리면 30만원대, 대형마트는 40만원이 넘게 필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24일 물가정보기관들에 따르면 추석을 3주 앞두고 조사한 차례상 품목 비용이 작년 추석보다 평균 8~9% 뛴 것으로 나타났다. 전통시장이 대형마트보다 약 20~30% 저렴하지만, 물가상승률은 10%에 육박했다. 그나마 성수품 중 '밤'과 '쌀'값이 하락하지 않았다면 전체비용은 10%를 훌쩍 넘는 상승률을 보였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물가정보는 올해 4인 가족 기준 차례상 비용이 전통시장은 작년보다 9.7% 오른 30만1000원, 대형마트는 6.4% 상승한 40만8420원의 비용이 들것으로 예상했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조사에서도 올해 추석 차례상 가격은 작년보다 8%대 뛴 것으로 나타났다. 6~7인가족대상 주요 성수품 36개 구매비용을 조사한 결과 대형마트 30만7430원, 전통시장 24만3273원으로 파악됐다. 이는 작년보다 각각 8.4%, 8.5% 증가한 수치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물가상승은 '채소류'가 압도적인 상승 곡선을 보였다. 신선채소의 경우 계절과 기상조건 영향을 크게 받는만큼, 최근 발생한 폭염과 폭우 여파로 농산품목들의 작황이 나빠져 추가적인 밥상물가 상승요인으로 작용중인 것이다.
특히 채소류 중 애호박의 경우 1년전 가격보다 무려 3배가량 올랐으며 다른 채소류도 기상 악재 등의 영향으로 작년 대비 평균 50% 가까운 상승률을 보였다. 실제 무의 경우 전통시장에서 작년 8월말 1개에 1000원이었는데 올해는 3000원으로 올랐다. 배추는 1포기에 7000원에서 1만원, 대파1단은 2500원에서 3000원으로 상승했다.
나물류 또한 50% 뛰었다. 역대급 폭염 피해로 가격이 오른 시금치를 비롯해 고사리와 도라지는 기상악화로 인한 생육 부진에 산지 생산량이 줄었고, 코로나19로 인한 수입량과 작업량까지 감소해 공급량이 줄며 가격이 올랐다. 전통시장 기준 숙주는 400g 1000원에서 1500원으로 50%, 시금치 1단은 6000원에서 8000원으로 33% 올랐다.
국내 농축수산물 뿐 아니라 수입산 농축수산물 값도 상승세다. 앞서 정부가 돼지고기·소고기·닭고기 등 일부 수입 축산물에 대한 관세를 철폐해 무관세로 들어옴에도 불구하고 작년보다 크게 뛰었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달 수입 소고기 가격은 1년 전보다 22% 뛰었고, 수입 닭고기는 37.3% 올랐다. 신선어류 중 바지락과 연어는 각각 59.7%, 56.3% 상승했고, 냉동 대구는 95.4% 급등했다.
그나마 '쌀'과 '밤'이 가격상승 폭을 낮추는데 기여했다. 차례상에 올리는 견과류 중 밤은 태풍 피해 없이 생육환경이 양호해 생산량이 증가하며 작년 대비 가격이 큰 폭으로 내렸기 때문이다. 밤 800g은 작년 1만원에서 올해 7000원으로 30% 떨어졌다. 햅쌀과 송편, 시루떡 등도 평균 20% 가까이 하락했다.
이동훈 한국물가정보 선임연구원은 "예년보다 이른 추석으로 아직 햇상품이 본격적으로 출하되기 전이라 변수가 많다"며 "육류를 제외한 채소, 과일 등 대부분의 제수용품들이 폭염과 폭우의 영향으로 품질은 낮지만 가격은 높게 형성된 점을 감안할 때 최대한 추석에 가까운 날에 구매하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김하늬 기자 hani4879@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