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승진 기자] 대법원이 문재인 전 대통령을 '공산주의자'라고 발언한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에게 손해배상 책임이 없다고 판결했다. 공적 인물에 대한 평가를 ‘표현의 자유’로 인정해 불법행위로 판단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법원 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16일 문 전 대통령이 고 전 이사장에게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 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되돌려보냈다. 앞서 고 전 이사장은 지난 2월 ‘문재인 공산주의자’ 발언 관련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형사 사건에서 무죄 확정판결을 받았다.
사건의 쟁점은 고 전 이사장의 발언이 문 전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것으로서 불법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였다.
재판부는 "공산주의자 여부는 개념 속성상 개인의 생각에 대한 평가일 수밖에 없고, 공산주의자로서의 객관적 기준이 존재하는 것도 아니다"라며 “그에 대한 평가는 필연적으로 판단하는 사람의 가치관에 따라 상대적이어서 일반적으로 증거에 의하여 증명이 가능하다거나 시간적·공간적으로 특정되는 과거 또는 현재의 구체적 사실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이어 “공적 인물인 문 전 대통령의 정치적 이념에 대한 의견교환과 논쟁을 통한 검증과정의 일환으로 봐야 한다”라며 “이를 문 전 대통령의 사회적 평가에 대한 부정적 측면만 부각해 표현의 자유의 한계를 일탈했다고 평가하는 건 타당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고 전 이사장은 18대 대통령선거 직후인 2013년 1월, 보수 성향 시민단체가 주최한 신년하례회에 참석해 “부림사건은 민주화운동이 아니고 공산주의운동이었다. 문재인 후보는 부림사건이 공산주의운동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을 사람이다”, “문재인 후보는 공산주의자이고, 이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우리나라가 적화되는 건 시간문제”라고 말했다.
부림사건은 1981년 전두환 정부 당시 부산지역에 독서 모임을 하던 학생과 교사, 회사원 등 회원 22명을 영장 없이 체포해 고문·기소한 사건이다. 고 전 이사장은 이 사건 수사 검사였고, 문 전 대통령은 해당 사건 재심에서 피고인들을 변호했다.
1·2심에선 문 전 대통령이 일부 승소했다. 1심은 고 전 이사장이 문 전 대통령에게 3000만원, 2심은 1000만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선고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공적 인물에 대한 평가나 비판, 문제 제기 등은 사회적 공론의 장에서 이루어져야 할 부분”이라며 “이를 표현의 자유의 한계를 일탈한 불법행위로 평가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또 “피고에 대하여 명예훼손죄가 성립할 수 없다고 본 위 형사판결의 취지와 동일한 판단”이라고 했다.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사진=뉴시스)
조승진 기자 chogiza@etomato.com