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의 로건 국제공항에서 연설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반도체법 등 대규모 예산법 통과를 홍보하면서 미국 내 투자를 강조하고 있다. (사진=AP/뉴시스)
[뉴스토마토 동지훈 기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자국 내 바이오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중국을 견제하면서 국내 산업계도 영향권에 들어가게 됐다. 미국의 바이오경제 이니셔티브 선점을 위한 조치가 위협 요인이자 기회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예측과 함께 전방위적인 육성 정책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온다.
백악관은 12일(현지시간) 홈페이지를 통해 '지속가능하고 안전하며 안심할 수 있는 미국 바이오경제를 위한 생명공학·바이오제조 혁신 증진을 위한 행정명령'을 공개했다.
이번 행정명령은 의약품뿐 아니라 원료와 연료, 플라스틱, 농업까지 생명공학 및 바이오 생태계 전 분야를 아우른다. 골자는 자국 산업 육성을 위한 미국 연방 정부의 투자 확대와 이를 통한 자국 산업 경쟁력 강화다.
백악관은 행정명령을 공개한 뒤 보도자료를 통해 "미국은 해외산 원료와 바이오제조에 상당 부분 의존했다"며 "과거 핵심 산업에 대한 오프 쇼어링(생산시설 해외 이전)은 주요 화학 물질과 의약품 성분 등 원료에 대한 미국의 접근 능력을 위협한다"고 전했다.
백악관은 또 "생명공학과 바이오 생산 잠재력을 활용해 의약품에서 식품에 이르기까지 일상에서 사용하는 거의 모든 것을 만들 생물학의 잠재력을 인식하고, 미국의 혁신을 경제적·사회적 성공으로 이끌 수 있을 것"이라며 "해외의 취약한 공급망을 미 전역에서 고임금 일자리를 기반으로 하는 강력한 국내 공급망으로 대체하는 바이오 제조업 발전을 이끌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행정명령은 바이오산업 내 패권을 쥐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지난 5월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가 발표한 '제14차 5개년 생물(바이오) 경제발전계획'을 보면 중국 정부는 의약품과 의료기기를 포함한 제약바이오산업 육성 방침을 구체화했다.
이와 관련,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바이오산업은 의약품뿐 아니라 에너지부터 원료, 공급망, 농업까지 매우 넓은 범위에 걸쳐 있는데 미국이 바이오경제 시대 이니셔티브를 선점하기 위해 행정명령을 발표했다고 본다"고 해석했다.
우리나라에선 미국의 바이오 자국화 천명 여파를 직접 마주할 것이란 예측이 힘을 얻고 있다. 특히 글로벌 수준의 경쟁력을 갖춘 위탁생산 분야에서 입지가 약해질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이승규 부회장은 "우리나라는 위탁생산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췄는데 미국이 자국 내 의약품 생산을 포함한 산업 강화를 강조하는 행정명령을 내놓으면서 국내 산업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론자를 포함한 다국적 제약사들이 인천 송도에 공장을 세우기로 한 계획에도 차질이 생기는 등 국내 위탁생산 시장의 위축도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반면 미국의 이번 조치가 타국의 투자 확대로 이어져 우리나라 산업계가 반사효과를 누리는 상황이 펼쳐질 수도 있다.
이승규 부회장은 국내 산업계의 새로운 성장 모멘텀이 마련될 수 있다며 조심스럽게 내다보면서도 전체적인 바이오산업 육성이 현실화하려면 이에 걸맞는 정책과 로드맵 수립이 선행돼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그는 "장기적으로 보면 미국의 행정명령 이후 중국이나 유럽 등이 새로운 시장을 확보하기 위해 투자를 늘릴 가능성도 있어 우리에게 기회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어떤 양상으로 전개되든 의약품에 국한되지 않는 바이오경제 시대를 맞아 투자를 유치하고 신산업을 육성할 수 있는 로드맵과 정책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지훈 기자 jeeh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