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또 다시 여당 운명은 법원 손에…실종된 '정치'

비대위 무효 판결에, 당헌 개정으로 새 비대위…"두 번 죽는 길"

입력 : 2022-08-31 오후 5:24:00
 
[뉴스토마토 유근윤 기자] 국민의힘은 30일 의원총회를 소집해 지난 27일 의원총회의 결의사항을 재확인했다. 당헌 96조를 개정해 새 비상대책위원회를 출범키로 했으며, 권성동 원내대표는 비대위원장 직무대행을 맡아 사태 수습에 힘을 쏟기로 했다. 원내대표 거취는 비대위 출범 이후 사퇴키로 방향을 정했다. 두 번의 의원총회에도 당내 반발은 여전하다. 무엇보다 또 다시 법원의 손에 집권여당의 운명을 맡겼다는 무책임에 대한 질타가 높다. 국정을 이끌어야 할 여당에 정치가 실종된 것이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표가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원내대표실을 찾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인사말을 경청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사진)
 
국민의힘은 30일 의원총회에서 선출직 최고위원 5명 중 4명이 사퇴한 경우 비대위 전환이 가능한 '비상상황'으로 규정하는 내용의 당헌 96조1항 개정안을 박수로 추인했다. 20명가량 의원들이 발언대에 선 자유토론에서 절반씩 찬반 의견으로 나뉘며 격론을 벌였지만 원내지도부의 뜻이 그대로 반영됐다. 당헌 개정은 의총의 권한이 아니지만, 당내 이견부터 정리하자는 차원에서 이날 의총이 긴급 소집됐다. 상임전국위 및 전국위 의장을 맡고 있는 서병수 의원을 압박하기 위한 의도도 더해졌다.
 
서 의원은 결국 31일 "저는 그간 일관되게 비상대책위원회 방향으로 가선 안 되고, 당대표 직무대행 체제로 가는 게 옳다고 주장했다"면서 "(그럼에도)의원총회를 통해 비대위로 가겠다고 결론이 났기 때문에 고심 끝에 직책을 내려놓는다"고 선언했다. 서 의원의 의장직 사퇴로 당헌 개정의 의결권을 지닌 상임전국위와 전국위 문턱은 넘게 됐지만 법원의 판단 여부는 안갯속이다. 오히려 이준석 대표가 새 비대위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추가로 제기할 경우 인용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게 법조계 의견이다. 
 
앞서 서울남부지법은 지난 26일 이 대표가 신청한 비상대책위원회 효력정지 가처분을 인용하며 주호영 비대위원장의 직무를 본안 판결 확정시까지 정지시켰다. 당에 '비상상황' 자체가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에 비대위 출범 자체가 무효이며, 이로 인해 주호영 의원도 비대위원장으로서의 효력을 상실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이 대표도 당대표로 복귀됐다. 다만 당 중앙윤리위원회로부터의 당원권 정지 6개월의 징계가 끝나는 내년 1월에야 당대표 직무에 임할 수 있어 여당의 사령탑은 여전히 공백 상태다. 
 
국민의힘은 이를 무시하고 다시 비대위 카드를 꺼내들었다. 문제가 된 '비상상황' 관련해 기존 애매모호했던 기준을 구체화해 '비상상황'으로 만들었다. 때문에 새 비대위 출범에는 하자가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법조계에서는 이미 비대위가 무력화된 상황에서 위원장 직무대행을 내세워 비대위를 재추진하는 것은 원천무효에 해당하며, 비상상황 당헌 개정 또한 소급적용을 고집하는 것과 같다는 해석을 내놨다. 서 의원 역시 당헌 개정이 "너무 작위적"이라며 "법원에서 또 다시 가처분이 인용된다면 당은 걷잡을 수 없는 혼란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법원 판결에 대해서도 "지난 가처분 인용과 마찬가지로 똑같은 결론을 내리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조경태, 윤상현, 김태호, 하태경, 최재형 의원 등도 여전히 당의 결정에 반발하고 있다. 윤 의원은 전날 의총장을 떠나며 "지금 상황에서 당헌을 개정해 새 비대위를 구성하는 건 편법이고 탈법이고 꼼수"라며 현 상황을 "막장드라마"에 빗댔다. 그러면서 "법원 판단의 취지는 비대위 자체가 원천적으로 무효"라고 단언했다. 차기 당권주자 중 한 명인 안철수 의원도 31일 CBS라디오에 출연해 "법원 결정은 비대위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라며 "비대위가 성립하기 위해 새롭게 법을 고친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소급입법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하태경 의원도 같은 날 BBS라디오 인터뷰에서 "당이 뭐에 씌었는지 계속 비대위만 찾고 있는데, 굉장히 안타깝고 답답한 상황"이라며 "'비대위를 하지 말라'는 법원의 결정을 받고서도 또 비대위를 추진하는데, 이건 두 번 죽는 길"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법원 결정도 대기 중이다. 내달 14일에는 권 원내대표의 비대위원장 직무대행 및 비대위원 8명 전원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에 대한 심리가 열린다. 해당 가처분은 이 대표가 추가로 제기했다. 또 같은 날 주호영 의원이 제기한 가처분 이의신청 심문도 예정됐다. 이에 대해 하 의원은 "동일한 판사(남부지법 민사51부 황정수 판사)가 하게 될 텐데 판결에 이의가 있을 수는 있지만, 번복할 가능성은 없다"면서 "지금 지도부가 '지는 길', '실패하는 길'을 계속해서 가는 건데, 저도 참 지친다"고 토로했다. 새 비대위에 대한 이 대표의 추가적인 효력정지 가처분도 뒤따를 전망이다. 조해진 의원은 "추후 새 비대위를 대상으로 한 이 대표 측 소송에서 '민주적 정당성' 등의 논리로 또 다시 그 쪽 손을 들어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며 이 대표의 승리를 예상했다.
 
유근윤 기자 9nyo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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