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한국수력원자력의 이집트 엘다바 원전 사업 수주로 ‘원전 르네상스’가 시작됐다. 수혜 기업 중 하나로 떠오른
두산에너빌리티(034020)는 소형모듈원전(SMR) 등 신규사업과 함께 원전 사업에 기지개를 켜고 있다.
28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한수원은 지난 25일(현지시각) 러시아 로사톰 자회사 ASE와 ‘원전 기자재·터빈 시공 분야’ 계약을 맺었다. 사업비는 3조원 규모다.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이후 13년 만의 대규모 원전 분야 수출이다.
이집트 엘다바 원전 사업 개요. (자료=산업통상자원부)
이번 계약으로 한국 업체들은 내년부터 2029년까지 카이로 북서쪽 300㎞ 부지에 기자재 공급과 터빈 건물 시공 등을 하게 된다.
바라카 원전 공사는 신한울 3·4호기 등 국내 원전 건설 착수·발주가 본격화하기 전 일감 창출 가교 역할을 하게 돼, 국내 원전 산업 생태계의 지속성 확보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한수원은 9월 국내 원전 기자재 업체들을 상대로 사업 설명회를 열고 기자재 계약을 추진한다.
원자력발전 사업은 두산에너빌리티의 아픈 손가락이었다. 지난 2016년 중공업 부문 영업이익 2874억원을 기록하고 세계적 신규 원전 건설 추세와 신한울 3·4호기 건설 계획 등을 토대로 2017년 예상 수주액을 10조6000억원으로 잡았다.
그해 문재인 정권이 들어선 뒤 신한울 3·4호기 건설이 기약없이 미뤄졌고 수주액은 예상치 절반인 5조510억원으로 줄었다. 중공업 부문 영업이익은 2018년 2054억원을 기록한 뒤 2020년 5446억원 손실로 이어졌다.
두산에너빌리티는 그해 유동성 위기 극복을 위해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채권단으로부터 3조원 규모 긴급 금융지원을 받았다. 이후 자산 매각과 구조조정 등을 거쳐 올해 2월 채권단 관리가 끝났다.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은 1095억원을 기록했고 부채비율은 전년 동기 171.6%에서 120.1%로 줄었다. 수주잔고는 같은 기간 12조1198억원에서 14조2868억원으로 늘었다.
25일 이집트 카이로에서 한국수력원자력 관계자들이 엘다바 원전 2차측 건설사업 계약을 체결하고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한국수력원자력)
두산에너빌리티는 올해 수주 규모를 7조9000억원으로 내다본다. 이 가운데 이집트 엘다바 원전 사업 관련 수주액은 6000억원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만 이 금액은 2021년도 사업보고서 전망치여서 실제 계약 금액과 다를 수 있다. 두산에너빌리티 관계자는 "국내 여러 기업이 참여해 각각의 역할별로 계약을 체결할 것"이라며 "두산에너빌리티가 업계에서 비중이 크지만 역무 등이 구체화되고 수주 금액이 확정되면 그때 공식적으로 알릴 것"이라고 말했다.
중기 수익성 개선에도 원자력 사업이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할 전망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2025년 원자력 매출 비중을 지난해의 두 배 수준인 16%로 내다본다. 신한울 3·4호기 재개와 해외 대형 원전 수주 추진 영향이다. 정부는 2030년까지 원전 수출 10기 목표를 세우고 체코와 폴란드 수주전에 나서고 있다.
소형모듈원전(SMR) 사업에 거는 기대도 크다. 두산그룹은 향후 5년간 SMR 등 에너지 분야 중심으로 5조원을 투자한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미국 뉴스케일사와 미국 아이다호 국립연구소 부지에 첫 SMR 건설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SMR 제작설계 용역 계약을 맺은 미국 엑스에너지 등과 주기기 제작 참여도 추진중이다.
두산에너빌리티 관계자는 아이다호 사업에 대해 “SMR 제작에 사용되는 대형 주단 소재 제작을 연내에 착수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SMR 본제품 제작에 본격 돌입하는 시점은 내년 하반기로 예상된다.
두산에너빌리티는 2035년까지 세계 SMR 건설 수요는 기자재 기준 연평균 7조원 규모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중장기 시장점유율 35%를 차지한다는 목표도 세워놨다. 연평균 수주 전망은 올해부터 2026년까지 4800억원, 이후 1조7000억원을 내다본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