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2일 오전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 2층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장윤서 기자] 검찰이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한 소환을 통보하자, 당내 계파 불문 ‘정치보복’, ‘야당탄압’이라고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권력형 비리도 아닌 공개 발언에서 한 말을 두고 허위냐 아니냐를 따지기 위해 야당 대표를 소환까지 하는 것은 검찰의 의도적 망신주기라는 판단이다. 특히 민주당은 오는 6일에 이 대표의 검찰 출석을 두고 고심에 빠졌다.
민주당은 2일 오전 광주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열었는데, ‘윤석열정부 검찰’에 대한 집단 성토대회장을 방불케 했다. 특히 현안 질문에 입을 꾹 다물어온 이 대표는 작심한듯 윤석열정부의 검찰에 불편한 심기를 여과없이 드러냈다. 그는 최고위 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오랜 시간을 경찰, 검찰을 총동원해 이재명을 잡아보겠다고 했는데 결국 말꼬투리 하나 잡은 것 같다”며 “먼지털이 하듯 털다가 안 되니까 엉뚱한 것 가지고 꼬투리를 잡았다. 적절하지 않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경고했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부장 이상현)은 전날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피의자 조사를 위해 검찰청에 출석하라고 통보했다. 서울중앙지검과 성남지청 수사팀은 공소시효(9일)가 촉박한 점을 감안, 출장 형식으로 한 데 모여 이 대표에 대한 세 가지 사건에 대해 조사할 방침을 세웠다.
우선 공공수사2부는 고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과 관련한 허위발언 의혹을 조사한다. 이 대표는 지난해 12월22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성남시장 시절에 함께 일한 김 전 처장을 알고 있냐’는 질문에 “재직 때는 몰랐고 하위 직원이었다”며 “그때 당시 팀장이었을 텐데 제가 이분을 알게 된 것은 경기도지사가 됐을 때 기소된 다음”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이후 이 후보와 김 전 처장이 2015년1월6일부터 16일까지 호주·뉴질랜드 출장 당시 함께 찍은 사진이 공개되면서 이 후보가 허위사실을 유포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받았다.
수원지검 성남지청 형사3부(부장 유민종)는 백현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과 관련된 허위사실공포 혐의를 조사한다. 이 대표는 성남시장 재직 당시인 2014년 한국식품연구원이 두 차례 요청한 용도지역 변경을 모두 반려했지만, 측근이 개입하자 받아들여줬다는 의혹을 받는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지난해 10월 20일 열린 국정감사에서 “(박근혜정부의)국토교통부가 직무유기로 문제를 삼겠다고 성남시를 협박해서 어쩔 수 없이 용도변경을 해준 것”이라고 반박했는데 국민의힘 등은 이 발언이 허위사실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검찰은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이 대표 측에 서면질의서를 보내 지난달 26일까지 회신을 요청했지만 답변이 오지 않아 출석요구서를 발송했다. 이에 대해 박성준 대변인은 이날 “옹색한 변명”이라며 “검찰이 소환조사를 하겠다고 한 사건은 3가지인데 이 중에서 2건은 이미 서면조사에 응했고 나머지 1건은 준비 중”이라고 반박했다. 이 대표가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에 대한 발언,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등에서의 발언 등을 이미 피의자 진술 및 의견서를 제출했다는 입장이다. 여기에 남은 1건은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에 대한 발언에 대한 부분인데, 검찰이 전당대회에 임박해서 급히 요청해왔음에도 검찰과 협의하며 준비중이었다는 설명이다.
박 대변인은 “검찰은 이를 무시하고 출석 요구서를 정기국회 첫 날에 보냈다”며 “이는 되든 말든 일단 기소하겠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의심된다. 명백한 야당탄압이자, 정치보복”이라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일단 민주당은 이 대표 불출석에 무게를 두고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변인은 이날 최고위 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내부적으로 아직 논의 중인데 불출석 가능성도 크다”며 “검찰의 정치적 의도가 분명해서 출석에 대해 내부적으로 논의가 있다. 가능성과 가능하지 않다는 것, 두 가지에 대해 충분히 논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대변인은 윤석열 대통령이 이 대표의 검찰 소환 통보 사실을 몰랐다고 한 것에 대해서도 “야당 대표의 검찰 출석 통보를 보고하지 않았다는 것은 시스템 붕괴를 대통령 스스로가 이야기한 것 아니냐”며 “알고도 모른 척을 하면 그건 속인 것이다. 허위사실 공표가 아니겠냐"고 받아쳤다. 이어 “(검찰이)모든 정치인의 발언에 대해 공직선거법으로 갈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2일 오전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 2층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장에 들어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민주당은 권력형 비리도 아닌 공개 발언을 두고 ‘허위’ 여부를 따지겠다며 야당대표를 소환한 것은 공개 망신주기, 김 여사의 논문 표절 의혹 혹은 국민의힘 내홍에서 국민들의 시선을 돌리기 위한 술책이라고 보고 있다.
특히 6일 소환이라는 점에 의심 어린 시선을 보내고 있다. 앞서 국내외 13개 교수, 연구자 단체 등이 모여 결성한 범학계 검증단은 복붙 표절 논란이 인 김건희 여사의 국민대 논문과 관련, 추가 폭로할 내용이 있다며 오는 6일 오전 10시 30분께 기자회견을 연다고 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박찬대 최고위원은 “검찰의 소환 타이밍도 참 절묘하다. 추석 밥상에 '이재명 소환'을 올리겠다는 것”이라며 “아울러 검찰은 (각종 의혹이 제기된) 김건희의 시간을 이재명의 시간으로 바꿔치기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친명계인 김남국 의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폭락하고 김건희 여사의 새 의혹들이 줄줄이 사탕으로 나오는 상황에서 (검찰의 소환 통보는) 국민의 관심을 다른 쪽으로 돌리고 지지층을 결집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이 '가을에 찬 바람 불면 칼바람 불 거다. 그러면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올라갈 거니까 걱정하지 마라'라고 했다는 설이 여의도 정치권에 파다하다”며 “예견된 정치보복 수사였다"라고도 했다.
검찰의 소환 통보에도 이 대표는 일단 명절 물가점검차 광주 전통시장을 방문하는 등 민생행보에 집중하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이 대표는 윤석열정부가 부자감세, 서민지원예삭 삭감하는 점을 집중 부각하며 윤석열정부의 무능을 연일 질타하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오후 광주 양동시장 내 하나분식에서 열린 전통시장 상인들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양극화를 완화하기 위해 서민을 지원하고, 대기업들에 대한 감세는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예산 심의 과정에서 서민 지원 예산을 삭감한 것을 민주당이 되살릴 권한은 없지만, 협상을 통해서 최대한 많이 복구하는 것으로 목표를 잡고 있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장윤서 기자 lan486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