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윤활유 규제 완화 시작…성패 관건

신규 윤활유로 재활용…탄소 배출 수만톤 감축

입력 : 2022-09-05 오후 4:00:00
[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폐윤활유를 다시 윤활유로 재활용하는 기술의 규제가 임시로 풀리면서 실증의 성패가 관건이 됐다.
 
대한상공회의소 샌드박스 지원센터는 산업통상자원부와 함께 5일 ‘산업융합 규제 샌드박스 심의위원회’를 서면으로 열고 25건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기존에 법에 없던 폐윤활유로 새 윤활유를 생산하는 기술이 실증에 돌입한다. 폐윤활유에서 불순물을 제거하고, 정제된 폐윤활유를 윤활기유 제조공정에 투입해 새로운 윤활유 제품을 만든다. 이렇게 생산된 윤활유는 탄소배출이 적고, 미국석유협회 분류기준의 그룹Ⅲ에 해당하는 양질의 제품이다. 황 함량 300ppm 이하, 포화도 90%이상, 점도지수 120 이상이다. 
 
미국, 유럽은 폐윤활유의 60%를 재활용해 윤활유로 다시 사용하고 있으며 특히 이탈리아는 최대 98%를 재정제해 활용하고 있다. 반면, 국내에선 폐윤활유를 난방유·발전소기동유로 사용해왔다.
 
심의위는 “자원 순환경제 조성 및 탄소중립 기여 측면에서 폐윤활유를 활용한 저탄소 윤활유 생산의 실증 필요성을 인정한다”며 생산 제품은 석유관리원을 통해 품질검사를 진행하고, 그 결과를 관계기관에 상시 공유하는 것을 조건으로 실증특례를 허용했다. 
 
기술을 개발해 샌드박스를 신청한 SK루브리컨츠 관계자는 “폐윤활유를 소각하지 않고 재활용함에 따라 기존 폐윤활유 활용 방식 대비 수만톤의 탄소배출을 감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지난 2020년 4월 SK지크(ZIC) 프리미엄 엔진오일. (사진=SK이노베이션)
 
SK루브리컨츠의 모회사 SK이노베이션(096770)은 지난해 에너지 제품, 화학 재료·제품, 윤활기유 및 윤활유의 사업장 내 이산화탄소 배출이 1090만톤으로 전체 사업 과정에서 나오는 배출량의 9%를 차지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폐윤활유 업사이클링'과 재생가능 원료 기반 항공유, 고기능 친환경 플라스틱 등 17개 사업으로 오는 2030년 700만톤, 2040년 1300만톤, 2050년 2100만톤의 국제 탄소감축 기여 효과를 낼 것으로 자체 전망했다.
 
윤활기유 생산실적은 지난해 1732만8601배럴이며 올 상반기에도 898만7711배럴을 기록했다. 윤활유의 경우 각각 133만8622배럴 및 61만8094배럴이었다.
 
다른 정유업체들은 구체적으로 검토에 들어가거나 본격적인 추진을 공표하진 않았다. 신기술의 성패가 아직은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안창복 한국윤활유공업협회 상무는 "아직 공장이 지어진 것도, 제품이 나온 것도 아니기 때문에 성공한다는 보장이 없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나머지 3개 정유사는 상대적으로 윤활 부문의 '볼륨'이 작은 편이다. GS칼텍스는 윤활유의 지난해 생산실적이 129만6000배럴에 지난 상반기는 67만2000배럴을 기록했다. 윤활기유는 875만2000배럴 및 486만6000배럴이었다. 현대오일뱅크는 윤활기유가 각각 930만4000배럴과 332만9000배럴로 나타났다. S-Oil(010950)은 윤활 부문이 1640만9000배럴과 793만6000배럴이었다.
 
때문에 타 정유사들은 플라스틱 열분해유에 보다 더 주목하는 분위기다. 현대오일뱅크는 지난 1월 국제 친환경 제품 인증 기관인 ISCC(국제 친환경 지속가능 제품 생산 자격)로부터 폐플라스틱 열분해유 기반 제품들에 대해 인증을 취득했으며, 현재 인근 석유화학사에 폐플라스틱 열분해유 기반 나프타를 판매하고 있다. 앞으로는 열분해유 투입량을 점진적으로 늘려 저탄소 제품 생산을 확대하는 한편, 시장 수요 성장에 맞추어 열분해 직접 생산도 진행할 계획이다.
 
GS칼텍스는 폐플라스틱 열분해유를 석유정제공정에 투입하는 실증사업을 시작했고 첫 단계로 지난해 12월 폐플라스틱 열분해유 약 50톤을 국내 최초로 고도화 시설에 투입했다. 앞으로 실증사업 결과를 활용해 2024년 가동을 목표로 연간 5만톤 규모의 폐플라스틱 열분해유 생산설비 신설 투자를 모색할 예정이며, 이후 100만톤 규모로까지 이를 확장할 계획이다. 
 
이외에 S-Oil은 올해 전략적 탄소대응 목표로 온실가스 직접 감축 확대 내지 해외 청정개발체계(CDM) 사업 개발을 내세우고 있다.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신태현 기자
SNS 계정 : 메일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