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당대표 당선)①'이재명의 민주당' 완성…책임론도 개딸 앞에는 무용지물

역대 당대표 최다 득표율에 최고위원도 친명 일색…강력한 리더십 확보
당대표 경선, 시작부터 다윗과 골리앗 싸움…전대 룰·일정까지 이재명에 꽃길

입력 : 2022-08-29 오전 6:00:00
이재명(왼쪽) 민주당 신임 당대표가 지난 21일 오후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민주당 당대표 및 최고위원 후보자 광주 합동연설회에서 양팔을 치켜들며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이재명 의원이 28일 민주당 차기 당대표로 선출되며 '이재명의 민주당'이 완성됐다. 6·1 지방선거 참배 책임론도 이 신임 대표의 강성 지지층인 '개딸'(개혁의 딸) 앞에서는 무용지물이었다. 이 신임 대표는 역대 가장 높은 득표율로 당대표에 오르며 강력한 리더십의 근간을 확보했고, 함께 지도부를 구성할 최고위원들도 친명 일색으로 포진되며 막강한 당대표의 권한을 쥐게 됐다.  
 
이 신임 대표는 이날 오후 열린 전국대의원대회에서 박용진 후보를 여유롭게 제치고 당대표에 선출됐다. 지역별 순회경선을 치르며 확인된 '어대명'(어차피 당대표는 이재명)을 넘어 '확대명'(확실히 당대표는 이재명) 대세론을 현실로 증명됐다. 지난 2020년 8·29 전당대회 당시 이낙연 전 대표가 받은 60.77%을 넘어 역대 당대표 최다 득표율까지 경신하며 강력한 리더십 근간을 마련했다.
 
이 대표를 뒷받침할 최고위원의 면모도 친명(친이재명)계 일색으로 구성되며 역대 가장 강력한 지도부가 구현됐다. 차기 총선 공천권을 움켜쥐게 된 이 대표로서는 최상의 결과다. 반면 기존 당 주류였던 친문(친문재인)계는 전해철, 홍영표 의원의 전대 출마 포기로 구심점이 아예 실종되며 사실상 사멸했다. '97그룹'(90년대 학번·70년대생)이 한때 대안으로 급부상했으나 용두사미에 그쳤고, 박용진·강훈식 의원은 단일화에 실패한 채 선거 내내 이 대표에게 끌려다녔다. 그나마 강 의원은 경선을 중도 포기했다. 
 
이재명(앞줄 가운데) 민주당 당대표가 지난 22일 오후 서울 은평구 은평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서울당원 및 지지자 만남 행사에서 최고위원 후보인 서영교(앞줄 왼쪽), 박찬대(앞줄 오른쪽) 의원과 함께 박수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시작부터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었다. 친문계가 장악한 대의원 비중을 줄이는 대신 이 대표의 강성 지지층이 몰려있는 권리당원 비중을 확대했다. 사실상 인지도 싸움인 국민여론조사 비중도 크게 늘렸다. 권리당원 투표 일정 역시 이 대표의 고향(안동)이 있는 대구·경북과 지역구(계양을)가 있는 인천에서 시작하며 꽃길을 깔았다. 직전 당의 대선후보로 막강한 화력을 지닌 이 대표는 이 같은 배려에 절대우군인 권리당원들로부터 몰표를 받으며 경선 초반부터 크게 치고 나갔다.  
 
이 과정에서 많은 상처도 남겼다. 대선 패배 직후 잠시 잠행하던 이 대표는 6·1 지방선거 재보궐선거에서 자신이 정치를 시작했던 경기 성남 분당갑 대신 인천 계양을 출마를 선택하며 논란을 자초했다. 대선주자까지 거치며 당을 대표했던 그가 험지가 아닌 송영길 전 대표가 5선을 달성한 안전지대 계양을을 택한 것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하지만 이 대표는 '당의 요구'를 내세워 출마를 강행했고 결국 당선됐다. 반면 당은 지방선거에서 참패하면서 당 안팎에서 이 대표를 항한 책임론이 불거졌다. 하지만 그는 침묵으로 일관하며 예상대로 당대표에도 도전했다.  
 
당대표 출마 이후에도 논란은 이어졌다. 박지현 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이 대표의 계양을 '셀프공천' 요구를 폭로하면서 '자생당사'(자신은 살고 당은 죽는다) 비판은 더욱 커졌다. 이 대표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기자들 질문과 박 후보의 추궁에 마지못해 입을 열었지만 석연치 않은 해명으로 논란을 잠재우지 못했다. 강성 지지층이 촉발시킨 당헌 80조(부패연루자에 대한 제재) 개정 요구는 '이재명 방탄용'이 아니냐는 비판을 낳았다. 각종 사법리스크에 둘러싸인 이 대표를 보호하기 위한 사전 작업이 아니냐는 지적이었다. 여기에 '당의 최고대의기관인 전국대의원대회 의결보다 권리당원 전원투표를 우선한다'는 당헌 신설 시도까지 이어지자 "개딸 정당으로 전락했다", "이재명의 사당"이라는 한탄까지 쏟아졌다.
 
이재명 민주당 당대표의 배우자 김혜경씨가 '법인카드 유용 의혹' 관련 조사를 받기 위해 지난 23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경기남부경찰청으로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당 안팎이 시끄러운 가운데 이 대표 스스로도 위기에 직면했다. 부인 김혜경씨는 경기도청 법인카드 유용 의혹으로 지난 23일 경찰에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됐다. 공소시효를 감안하면 곧 기소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다. 장남은 불법도박 혐의를 받고 있다. 이 대표에게도 대장동 개발사업, 백현동 개발사업, 성남FC 후원금, 경기주택도시공사(GH) 합숙소의 선거사무소 사용, 변호사비 대납 의혹 등을 받고 있다. 이 대표는 숱한 의혹에도 "정말 비 오는 날 먼지가 날 말큼 십수 년간 탈탈 털리고 있는데, 먼지만큼의 흠결이라도 있었으면 난리가 났을 것"이라며 검경 수사가 '이재명 죽이기'의 정치공세라는 입장을 유지했다. 
 
문제는 이 대표의 오락가락 해명으로 진실 규명보다는 논란만 가중시킨다는 데 있다. 김씨의 법인카드 도용 의혹 관련해 경찰로부터 참고인 조사를 받았던 A씨는 극단적 선택을 했다. 이 대표는 그와의 관계를 전면 부인하다가 언론의 보도로 A씨가 대선캠프에서 일을 했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선행차량 운전기사"라는 해명을 내놨다. 또 김씨의 법안카드 도용 의혹을 '7만8000원 사건'이라 스스로 칭하는 등 말장난에 가까운 주장으로 비호감만 키웠다. 
 
김두수 시대정신연구소 대표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가 당을 방어막으로 활용하면 안 될 것"이라며 "당을 통합과 포용으로 이끌어가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친명과 비명 간 계파 갈등이 여전하다. 이 대표로서는 내부 결속을 위해 윤석열정부와의 대립각을 세울 가능성이 있다"며 "이럴 경우 되려 역풍을 맞을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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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