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2022년 정기국회 대비 국회의원 워크숍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장윤서 기자]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중앙당사 일부를 당원에게 개방하는 이른바 ‘당원존’ 설치, 당직자 이름·직책·담당업무·당사 내선번호 공개를 지시한 것을 두고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당원들은 ‘당원이 주인된 민주당’이라며 반기는 분위기인 반면 당직자들은 "전화폭탄이 올 수 있다"며 곤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달 31일 △당사 내 당원존 설치 △전자당원증 도입 △당직자 업무연락처 공개 등을 지시했다. 그간 민주당 중앙당사는 경찰이 상시 지키면서 당원들의 출입을 엄격히 막아왔다. 때문에 당사 앞에서 종종 시위를 하던 강성 지지층(개혁의딸) 사이에서는 당의 주인이 당원인데, 당사 화장실도 이용하지 못하게 한다는 불만이 제기됐다.
실제로 이들은 당 청원시스템에 “현재 민주당사는 당직자만을 위한 요새처럼 사용되고 있다”며 “당원들이 회의실은 커녕 화장실조차 쓰지 못하게 경찰이 당사 앞을 막고 있다. 권리당원들이 내는 당비만도 수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런 취급을 하는 것은 매우 부당한 처사”라고 토로, 당사 내 화장실과 회의실 개방을 요구했다.
강성 지지층의 불만 어린 목소리에 이 대표는 전자당원증을 만들어 중앙당사에 마련된 당원존에 출입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중앙당 각 시도당 홈페이지에 당직자의 이름, 직책, 담당업무를 표기하고 당사 내선 전화번호를 공개하라고 지시했다. 이 대표는 이번 조치에 대해 “당원 속으로, 나아가 당원과 함께하는 민주당이 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한 당원은 당 게시판을 통해 “이게 정치 효능감”이라며 “경기도에 살지 않아 직접적인 이 대표의 정치맛을 못봤는데 진짜 너무 놀랍고 감동이다”라고 치켜세웠다. 또 다른 당원도 “단지 당대표가 바뀌었을 뿐인데 민주당이 일을 한다”며 “문재인정부부터 시작된, 5년 숙성된 체증이 뻥 뚫리는 것 같고 하루종일 기분이 좋다”고 놀라워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2022년 정기국회 대비 국회의원 워크숍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반면 한 당직자는 “의원들한테 문자폭탄 오는 것만 봐도, ‘저러고 어떻게 사나’ 싶은데, 이제 당직자도 전화폭탄에 시달릴 수 있다는 것 아니냐”고 불안에 떨었다. 또 다른 당직자는 “일부 당원들 중에서는 시위를 하시다가 감정이 격해지시는 분들도 계신데, 이 분들을 매일 마주해야 할 당원존 근무 당직자는 어떻게 해야 하냐”고 우려의 목소리도 냈다. 당직자가 시달릴 언어폭력 등이 우려가 된다는 이야기다. 대면 업무를 해야 할 당직자의 고충과 더불어, 당직자 연락처 공개로 의원들의 ‘문자폭탄’에 이어 당직자를 향한 ‘전화폭탄’에 시달리지 않을까 하는 우려다.
당내에서는 이 대표가 성남시장·경기도지사 시절 추진했던 시장실 개방, 공무원 명찰 착용 등이 형태만 조금 바꿔 도입되고 있는 것 같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이 대표는 성남시장 시절인 2010~2018년 당시 12층에 있던 시장실을 접근이 용이한 2층으로 옮긴 뒤 개방, 성남시민들은 물론 외국인도 다녀갈 수 있도록 만들었다. 시장실은 한해 10만명이 다녀갈 정도로 시민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또 경기도지사 시절, 전직원에게 이름과 소속, 직책이 적힌 명찰을 근무시간에 착용하도록 지시하기도 했다. 시민의 업무를 대리하는 공무원이 익명성에 기대지 말고 책임지고 일처리 해야 한다는 취지에서였다. 당시에도 경기도의 공무원 다수는 반대했으나 경기도민 대다수가 찬성, 결국 공무원들이 명찰을 착용하게 됐다.
소장파로 당내 비명(비이재명)계인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이날 MBC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이 대표가)개딸 청원 들어주기를 하고 있다. 말로는 민생, 행동은 강성 당원들 쪽으로 가는 것"이라며 "민생으로 가는 것은 정말 잘하고 있다고 보는데 계속 강성 당원들, 개딸들 그쪽 기를 살려주는 쪽으로 지금 동시에 가고 있다. 그게 우려스러운 것"이라고 비판했다.
장윤서 기자 lan486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