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승재 기자] 서울시가 31일 광역자원회수시설(쓰레기 소각장) 입지 선정 건립 부지로 마포자원회수시설 부지를 선정했다고 발표하자, 마포구가 입지 선정 결정에 대한 전면 철회를 강력히 요구했다.
박강수 마포구청장은 이날 오후 서울 마포구 성산동 마포구청 대회의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의 광역자원회수시설 마포구 설치 방침에 대한 전면 백지화와 철회를 요구했다.
박 구청장은 자원회수시설을 비롯해 서울화력발전소·난지도 쓰레기 매립·한강 개발을 위한 밤섬 폭파 등으로 인한 마포구민이 겪은 수십 년 간의 고통과 불편을 호소하면서 폐기물 처리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자원회수시설로 인해 오랫동안 고통을 감내하고 있는 마포구민에게 실질적인 보상할 것을 촉구했다.
박 구청장은 "마포구는 2005년부터 750t 용량의 자원회수시설 운영해오며 주민들이 심각한 피해를 감수하고 있다"라며 "서울시가 근본적인 폐기물 처리 대책 없이 마포구에 새로운 광역자원회수시설을 조성하는 것은 마포구 주민들에게만 더 큰 희생을 강요하는 동시에 지역 형평성에도 크게 위배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시의 발표에 앞서 마포구는 지난 17일 시에 '자원회수시설 설치관련 협약안'에 대한 의견을 제출했다. 기존 자원회수시설이 있는 자치구는 입지 선정에서 제외할 것을 요구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시는 자치구와 어떠한 사전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절차를 진행해 결과를 발표했다고 박 구청장은 설명했다.
그는 "서울시 광역자원회수시설 입지선정위원회에서 마포구 선정에 대해 비밀리에 검토한 것"이라며 "하남시와 강동구와는 협의를 하고 마포구를 소외시킨 건 있을 수 없는 행정"이라고 지적했다.
박 청장은 또 "마포구에는 자원회수시설 외에도 서울에서 유일하게 화력발전소가 있어 서울시민의 안정적인 전력 수급을 위해 오랜 기간 화력발전소의 분진·낙진의 피해를 참아왔다"라며 "수십 년간 서울시민과 경기도민이 배출한 약 8000만대 분량 쓰레기를 매립 처리한 난지도로 인해 쓰레기 섬이라는 오명 속에서 살아왔다"고 호소했다.
이어 "1968년 한강 개발을 위한 밤섬 폭파로 62가구는 실향민 신세가 되는 등 우리 마포구민은 서울시민 전체의 복리증진을 위해 오랜 기간 고통과 불편을 감내해왔다"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고통을 추가하는 이러한 결정은 37만 마포구민을 철저히 무시하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마포 주민들도 서울시의 결정에 강력 반대했다. 기자회견장에 참석한 원유만 상암동아파트단지연합회장은 "서울시는 300m 이내 거주자가 없다는 이유로 주민들을 약 올리듯 자원회수시설 지역을 선정했다"며 "시의 입장 변화가 없다면 주민들과 함께 자동차를 동원해 마포자원회수시설 진입로를 차단하는 등 단체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마포구는 광역자원회수시설 입지선정 자체대응 TF 구성하고 향후 민관합동으로 주민협의체 구성·운영 등을 통해 서울시의 결정에 강력 대응할 방침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광역자원회수시설 입지로 마포구 상암동이 선정된 것에 대해 "어느 지역이 선정됐더라도 그 지역 주민들은 섭섭하고 속상했을 것"이라면서도 "자원회수시설을 새롭게 만든다고 보지 말고 용량을 늘리고 기존 시설을 현대화·지하화한다는 관점에서 봐달라"고 당부했다.
오 시장은 이날 '복지 사각지대 위기가구 발굴체계 점검'을 위해 마포구 서교동주민센터를 찾아 "하루 1000톤의 초과 용량을 처리하기가 정말 어렵고 2026년도부터는 직매립이 금지가 되기 때문에 처리할 수 있는 용량을 증설하는 게 필요하다"며 "선정된 만큼 많은 이해와 협조를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박강수 구청장이 31일 서울 마포구청에서 광역자원회수시설 마포구 선정 전면 백지화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승재 기자 tmdwo328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