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5~11세 소아·아동에 대한 화이자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시작한 지난 3월31일 서울 강서구 미즈메디 병원 소아청소년과에서 한 어린이가 백신을 맞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동지훈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린 소아청소년이 완치 후 백신의 도움 없이도 일정 기간 코로나19 재감염을 막을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지만 우리 당국은 여전히 백신 접종을 고집하고 있다.
7일 미국 의사협회 공식 학술지 'JAMA'를 보면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코로나19 감염 뒤 16개월간의 소아청소년 중화항체 수준 분석'이라는 제목의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그 결과 높은 수준으로 볼 수 있는 중화항체는 감염 이후 1~3개월간 유지됐으며 적정 수준의 중화항체는 감염 이후 최장 13개월까지 지속됐다.
연구팀은 지난 2020년 2월부터 이듬해 9월까지 생후 1개월~16세 소아청소년 126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 감염 이후 중화항체가 유지되는 기간을 조사했다. 연구팀은 성인에게서 코로나19 감염으로 인한 사망률이 높게 나타나는 데 반해 소아청소년의 경우 대부분 증중도가 약하다고 봤다. 그러면서 질병의 중증도와 재감염 위험도를 파악하고 백신 접종 정책을 결정하는 데 이번 연구 결과가 유의미하게 쓰일 수 있다고 제언했다.
이번 연구 결과와 달리 우리 정부는 지속적으로 고위험군 소아청소년의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독려하고 있다.
코로나19예방접종대응추진단이 22개 의사단체 및 단체장에게 보낸 소아청소년 고위험군 백신 예방접종 협조 요청 공문. (자료=질병관리청)
지금까지 정부는 정례브리핑이나 회의 석상을 통해 고위험군 소아청소년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독려하는 메시지를 전했는데, 물밑에선 의사단체에 협조 공문을 보내는 등 적극적인 자세로 임하고 있다.
코로나19예방접종대응추진단이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 등 22개 의사단체 및 의사단체장에게 보낸 공문을 보면 "최근 코로나19 신규 변이 유행과 확진자 증가 등 방역상황 변화에 따라 접종대상에 포함된 소아청소년의 적극적인 접종 참여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진료현장에 미접종한 소아 및 청소년 기저질환자가 내원하는 경우 코로나19 예방접종을 적극 권고해달라"는 내용이 나온다.
추진단은 소아청소년 중에서도 기저질환이 있는 고위험군의 경우 백신을 접종해 코로나19 감염으로 인한 사망 위험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추진단은 해외 사례를 근거로 해외 사례를 인용했다. 질병관리청 관계자는 "국외 연구 등에 따르면 기저질환이 없는 소아에 비해 만성질환을 가진 소아일수록 입원 및 중증화 위험비가 높다고 밝혀졌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고위험군 소아청소년의 백신 접종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보다 구체적인 근거와 논리가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고위험군은 애매한 표현"이라며 "코로나19로 사망할 위험이 높은 고위험군 소아청소년은 의료기관 내원보다는 입원하는 경우가 많다"고 봤다.
그러면서 "정부가 고위험군 (소아청소년) 정의를 제대로 하지 않아 각자 판단해야 한다"며 "소아청소년 대상 접종 자체도 백신의 안전성 검증을 마친 뒤에야 권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상혁 창원파티마병원 소아청소년과 과장은 "JAMA에 실린 연구 결과는 오미크론이 유행하기 전에 수행된 데다 항체가 있다고 코로나19를 무조건 막을 수도 없어 그대로 받아들이기 힘들다"면서도 "호흡기 바이러스가 유행하면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까지 막을 수 없어 백신 예방접종으로도 한계가 있다는 인식으로 접근해야 하는데, 사망자가 늘어난다는 이유로 아무런 근거 없이 백신을 접종하라는 것은 면피"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백신이 중증화와 사망을 막는다고 하더라도 접종으로부터 시간이 지나면 항체가 감소할 수밖에 없다"며 "사망자가 늘어나니 백신을 접종해야 한다는 식의 논리는 재고돼야 하며, 소아청소년 백신 접종을 권장하는 데 대한 다학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지적에 질병청 관계자는 "백신 접종을 권고하는 소아청소년 고위험군은 만성 폐·심장·간·신·신경질환 및 면역저하자 등이며 이 밖에 의사 소견에 따라 접종이 필요한 경우"라며 "개별 환자의 접종 필요성 판단은 의사의 재량이며, 코로나19 예방접종 실시기준 내에서의 의사 소견 및 판단에 대해서는 정부에서 모든 부분을 규율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백신 접종 후 시간이 지날수록 항체가가 떨어진다고 해도 중증·사망 위험을 낮추는 세포면역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고위험군 소아는 이상반응의 위험보다 감염 및 중증화에 따른 위험이 더욱 크기 때문에 이들에 대해서는 접종을 권고해야 한다는 게 다수의 소아청소년 분야 전문가 및 백신 전문가들의 의견"이라고 부연했다.
동지훈 기자 jeeh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