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숭이두창 확진 단 2명…그래도 치료제·백신 개발한다

국내 확진자 2명 불과…진단키트 개발했지만 수출만
미국서 코로나 치료제 후보물질로 긴급사용승인 추진
백신 5000명 분량 도입…3세대 백신 연내 비임상 완료

입력 : 2022-09-01 오전 7:00:00
지난 6월23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출국장 전광판에 원숭이두창 감염병 주의 안내문이 나오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동지훈 기자] 세계 각지로 퍼진 원숭이두창이 예상을 밑도는 파급력을 보이고 있지만 치료제와 백신을 개발 중인 기업들은 이전과 같은 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 긴급사태 대응이라는 개발 당위성은 인정되지만 자연 치유까지 가능한 질환 특성을 고려했을 때 시급한 사안은 아니라는 지적도 공존한다.
 
31일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지난 4주 연속 전주 대비 증가하던 전 세계 원숭이두창 발병 건수는 이달 마지막 주 들어 감소세로 전환했다.
 
원숭이두창은 원숭이두창바이러스 감염으로 발생하는 질환이다. 원숭이두창에 감염되면 최대 3주의 잠복기를 지나 고열, 두통, 근육통, 피로감 등의 초기 증상이 나타난다. 이후에는 신체 여러 부위에 수포성 발진이 생긴다.
 
지금까지 원숭이두창은 주로 아프리카 대륙을 중심으로 유행했으나 지난 5월 이후 유럽과 미주 대륙 등 전 세계 각지로 확산하는 추세다. 우리나라에선 지난 6월 해외에서 입국한 내국인이 첫 확진 사례로 보고된 이후 1명의 추가 확진자만 발생했다.
 
약 4개월간 이어진 원숭이두창 유행에도 확진 사례가 극소수에 불과하고, 추가 확진자도 장기간 확인되지 않으면서 국내 확산 우려는 커지지 않고 있다.
 
지난 6월23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입국장 TV에서 원숭이두창 관련 뉴스가 나오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런 분위기와 달리 제약바이오업계에선 원숭이두창 치료제와 백신 개발이 이어지고 있다.
 
먼저 치료제에선 현대바이오(048410)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 후보물질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긴급사용승인을 노리고 있다.
 
현대바이오가 추진하는 코로나19 경구용 항바이러스제 'CP-COV03' 미국 긴급사용승인은 적응증별로 진행된다. 이를 위해 현대바이오는 일본 내 법인 지분을 매각해 137억원의 실탄도 확보했다. 긴급사용승인과 별개로 현대바이오는 원숭이두창 치료제 패스트트랙을 신청하는 방안도 모색 중이다.
 
현대바이오 관계자는 "글로벌 임상시험수탁기관(CRO)과 컨설팅 계약을 맺고 CP-COV03의 적응증별로 FDA 긴급사용승인을 추진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나의 물질로 코로나19뿐 아니라 원숭이두창 치료도 노리는 현대바이오 전략은 범용 치료제 가능성을 입증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금까지 현대바이오는 CP-COV03를 언급하면서 모든 바이러스 제거가 가능한 메커니즘의 니클로사마이드를 주성분으로 하며 범용 항바이러스제라고 강조한 바 있다.
 
백신의 경우 2세대 두창 백신 개발 경험을 갖춘 HK이노엔(195940)이 접종 방법을 개선한 3세대 백신과 함께 투 트랙 전략을 취하고 있다.
 
HK이노엔이 개발해 지난 2009년 허가받은 2세대 백신이다. 우리 정부는 천연두 생물 테러 대비용으로 일정 물량을 보유하고 있다. 이 백신은 바늘 양쪽 끝이 갈라진 분지침으로 접종하는 방식이라 환자 입장에서 접종 편의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는다.
 
HK이노엔은 사람 두창용으로 허가받은 2세대 백신의 영장류 실험을 진행하는 한편 3세대 백신 비임상을 연내 완료할 방침이다.
 
HK이노엔 관계자는 "2세대 백신의 원숭이두창 관련 영장류 실험을 진행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지만 연구 비용상의 문제로 진행 여부는 질병관리청과 논의 중"이라며 "사람 두창용인 3세대 백신의 비임상을 연내 완료하고 관계부처와의 논의를 통해 개발 속도를 높이는 한편 근육 또는 피하 주사로 접종 방법을 결정하기 위한 대화도 이어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긴급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두 백신 모두 원숭이두창에 쓸 수 있도록 투 트랙으로 개발을 진행한다"며 "글로벌 경향과 투여 방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3세대 백신 개발을 중요하게 바라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는 큰 틀에서의 원숭이두창 치료제와 백신 개발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시급한 문제는 아니라는 의견을 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원숭이두창 발병이) 줄어드는 추세이긴 하지만 확산에 대비해 비축할 만큼의 치료제는 필요하다"면서도 "대부분의 경우 원숭이두창은 자가치료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천은미 교수는 또 "우리나라는 해외처럼 확진자가 많지 않고 응급상황도 아닌 만큼 정부가 들여오기로 한 백신 물량으로 충분할 것"이라며 "백신까지 필요한 상황이라고는 보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동지훈 기자 jeeho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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